<고의서산책/ 1047> - 『痘編要覽』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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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7> - 『痘編要覽』①
  • 승인 2023.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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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種痘法 도입과 두창 치료의 계보

  조선시대 의료에서 소아과 분야는 태반이 전염성 질환인 두창과 마진에 집중되어 있다. 세종대 『창진방』을 비롯해 세조조 『창진집』, 중종조『창진방촬요』, 그리고 허준의 『(언해)두창집요』를 거쳐 박진희의 『(언해)두창경험방』으로 이어지며, 전통 방식 두창 치료에 있어서 커다란 계보를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 『두편요람』

  다른 한편 조선후기 두창 치료에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종두법에 있어서는 초정 박제가가 청으로 부터 도입해 시도한 인두종법에 힘입어 정약용의 『마과회통』과 이종인의 『시종통편』을 통해 정착되었다. 그리고 근세 지석영이 『우두신설』에서 서양 우두법을 소개한 이후, 이재하의 『제영신편』, 김인제의 『우두신편』으로 이어지며, 유소아에게 치명적인 사망률을 일으켜 법정전염병으로 관리했던 천연두를 치료한 임상경험을 축적해 왔다.

  오늘 살펴볼 대상은 전통 두창 치료전문서 가운데 인두접종법이 조선에 도입된 이후, 이종인이 그 술법을 소개한 『시종통편』(1817刊)이라는 문헌이 간행을 앞두고 정련되어 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2차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원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당시 사용했던 갖가지 가감경험방을 수록하고 있기에,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라 하겠다.

  표지 서제에는 ‘保嬰方’이라고 적혀 있고 권수제에는 ‘痘編要覽’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짤막한 제사에 이어 곧바로 시작하는 본문에는 ‘時種統編’이란 제목이 달려있다. 이 책이 주로 목판본으로 간행한 『時種通編』을 모본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찌된 연유에서 제목 글자가 바뀌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간본과 달리 이 책 첫머리에 짤막한 편집자 서문이 별도로 실려 있어, 사연을 짐작해 볼 수 있다. “抱川선생 李鍾元이 말하기를 무릇 두창을 치료함에 만 가지를 놓치고 한 가지를 걸러내도 항상 마음을 쏟았으니,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하나를 보면 백가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이 한 가지만 능할 뿐이라도 100가지를 기약하며, 10가지를 능숙하면 100가지를 기대하게 된다. …….”

  또 “병증에 따라 약제를 투여함에 백발백중했으나 시골구석 몰지각한 사람들이 의약을 싸늘하게 비웃으며, 물을 떠다가 기도하는 것만을 주장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앞에 급한 일을 당하게 되면, 감히 그간 쌓아온 덕을 베풀어 사람 목숨을 살리라는 말을 하면서 두창치료 의사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애걸복걸하면서 말하길 병든 아이의 생사가 이제 선생님의 손끝에 놓여있다고 늘어놓는다.”라며 의원을 믿지 못하고 비손이나 하는 세태를 한탄했다.

  나아가 “터럭만큼이라도 이미 차이가 벌어져 그로 인해 치료하지 못하게 된 뒤에야 인삼과 녹용을 산처럼 갖춰 놓았다한들 모두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다. 편작 같은 명의가 다시 살아온다 한들 어쩔 도리가 없다. 옛말에 夸夫가 해를 쫒아가고 어린애가 무지개를 잡으려한단 말이 있거니와 호미를 버리고 보습을 가져오며, 화살을 따라가 과녁을 세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 절실한 얘기라 장탄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의약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작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다만『時種通編』 간행 이전의 전구작으로 보이는『時種統編』이 인용되었고 간본에서 저자 이종인의 찬집을 도와 議定했다고 밝혀져 있는 李鍾元이 ‘抱川先生’이란 경칭으로 거론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종원은 간본에서 이종인의 아우(家弟)라고 밝혀져 있으며 자는 君善이다. 또 한명 延城 李復延 君七이 參考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모두 상세한 인적사항이 알려져 있지 않은 채로 남아 안타깝기만 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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