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연구는 미래 위한 지지기반…표준화-과학화-세계화 한 몸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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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연구는 미래 위한 지지기반…표준화-과학화-세계화 한 몸 돼야”
  • 승인 2023.02.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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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한 하인혁 소장

만성 경항통 환자 대상 추나요법 효과 연구 발표…“추나 역사 이바지 했다는 기쁨”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지난 14일 제21회 학술대상 시상식을 개최한 가운데, 만성 경항통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의 효과성을 연구한 자생척추관절연구소의 하인혁 소장에게 금상을 수여했다. 척추관절질환을 위한 동작침법, 추나 등의 연구를 지속해온 하 소장에게 한의학 연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을 축하드린다. 수상 소감이 궁금하다.

이번 학술대상은 대한한의학회 창립70주년 기념도 함께 진행돼 더욱 영광스러운 수상이었다. 수상 받은 연구의 주제인 추나요법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가 30여 년 동안 표준화, 과학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쳐 건강 보험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룬 한의 전통 수기요법이다. 추나요법의 효과가 더욱 객관적으로 증명된 만큼 지금껏 추나요법이 발전해온 역사에 이바지 한 것 같아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목 통증을 겪는 환자의 추나치료와 일반치료를 비교한 연구를 수행해 학술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린다.

이번 연구는 만성 경항통(목 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나요법의 효과성에 대해 증명한 임상연구다. 추나요법의 효과 및 유효성을 측정하기 위해 진통제와 물리치료 등 일반치료와 비교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추나요법을 받은 목 통증 환자군이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은 일반치료 환자군보다 통증, 기능, 삶의 질 지수 등에서 큰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미국의사협회 저널 중 하나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자마 네트워크 오픈은 2021년 기준 인용지수가 13점이 넘는 저널로, 대표적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한의학이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척추 질환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병원 수련의로 활동하던 중, 응급차에 실려 온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가 응급침술인 동작침법을 받고 바로 일어나 거동하는 모습을 봤다. 교과과정에서 배우길 침 치료의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는데, 임상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실시되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 나머지 해당 치료에 대해 밤 늦게까지 공부를 이어갔다. 그런 경험들이 더욱 척추 질환 치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후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고 연구를 위한 지식을 쌓는 등 준비를 했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장으로써 연구를 다수 수행해왔는데, 그동안 수행한 연구 중 의미 있는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한다면.

크게 두 가지 연구가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동작침법 연구다. 동작침법은 침 치료에 운동요법을 결합한 응급침술이다.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로 환자의 능동적, 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허리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기능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심한 기능장애를 동반한 급성요통 환자에 동작침법 효과연구’라는 연구를 통해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작침법과 진통제가 얼마나 효과를 보이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진통제 주사치료 보다 동작침법이 통증과 기능회복에 있어 5배 빠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통증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페인(PAIN)’에도 게재되는 등 당시에도 의료계의 주목을 끌었다.

두 번째는 ‘심한 다리통증을 동반한 허리디스크 환자의 한방 통합치료 효과 연구’다. 실제 수술 권유를 받을 만큼 심한 디스크 환자에게 한의치료를 진행한 뒤 10년 간 관찰했는데, 10년 동안 환자들은 통증과 기능이 모두 개선된 상태를 유지했고 오히려 디스크 탈출량도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이렇게 장기간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를 통해 한의학도 충분히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 경제성 면에서도 우수한 의학이라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대학이나 연구원 등에 소속된 연구원 뿐 아니라 로컬에서 임상을 하면서도 증례연구 논문 등을 발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구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조언 부탁한다.

어떤 연구일지라도 일단 ‘시작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연구를 마냥 어렵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방법론을 전부 교육받고 시작하려면 연구가 너무 어려워진다.

연구자 본인이 관심 있는 연구 논문들을 참고하면서 생기는 문제점과 의문점을 주변 연구자에게 문의하면서 진행하면 좋다. 좋은 결과도 연구의 주요 목적이지만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후배 한의사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임상을 잘해야 연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 연구를 기획할 때 기존 방식만을 반복해서는 좋은 임상연구자가 될 수 없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갖게 되는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좋은 연구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중에서도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임상은 항상 조심스럽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환자들과 직접 몸으로 부대끼면서 진심으로 그들의 회복을 바라며 연구를 진행하는 것과 환자들을 성과도출만을 위한 연구 대상으로 보는 것은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학 표준화, 과학화와 세계화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과학적 검증 없이는 한방 치료법은 표준화될 수 없으며 세계에 한의학을 알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더라도 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한의치료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알리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과학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한의 치료법을 비롯해 한의 신의료기술이나 통합의학에 대한 연구 범위를 점차 늘려나가고자 한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는 한의학의 미래를 위한 탄탄한 지지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학술연구와 논문들을 쌓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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