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절을 동반한 수지 열상 한의학적 치료증례 2
상태바
[기고] 골절을 동반한 수지 열상 한의학적 치료증례 2
  • 승인 2023.02.03 0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선진

허선진

mjmedi@mjmedi.com


지난 12월의 기고와 유사한 케이스를 1례를 더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른 아침에 한의원으로 급하게 한 환자분이 상담 문의를 주셨습니다.

“사고로 손가락이 완전 절단되어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절단되었던 부위는 검게 변해서 살릴 수 없다는 소견을 들었어요. 절단 수술이나 복부피판술을 하자고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1시간 후까지 결정하라고 해요. 절단하지 않고 낫고 싶습니다. 손을 정교하게 쓰는 직업이라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고 싶습니다.”

모든 환자분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내원하시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참으로 마음을 울립니다. 손가락의 원위지 개방 골절 및 완전 절단이 일어난 후, 골절된 뼈가 유합되지 않고 괴사되어 절단술이나 복부피판술을 해야한다는 소견을 듣고 간곡한 마음으로 찾아오신 분이었습니다.

수족지 말단 절단 손상의 경우, 안타깝지만 결국에는 절단술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수술만이 반드시 답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지요. 절단술이라고 해서 사고 당시 잘렸던 부분만 딱 도려내고 봉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 전체가 절단된 것이 아니라도, 골수염의 우려로 마디 전체를 절단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절단되어 피부가 결손되었기 때문에 피부를 끌어올려 봉합하기 위해 손상 마디 이상의 한 마디를 더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뼈의 상태에 따라 판단하여, 본원에서는 손상 부위 이상을 절단하지 않고도 잘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길이 단축은 있을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뼈가 살아있는 부위까지는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복부피판술은 뼈의 유합 가능성이 없어서 절단부를 도려낸 후 봉합 혹은 이식이 어려울 때, 혈류가 풍부한 복부에 손가락 절단면을 심어서 (뼈를 제외한) 연부조직 및 피부 조직을 재생시키는 방법입니다. 결국 절단술 후 손가락을 닫는 일종의 방법인 셈인데, 구멍을 낸 배에 손가락을 꽂고 수 주 이상 재생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환자의 운신에 크게 영향을 미칠뿐더러 어깨 관절 및 팔꿉 관절 등의 움직임이 제한되니 해당 관절 구축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지요.

손가락 원위지 절단 사고 이후 절단술이나 복부피판술을 하지 않고도, 본원 치료로 잘 마무리 된 케이스를 아래에서 소개하겠습니다.

 

• 환자 : 만 35세 여성.

• 사고 일자 : 2022년 10월 18일.

• 사고 경위 : 날카로운 압착기에 눌리면서 우측 수2지 원위부가 사선 형태로 개방 골절 및 완전 절단되는 압궤 손상을 입음.

• 본원 내원 전 치료 : 수상 직후 수지접합 전문병원에서 관혈적골절정복술 및 조직복합이식술을 받았으나 괴사되어, 절단술 혹은 복부피판술을 앞두고 있었음.

• 내원 당시 상태 : 수상 당일 바로 수술이 이루어졌고, 수상 후 만 7일이 경과된 상태에서 본원 내원함. 절단면 이하(심장에서 먼 쪽)는 괴사가 일어난 상태로 내원함.

• 치료 방법 : 하루 2회의 환부 및 경혈 침 치료, 하루 3회의 한약 연고 드레싱.

• 치료 기간 : 약 70일 가량. (2022년 10월 25일~)

 

내원 전

 

수상 당시 날카로운 물체에 우측 수2지 원위부가 사선 형태로 눌리며 개방 골절 및 완전 절단이 일어났습니다.

좌측 사진은 수상 직후, 중앙 사진은 수술 후 만 하루, 우측 사진은 수술 후 만 7일이 경과된 상태에서 촬영한 단순 방사선 촬영 영상입니다.

중앙 사진을 보면, 절단된 뼈를 고정시키기 위하여 박아 넣은 철심이 오히려 절단된 뼈가 원래 위치해야할 곳에 자리잡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뼈끼리의 유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습니다. 뼈끼리 붙지 않으면 떨어진 뼈는 결국 괴사 혹은 자연 용해될 것이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들 역시 결국 괴사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술 집도의께서도 최선을 다하셨을 것이나, 환자는 결국 잘린 손가락은 떨어진 채로 내원한 것이나 크게 다름없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치료 1일차 (2022/10/25)

 

절단면 이하(심장에서 먼 쪽) 괴사가 일어난 상태입니다. 어느 정도 깊이까지 살아있는지는 현재 상태로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습니다. 손바닥측은 일부 살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치료하며 지켜보기로 합니다.

감염에 예의 주시함은 물론이고,

1. 절단된 뼈끼리의 유합이 될 것인가

2. 뼈가 유합되어 살아있다면 뼈를 제외한 조직들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살아있을 것인가

3. 절단 과정에서 분쇄된 뼛조각이 용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가

를 면밀히 살피며 치료를 시작합니다.

 

치료 2일차 (2022/10/26)

 

치료에 반응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조직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손바닥측 말단은 괴사조직이 들뜨면서 내부에 살아있는 조직이 드러납니다.

 

치료 3일차 (2022/10/27)

 

본원에서 봉합사를 제거하였습니다.

 

치료 5일차 (2022/10/29)

절단된 뼈가 제자리에 유합이 잘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괴사된 뼛조각과 연부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용해될 수 있도록 본원에서 뼈에 박아두었던 철심을 제거하였습니다. 철심 제거 과정에서 환자는 통증을 그리 심하게 호소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의원에서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치료 9일차 (2022/11/02)

손톱 바닥 아래 손등측 괴사 부위에 연고가 잘 닿을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손톱을 제거합니다. 손톱 역시 이미 괴사되었기 때문에 제거 시 환자는 큰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습니다. 손톱 재생 여부는 절단면이 조갑기질 어디까지 침범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위 환자의 경우 다행히도 손톱 제거 후 바닥면에 손톱이 자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 12일차 (2022/11/05)

연고에 용해되지 않는 부육 조직을 적극적으로 제거한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손가락의 길이가 단축될 수 있음을 치료 시작 시에 환자에게 고지하였습니다.

 

치료 15일차 (2022/11/08)

바닥에서부터 비스듬하게 손톱이 상당히 많이 자라났으며, 부육 조직을 제거한 후 아래에 육아조직이 잘 자라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치료 24일차 (2022/11/17)

절단 과정에서 분쇄되었던 뼛조각 일부가 용해되지 않고 남아있어, 이를 제거한 후의 모습입니다. 제거 부위에서는 육아조직이 차오릅니다.

 

치료 32일차 (2022/11/25)

손톱 조직이 사선 형태로 바닥에서부터 비스듬히 차오르고 있습니다. 말단 부위 육아조직도 잘 자라고 있고, 피부 상피화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치료 40일차 (2022/12/03)

 

치료 68일차 (2022/12/31)

말단부에 생긴 일부 딱지가 떨어지는 일만 남았으며 치료가 대부분 종결된 상태입니다. 손톱 조직도 더 자라나 밀려나면 모양과 색이 다듬어집니다. 절단되지 않은 반대쪽 수2지와 비교하였을 때 잘려난 뼈의 길이만큼 아주 미세한 길이 단축이 있으나 거의 유사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말단부는 비후성 반흔이 일어나 일부 딱딱한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지속적인 침 치료로 점차 회복됩니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여 잘 나아주신 본 사례의 환자분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허선진/ 자연재생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