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4> - 『(智竗措鍼)經驗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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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4> - 『(智竗措鍼)經驗方』②     
  • 승인 2023.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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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異本 사암침 의안에 남겨진 실마리

  이 사본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저작시기를 가늠해 볼 연기가 적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서문에 적힌 내용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문자출입이 있을 뿐 대동소이하지만 서문 말미에 “辛酉至日 智竗病夫書.”라고 밝힌 필사기에서 작성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신유년이란 연기가 적혀 있다는 점이 사암침법의 전승과정과 이 경험의안의 작성시기를 추정할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간지만 갖고 시기를 단정하기에는 한계점이 엄존한다. 다만 인용문헌이나 사암침법의 전래사실, 『침구경험방』간행시기(1644간) 등을 참조할 때, 신유년은 1681년 이후~1861년 사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智竗病夫라 적은 필명에서 필자의 근거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데, 현재 대구시 칠계 지묘동이란 명칭이 남아 있다. 현존 고문서 자료에서 경주최씨 일족이 세거했던 것으로 나타나 미처 알려지지 않은 관련성을 추적해 보는 중이다.

  ◇ 『지묘조침경험방』
  ◇ 『지묘조침경험방』

  아무튼 기존 『경제요결』수록 지산의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저술시기를 추정할 단서 하나를 얻은 셈이다. 또 하나 至日은 하짓날이나 동짓날을 두루 이르는 말이라 하는데, 여기서 따로 달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름인 하지보다는 동짓달(至月)인 동지일이기에 굳이 ‘지월지일’이라고 중복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대목은 서문 다음에 놓인 범례이다. 별도로 제목을 달진 않았으나 책의 체제와 관련해 본문의 規式과 용례를 제시한 글이기에 목록과 더불어 문헌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빠트려서는 안 될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경험방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16조)보다 1조목이 더 들어 있다.

   특히 여기에는 다른 데서 잘 보이지 않는 용어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嬰疾, 錢風, 水土, 項核, 駄病이란 명칭은 여타 의서에 찾아보기 어렵거나 쓰임이 다른 병명용어이다. 아마도 저자가 머물던 지역에서 관용적으로 쓰던 명칭을 옮긴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범례에는 본문 기술상의 특점 뿐 만아니라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임증치료시 주의사항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더러 보인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형벌 제도에 사형 다음으로 중한 죄목이 流刑인데, 죄수는 태형 즉 笞杖으로 볼기 100대를 맞고 걸음을 걸을 수 없기에 말에 태워 유배를 보냈기에, 말 위에서 장창이 덧나 배소에 닿기도 전에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문의 駄病이란 장독이 올라 죽게 된 죄인을 말에 태워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병이 깊어진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 글에서 이러한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태병으로 멀리서 온 경우, 오래지 않아 반드시 죽게 될 뿐이다. 목숨을 구걸해 애달프게 살려 달라고 샘물처럼 눈물을 쏟으며 매달리면, 차마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말로 물리치지 못해 며칠간 머뭇거리면서 무익한 말과 해롭지 않은 처방으로 위로해 보낸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죽게 되는 경우, 마음속으로 항상 나로 인하여 죽게 되었다고 여겨 주변에서 욕하는 자가 있으니 어찌 마땅한 일인가. 그런즉 마을마다 집집마다 의술에 능한 자라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겠는가라고 하며 후학들에게 간절히 당부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범례 다음으로 補瀉進退圖를 표해식으로 정리해 놓았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좌우, 수족, 남녀, 경맥의 음양속성에 따라,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수지진퇴에 따라 69보사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임증시 한눈에 찾아보기 편하도록 도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끄트머리에는 의원이 오른손 엄지를 앞으로 밀어 왼쪽으로 돌리고(左旋) 뒤로 물려 오른쪽으로 돌린다(右旋)고 적고 그림을 그려 남겼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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