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산 없다던 한의사 초음파 소송…내부 비난이 가장 큰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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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산 없다던 한의사 초음파 소송…내부 비난이 가장 큰 고통”
  • 승인 2023.01.12 05: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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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대법 초음파 무죄 판결 이끈 고동균 한의영상의학회장

‘새로운 판단기준’서 한의사 의료기기 기본 전문성 인정…다수 의료기기 보조사용 가능할 것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법원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소송의 주역에는 고동균 한의영상의학회장이 있었다. 그는 소송 당사자인 한의사를 설득해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대법원까지 이끌어왔다. 모두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던 상황에서도 계속했던 고동균 회장에게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소송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소송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소감이 궁금하다.

당사자 원장님을 설득하고 함께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대법원에서의 승소를 목표로 하고 시작한 것은 맞다. 자문을 구했던 여러 법조인들의 공통된 조언은 헌재 패소 결정이 있던 후라 1,2심의 승소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의 판단기준들을 변경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의약육성법개정, 헌재 5종 의료기기 승소건을 바탕으로 희망이 있다고 봤고 대법원 상고심을 시작할 때는 치과 보톡스 판결로 대법원이 다른 시각으로 판단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계류된 기간만 6년이 넘는 시간이었고 최근의 IMS판결, 기복기 판결 등에서 워낙 보수적인 판결이 이어져, 당일까지도 승소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판결 현장에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설명하는 대목부터 승소를 생각할 수 있었다. 기존의 기준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꿔준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판 진행과정에서 주장했던 거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날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믿었으나 10년 이상 먼 훗날의 일일 것으로 생각했을 뿐, 그것이 2022년 12월22일이 될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난관은 무엇이었나.

10년이 걸린 재판에서 난관은 다양하게 있을 수밖에 없다. 재판 당사자의 재판 자체로부터 오는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협회와의 의견 충돌 경험이나, 이기기 위해서는 정의도 양심도 필요 없는 것 같은 의협측 주장, 교육과 국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분들의 끊임없는 노력, 모두 어렵지 않은 순간이 없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한의계 내부의 비난 목소리였다.

2심 재판 후 왜곡된 의협측 관련 뉴스들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재판의 진행을 공격 비난하는 한의계 내부의 목소리는 가장 아픈 고통이었다. 사실관계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사법전문가 의료분쟁 전문가인양 떠드는 무책임한 목소리들에 피해 입은 재판당사자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1심, 2심까지는 의협과 검사와만 싸우는 느낌이었지만, 6년이 넘게 싸워야 했던 대법원 상고심 진행에서는 승소 이외에는 매한노라는 내부의 적들이 해결할 수 없는 난관이었다. 그 외의 난관은 지혜를 모으고 노력을 모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내용은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판단기준의 의의는 무엇인가.

기존의 판단기준은 간접적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법령만 있어도 이를 근거로 유추해서 면허된 행위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가 배제된 것이나, 의료기사지휘권한이 의사, 치과의사에게만 부여되고 한의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면허된 영역이 아닌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한의사가 할 수 없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한의사의 업무를 금지시키는 것으로, 무수한 고발과 법적, 행정적 처분을 야기했던 근본적인 문제였다.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반드시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있었던 기존 판단기준은 이미 이전에 판결이 있었음에도 한의사는 행위의 불법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초음파진단기, 골밀도측정기의 사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피고발되거나 재판중인 사건은 최근에도 발생하고 있었다.

새로운 판단기준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정확하게 있어야 하고, 의료행위의 범위를 진단에서 치료에 이르는 ‘전체 의료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응용 및 적용하고 있다면 한의사의 행위 범위로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임과 양방의료행위가 결코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으나, 이제는 검사가 관련없음을 명백히 입증해야 하도록 책임이 바뀌었다. 이제는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로 인지하고 있는 한은, 불법 시비로 피해를 받는 일은 없어질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기준은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할 때 의료행위로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는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인정했다. 이전에는 의사의 면허범위라는 것만으로 무면허자,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여 위해를 일으킬 것으로 전제하고 금지하였는데, 일부 전문의를 제외한 양방의 일반의와 마찬가지로 한의사에게만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이유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해준 것이다.

이는 한의학의 과학화‧정보화를 촉진시킴으로써 독자적인 발전역량을 강화하라는 것이며,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 범위에서 좀 더 기술적 과학적 발전을 이루어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받도록 경쟁 발전하라는 기본적 의료인의 자격이 인정된 것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기본적 전문성의 수준을 처음 인정받았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던 토대 중 하나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한의사의 새로운 교육과정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주장했나.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 사용과 교육의 역사는 대한민국 초음파 도입의 역사와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대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많은 근거들이 있었다. 학교교육의 발전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고, 초음파진단기 기계의 기술적 특성이 발전해 감에 따라 그대로 교육현장에서 적용이 되어 왔다. 1980년대 초음파의 도입초기에는 간 신장계 내과교육과, 부인과의 교육이 시작되었고, 1990년대 근골격초음파와 2000년대 위장관초음파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위계 내과교육이 시작되었다. 2010년도 초음파실습교육을 위한 펜텀모델이 저렴하게 개발이 되면서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대학교육계획, 기자재, 교과서의 개편, 국시개편 등 교육과 내용의 변화는 양방에 뒤진 적이 거의 없이 발전해 왔고, 그 결과는 국시에까지 반영되었다. 이를 취합하여 잘 소개하고 설명한 것이 재판에서의 주장이었고, 이 부분이 인정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향후 다른 진단기기 관련 소송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단용 의료기기의 범위에서는 이번 초음파진단기와 공통된 기준을 적용받게 되어, 대부분의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진료에 있어서 보조적으로 사용이 된다면 어떤 경우도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 반드시 보편적 한방진료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진단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했고, 이로 인해 별다른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첫째도 둘째도 연구를 통한 한의학 자체의 발전이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방진료에 있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활용의 근거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무턱대고 근거 없는 주장이 되어서는 안 되고, 기기의 특성상 확인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서 설명 가능하도록 한의학적 진료(변증근거)를 토대로 설명될 수 있는 연구가 병행되면서 한방진료기술 자체가 발전해 갈 필요가 있다.

 

▶이외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화는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앞서 행동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응원하고 동참해야 한다.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비난만 일삼고 저주하고 방해하는 것은 동료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파렴치한 짓이다.

한의사와 양의사가 당장 같은 역할영역을 가질 수 없다. 다만, 이번 재판결과로 한의사와 양의사가 좀 더 닮아지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어 현대의료기기에서 제공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상병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발전을 추구할 것이. 이는 한의학 자체의 기술발전이면서도 양의학과 공통된 정보를 활용하게 되어, 다른 체계 속에서도 서로 소통할 공통분모를 만들 것이다. 이 공통된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 것인가는 지금부터의 노력이 바꿔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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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 2023-01-23 17:47:35
환자를 치료하는 명의가 뵈어주세요.

2023-01-12 21:45:21
고맙습니다 원장님
말씀처럼 내부에서의 공격만큼 힘 빠지게 하는 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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