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2> - 『萬福眞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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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2> - 『萬福眞訣』   
  • 승인 2023.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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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疫病退送을 기원하는 새해맞이

  서명에서부터 푸근한 느낌을 갖게 되는 이 책『만복진결』은 역병 없는 새해를 맞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더욱이 서명 앞에는 ‘古今諸方, 吉凶要解’라는 수식구가 덧붙여져 있어 이 책 안에 민간 전래 풍속과 앞날의 길흉화복을 점쳐보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 『만복진결』
 ◇ 『만복진결』

  성격상 통속적인 음양술수서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편저자인 九堂 金洹이 직접 지은 서문을 붙여놓았다. 글 가운데는 이런 내용이 보인다. “……人之壽夭長短과 貧富貴賤이 皆溜於氣而生存者也라 有是氣則有是理는 自然之道也니 奚止其人고 勿莫不應이라.”하여 이기음양으로 인생과 부귀빈천의 명운을 가늠해 보고자 했다.

  또 “余以庸愚淺見으로 何敢說這理哉아 略採先賢之遺誥하야 名之曰 萬福眞訣이라하노니 人之避凶趨吉이 卽萬福之源也라 千萬其事에 何莫不適哉아 是以로 陰陽理氣之說이 此殊彼殊하야 各立其門이나 然而罔不本乎卦象하니 ……”라는 말로 흉액을 피하고 길조를 쫒고자 하는 인간 본능이 곧 만복의 근원이라고 단언한다. 천변만화 세상사가 모두 음양이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목차에 갖가지 내용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전문은 크게 제1편 天機部, 제2편 지리부, 제3편 인사부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천기부에는 年事吉凶門, 가정만법길흉문, 陰晴門 등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리부는 占山門과 葬擇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 인사부는 命運門, 斷時門, 洪烟門, 夢讖門, 卜字及破字門, 혼인문과 療治門, 그리고 끝으로 當年禍福門 등 8장이 실려 있다.

  전체 수록 내용 가운데 의약관련 부분은 제7장 료치문이 가장 직접적이라 할 수 있는데, 避瘟疫科를 필두로 시작하여 諸病救急科, 부인과, 소아과, 誤呑諸物科, 各種滯祟科, 諸咬傷科, 諸傷通治科, 가축치료과, 辟除蟲科, 맥법도, 却病諸方, 天干字病占, 地支字病占, 病鬼名及退送方向, 祛病符, 병인길흉예언, 避病五鬼起例, 병인생사예판법에 이르기까지 무려 19항목에 걸쳐 제법 상세하다.

  제8장 당년화복문에는 토정 이지함의 명성을 빙자한 土亭先生行年訣(일명 石中訣)이 실려 있고 이어 책 끄트머리에는 부록으로 태양출입시, 대장방운행법, 상문방운행법, 역사방운행법 등을 위시하여, 지구전체주위도계표, 지구전체운동속력표, 일요일윤회표에 이르기까지 음양역법과 관련한 갖가지 항목이 망라되어 있다.

  그 가운데 逐日人神所在는 일명 ‘不宜鍼灸’일로 1달 30일 동안 날자별로 인체의 부위별, 경락별, 침이나 뜸을 시료하지 못하는 부위를 지적해 놓았다. 예를 들면, 1일에는 足大趾, 2일에는 外踝, 3일에는 넓적다리 안쪽(股內), 4일에는 허리, 5일에는 입, 6일에는 손, 7일에는 內踝, …… 등이다. 이는『동의보감』침구편에 실린 것을 초출한 것인데, 원래『신응경』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태중남녀예판법은 『동의보감』에서 경험에 의거해 제시한 ‘辨男女法’과는 다른 수리계산법이다. 부인이 회임 가능한 상한선이라 할 49세에서 회임한 달수와 19를 더하고 거기서 어미의 나이를 제한 다음, 다시 33을 빼서 1만 남으면 남아이고 짝수가 나오면 여아를 낳는 것이다. 합리적 근거를 따져보기 어려운 수리음양설일 뿐이다. 이에 관해서는 앞선 글을 함께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624회 人生疾苦 점쳐본 의료습속, 2014.3.13.일자.)

  료치문에는 온역을 피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간혹 한글 풀이까지 곁들인 경험단방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대부분 속설이나 맹목적인 기주법에 가깝다. 예나 지금이나 매서운 역질 바람에 당황하여 속수무책인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 씁쓸한 심정이 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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