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용성 사향’ 한약 제형의 변화에 대한 방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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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용성 사향’ 한약 제형의 변화에 대한 방향성 제시
  • 승인 2022.12.3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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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김용수

mjmedi@mjmedi.com


김용수
동서비교한의학회 회장

“夫藥者 治病之物 蓋流變在乎病 主治在乎藥 製用在乎人 三者闕一不可也” 藥이란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변화함은 병에 있고, 병 치료를 주관하는 것은 약에 달렸으며, 약을 修治 하여 쓰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 東垣 )

일찍이 東垣이 강조하였듯이 약효를 증대시키고 부작용을 없애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本草의 法製 修治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런 法製 修治의 정신이 현대적으로 발전한 것이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이다.

약물의 생체 이용률을 증대시켜 효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형들이 개발되고 있다. 약효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전달 시스템,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게 하는 표적 전달 시스템, 흡수를 촉진하는 전달 시스템 등 다양한 전달 시스템이 연구되었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약물들이 개발되어 의료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복용하기 불편한 탕약을 복용하기 편리한 환, 정제, 스틱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제형의 변화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진정한 제형의 변화란 한약의 효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공법을 개발하는 것인데, 우리는 아직도 비효율적인 열수 추출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

루틴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진세노사이드 사포닌 인돌 다당체 등 한약의 주성분들은 열수 추출로는 추출이 안 되거나 흡수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황기의 주성분은 다당체, 이소플라본류의 칼리코신 프로모노네틴, 사포닌인데 열수 추출로는 다당체만 추출되고 칼리코신 프로모넥틴 사포닌 같은 핵심 유효 성분은 추출되지 않는다. 추출된 다당체는 분자량이 크고 흡수율이 현저히 떨어져서 생체 이용률이 낮아서 대량으로 사용해야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다. 열수 추출로 다당체만 추출되니 황기 맛이 감미가 되지만 칼리코신 프로모노네틴, 사포닌 같은 핵심 성분을 모두 추출하면 산미가 된다.

녹용은 정성을 다해 오래오래 달일수록 약효는 줄어든다. 열수 추출하면 유효 성분인 단백질이 변성으로 약효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부터 생 녹용을 건조하는 방식이 냉동건조 방식으로 바뀌었고 녹용 추출방식도 열수 추출에서 저온 효소추출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열수 추출에만 의존하는 한약 제형은 유효 성분의 생체 이용률이 낮아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고비용 저효율의 제형이다.

열수 추출 한계를 극복하고자 동서비교한의학회 부설 중앙연구소에서 새로운 한약 제형을 연구하여 개발한 공법이 수용화 공법과 증폭 기술이며, 수용화 공법과 증폭 기술을 적용하여 제형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약물이 사향이다.

사향은 신경세포 재생. 간세포 보호. 우수한 항염. 항암 효능 등을 나타내는 활용 가치가 높은 약재임에도 난용성 물질로 생체 이용률이 저조하며 또한 열을 가하면 유효 성분(방향성화합물)이 휘발되기 때문에 산제로만 사용이 제한되었고, 고가의 약이라 가격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지니고 있다.

사향의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물에 녹지 않는 사향의 유효 성분을 물에 잘 녹게 만들어 생체 이용률을 높여 항염증 효능을 3배 증가시키고, 증폭 기술을 통해 유효 성분을 13배 증폭시켜 사향 조제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하여 고비용 저효율의 사향을 저비용 고효율의 사향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한약 제형의 변화이다.

◇사진1. 사향의 용해도는 27.21 ± 7.17 %, 수용성 사향의 용해도는 100.00 ± 8.90 %로 육안으로도 용해도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항염증 효과 연구를 통한 사향의 수용화 기술 평가’등의 논문을 통해 기존 사향과 수용성 사향의 용해도와 효능을 비교한 결과 수용화 공법으로 인해 사향의 용해도가 크게 증가함을 확인하였고 수용성 사향이 기존 사향보다 항염증 효능이 3배 더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향 수용화 공법은 난용성 물질인 사향 성분을 물에 잘 녹게 하기 위한 핵심 공법중에 하나가 리포솜 공법이다. 리포솜화는 유효성분을 세포로 빠르게 흡수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리포솜화된 수용화 사향은 인지질 이중막에 의해 둘러싸여 있어 세포 내 물질 수송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며 외부 자극에 대해 안정적이어서 엘무스콘 같은 사향의 방향성 화합물을 더 많이 오랫동안 보존되며 열처리 시에도 휘발성 성분이 휘발되지 않고 보존되어 사향의 향과 효능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용성 사향을 120도에서 고압 멸균 소독해도 유효 성분이 소실되지 않기 때문에 사향에 함유된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게 되어 사향의 안전성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사진2. 5만배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리포솜화 된 수용성 사향

 

◇사진3. 리포솜화는 인지질 막 안에 유효 성분을 넣어 인지질로 구성된 세포막에 접촉하면 쉽게 유효 성분이 세포내로 주입이 되어 효과가 증대된다. 이런 리포좀 공법은 內經藥鍼. 수용성 사향 웅담 우황. Rg3진세노사이드등 수용성 진세노사이드. 조제에 적용된다.

 

리포솜화 공법과 한방 특유의 발효 공법을 적용한 수용성 사향의 개발로 산제(공진단)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사향을 탕제, 공진단 약침, 마시는 공진단 등으로 활용도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증폭 기술의 개발로 사향 가격을 절반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어 고가의 사향을 약방의 감초같이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향 수용화 공법의 개발로 사향과 같이 희귀 동물성 약재인 웅담·우황에도 수용화 공법과 증폭 기술을 적용하여 사향 ·웅담·우황과 같이 임상에서 처방하기 어려운 고가의 약재들을 부담 없이 탕제로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제약업계 등에서는 효능을 증대시키기 위해 약물전달시스템 연구가 활발히 있고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방은 아직도 비효율적인 열수 추출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

약물전달시스템이 발전함에 따라 한약도 최신 기술로 法製 修治를 한다면 한약이 합성 의약품보다 효능이 우수한 천연물 의약품으로서 가치와 대중 선호도가 크게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약물전달시스템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약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한약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본초의 法製, 修治 정신에 입각하여 한약 제형의 변화 연구가 활발히 일어난다면 한약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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