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0> - 『四言擧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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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0> - 『四言擧要』
  • 승인 2022.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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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4글자로 기둥 세워 診脈하는 요령

  오랜만에 진단분야 전문서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흔히 조선시대 통용했던 진단법 특히 맥진에 관한 교과서로는 거의 다 왕숙화맥결을 그 시원으로 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원형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었기에 갖가지 견강부회와 異說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맥학의 정통이 흔들리게 되었고 맥결 원문은 끊임없이 시비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 『사언거요』

  위에서 말한 맥결의 문제점은 사실 허준이 그 어떤 책보다도 앞서 진단학 교과서격인 『찬도방론맥결집성』을 교정하여 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이 자리를 통해 소개했던 글(23회 許浚의 처녀작 - 『纂圖方論脈訣集成』, 2000.2.7일자, 204회 書影 속에 비친 龜岩의 그림자 - 『纂圖脈』, 2004.6.7일자)을 비롯해 『의성허준저작집』(2014)에 자세하다.

  나아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찬도방론맥결집성』의 전구작이라 할 수 있는 허준의 맥결 주석서 『圖註王叔和脈訣』(238회 허준이 註釋한 太醫令의 眞訣, 2005년3.28일자)도 의학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신발굴 사료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찬도방론맥결집성』 편찬과 불가분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놓여있는 진맥 전문서라 하겠다.

  또한 이밖에도 조선시대에 주로 사용되었던 맥진서로 『脈訣理玄秘要』(22회 北窓이 들여온 맥학서, 2000.1.24일자)를 비롯해 『圖註難經脈訣』(66회 그림과 노래로 배우는 脈學 자습서, 2001.4.9일자), 또 보통 직지맥으로 통칭되는 『新刊仁齋直指方論醫脈眞經』(235회 손끝에 마음을 매달아, 2005.2.28일자), 그리고 『診脈訣』(630회, 2014.4.24일자)이나 『脈圖』(654회, 2014.10.30일자), 『圖註脈訣辨眞』(868회, 2019.5.9.일자) 등이 검토된 바 있다.

  이 책은 아주 적은 분량으로 이뤄진 짤막한 맥결가에 불과한데, 대문은 4언4구의 가결로 되어 있기에 제목에도 ‘사언거요’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 보건대, 미세하고 복잡하며 다양한 맥상을 모두 다 숙지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함축적으로 요약해서 암송할 필요성이 절실했었던 것이리라.

  본문은 9장18면에 불과한데, 전문은 608구 2432자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脈乃血脈, 氣血之先, 血之隧道, 氣息應焉. 其象法地, 血之府也, 心之合也, 皮之部也.……”로 시작한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맥이란 혈맥 즉 혈액이 흐르는 맥관이란 실체로 정의한다.

  또한 혈액의 운행과 호흡이 서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며, 진맥이 기본적으로 천기가 아닌 지기 즉 인체내 질적인 상태를 가늠하기 위한 척도라고 말한다. 아울러 혈액을 담아두는 곳집이자, 심장과 부합하며, 거죽에 위치한다고 적었다. 말미에서는“…寸左右彈, 陽蹻可決, 尺左右彈, 陰蹻可別, 關左右彈, 帶脈當訣, 尺外斜上, 至寸陰維, 尺內斜上, 至寸陽維.”로 奇經까지 이어진다.

  원작은 宋代 崔嘉言으로 알려졌는데, 명대에 이르러 李言聞이 增刪해 정리했다. 훗날 아들인 李時珍이 맥법을 보급하기 위해 쓴 『瀕湖脈學』에 가전맥법과 함께 채록되었기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대개 문장은 짧고 간결하되 중요한 요령만을 명료하게 요약해 놓았기에 임상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시진이 『본초강목』에 덧붙여 펴낸 『빈호맥학』에 대해서는 진즉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으니 앞선 글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살피는데 유익할 것이다.(687회 본초약물에 앞서 올바른 診脈, 2015.7.9., 688회 호수의 수면처럼 명징하게, 診脈의 요령, 동년7.16., 689회 세대를 이어 脈訣의 考證, 동년.7.23일자 참조.) 서명 탓에 사주명리를 다룬 술수책으로 오해받은 전문의학서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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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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