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한의약 전반 근거 창출과 빅데이터 생태계 구축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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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한의약 전반 근거 창출과 빅데이터 생태계 구축 목표”
  • 승인 2022.12.2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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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박민정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

2020년 활동 시작 후 300여개 과제…한약안전성정보 DUR 진입으로 한약 신뢰 획득
규제기관별 전문 자문으로 신의료기술 등재 등 지원…연구자와 유관기관 사이 연결고리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 2020년 한의계의 새로운 R&D가 필요하다는 니즈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업단은 10년 동안 다양한 한의계 근거창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며, 얼마 전 첫 3년을 맞이해 성과교류회를 열었다. 이에 박민정 사업단장과 한의계 R&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의약혁신기술사업단의 사업 목표와 활동 내용 등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우선 사업단은 한의약 연구 성과 활용과 제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의계 R&D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 성과가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의계에 활용되고 제도화되는 사례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 연구자는 제도화까지 끝까지 지켜보고 추진해야 할 할 의무가 없거니와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사업단이 중간조직이 되어 유관기관과 복지부, 연구자 성과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화 목표별로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각 연구 과제는 각기 품목허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신의료기술 등재 등 제도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설계와 고려사항이 있다. 예를 들어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한 과제라면 NECA의 신의료기술 담당자와 네트워크를 확보해서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해당과제에 필요한 전략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 규제기관에서도 한의계에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의계에서 제도화를 추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한의계 첫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EFT도 자문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도움을 받았고, 결국 한의계의 첫 신의료기술 등재를 이뤄냈다. 이외에도 ▲염증성 피부질환 및 장질환 치료 처방 연구 품목허가 자문 ▲요반부 골반 질환 추나 진단법 신의료기술 신청 전략 ▲비암성통증에서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및 부작용 감소 침치료 효과 연구 빅데이터 분석 자문 ▲VR기반 정신치료 오지상승위치료법 신의료기술 전략 자문 등의 시도가 있었다. 최근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진단 평가와 치료기술 연구를 진행하면서 신의료기술 신청을 추가하였다. 실제 평가는 받아봐야 알지만  신의료기술 신청이 점점 늘어나면서 등재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사업단은 한의약 임상연구 빅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혁신기술개발사업에서는  전향적 임상연구  과제가 많은데, 기존에는 데이터가 해당 연구 목적으로만 수집되고 그 이후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됐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임상연구데이터는 깨끗하고 질이 높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 필요하다. 향후 한의약 임상연구 데이터 2차 활용을 위해서 사업단에서 미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적합한 eCRF(환자 정보를 웹상에서 디지털화된 형태로 입력하고, 이를 DB로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고, 표준화가이드라인도 발간했다. 연구자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향후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연계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임상연구 데이터 허브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라 공유가능한 데이터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사업단에 종료되는 연구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 데이터를 2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많아질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넘어 (가칭)한의약임상연구빅데이터사업을 기획하고, 임상연구데이터를 2차 활용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약물상호작용연구 연구를 진행하고 이 결과를 DUR에 진입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조제한약은 아직 표준화되지 않아서 보험 한약제제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약제제를 다빈도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 합성의약품과 함께 먹었을 때 어떤 이상반응이나 약동학적 변화가 생기는지에 관한 비임상연구와 임상연구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이 결과가 병용투여 지침으로 나올 예정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한약안전성정보가 심평원의 DUR에 등재되는 것이 목표이다.

DUR시스템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을 때, 다른 병원에서 비슷한 성분의 약이나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면 경고음이 뜨는 식으로 사전적 약물 안전성 정보를 제공한다. 한약은 아직까지 DUR 적용이 되지 않아서 한약과 양약을 함께 복용했을 때의 정보가 없다. 정보가 없다는 것은 우연한 부작용이 생겨도 한약 전체가 위험한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의미이다. 약물상호작용 연구 결과가 DUR에 진입한 이후에도 한약 안전성에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확대해서, 한약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양방도 이 분야는 10년 이상 계속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한약도 비록 처음에는 특정 한약제제와 특정 한약을 복용할 때 단순한 단순한 정보로 시작할 수 밖에 없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약물상호작용연구는 한의계 뿐만 아니라 의학계, 약학계, 한약학계 등과 협업해 다학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관련 유관기관 집담회를 열었고, 약물상호작용 연구 결과를 제도적을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가뜩이나 한약 복용을 꺼리는 현실에서 한약 복용 주의 정보가 왜 DUR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신뢰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약과 관련해서 큰 부작용이 생겼을 때, 이것이 일시적이거나 우연에 의한 증상인지 아니면 부작용이 될 만한 요소가 있는지는 데이터가 없으면 판단하기 힘들다. 한약 안전성 정보가 없다면 모든 한약이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매도당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 데이터가 꾸준히 수집되면 이에 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약에 대한 간독성, 신독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도 차단하고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를 낼 것이다. 정보가 많다는 것은 그 약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약을 안전하게 쓰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개인적으로, 한약 전체를 관리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생겼으면 좋겠다. DUR 외에도 안전한 약물 복용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많다. DUR은 처방 시점에 알림을 주는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이고, 약을 복욕한 이후 환자의 부작용을 보고하는 시스템도 있는데, 이 부작용 보고 시스템이 한약에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목표는 사업단의 안정화이다. 사업단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속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임시조직에 가깝다. 사업단 조직이 안정화되고, 이들의 개별 역량이 강화되면서, 사업단의 여러 활동이 한의계에 좋은 영향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고 싶다.

 

▶지난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성과교류회 당시 최신광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보건복지 분야 R&D 중 한의계만 유일하게 -3%로 역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라고 생각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분야의 많은 예산이 감염병 예방이나 백신 개발 분야에 투입됐다. 한의계는 여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대응했다 하더라도 정부기관의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한의약분야 예산이 깎였다기보다는 기존사업이 계획대로 종료되었던 반면,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현재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이 유일하다. 최신광 한의약산업과장도 한의약 R&D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한의약 분야 예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의계가 이러한 역량이 있다고 어필하는 것이다. 처음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기획할 때도 사업의 내용이 좋으면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의 분야의 예산을 받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뿐만 아니라,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회,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모두 함께 노력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R&D를 기획할 때도 나누기보다는 한의계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한다.

 

▶사업단의 내년도 계획은 무엇인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은 10년동안 운영되면서, 매년 새로운 과제가 약 30-40개씩 늘어나고 있다. 인력은 똑같은데 과제수가 늘어나다보니 다들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과제 관리만 하면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개별 연구가 전체 사업에 도움이 되려면 각 과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리를 넘어 공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서도 사업단 연구원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새로운 연구, 좋은 연구는 현재도 많은 연구자들이 잘 수행하고 계시고, 사업단은 세부 과제를 지원하면서 앞서 말한 네 가지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하게 일을 하다보면 10년 뒤에는 많은 성과가 쌓일 것이다. 사업단이 처음 시작된 것이 2020년이기 때문에 2025년 무렵에는 일부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 수행 과정과 결과를 함께 분석하면서 이를 잘 활용하도록 전략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에는 한의약 임상연구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의약 데이터를 건보공단이나 심평원과 공유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하려 한다. 임상연구 데이터를 건보공단 등의 자료와 결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협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약 R&D분야에서 일한지 7년 정도 되었는데, 연구자의 역량이 커지고 연구 범위가 다양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한의대를 졸업해서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IT나 AI분야 전문가, 의료기기 전문가도 있고, 제약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한의계의 이러한 다양한 연구자와 연구가 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의학은 다른 분야와 협업할 때 매력적인 분야라 생각한다.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타 분야 전문가는 한의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의약 전공자가 다른 분야로 지견을 넓혀가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두 가지 분야를 전공한 융합전문가들이 한의계에 도움이 많이 되고, 앞으로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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