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맹인 침술사가 목격한 그날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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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맹인 침술사가 목격한 그날의 죽음
  • 승인 2022.12.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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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올빼미
감독 : 안태진출연 : 유해진, 류준열, 최무성, 조성하
감독 : 안태진
출연 : 유해진, 류준열, 최무성, 조성하

최근 실제 역사에 허구의 이야기를 덧댄 팩션 사극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다보니 간혹 역사 왜곡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로인해 팩션 사극의 경우 최대한 역사적 사실을 건드리지 않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2월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는 <올빼미>의 경우 매우 독특한 상상력을 실제 역사에 접목시키며 팩션이 갖고있는 장점을 맘껏 발산하면서 한국적인 스릴러로서 관객들에게 색다른 영화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는 어의 이형익(최무성)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유해진)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아들의 죽음 후 인조의 불안감은 광기로 변하여 폭주하기 시작하고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밤에 잘 안 보이는 ‘야맹증’이 생긴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낮에는 안 보이지만 밤에는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주맹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이번 <올빼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마치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맹증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재해석하며 영화 <올빼미>를 이끌어 가는 주된 소재로서 관객들의 심장을 들었다놨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매우 영리하게 처리하며 극적인 재미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맹인 침술사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류준열과 지금까지 늘 서민 역할만 하다가 처음으로 왕을 맡게 된 유해진의 놀라운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며 웰메이드 사극 영화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같이 <올빼미>는 맹인이 자신이 목격한 사건에 대해 얘기한다는 아이러니로 출발하고 있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과연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딜레마를 관객들에게 질문하며 진정한 용기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스릴러와 달리 사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호흡이 그리 빠르지 못해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신선한 소재와 주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올빼미>는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관객들의 호평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만약 오랜만에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재미도 있고, 색다른 한국형 스릴러 영화를 맛보고 싶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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