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질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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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질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길
  • 승인 2022.12.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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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쉽게 풀어 쓴 선조들의 질병 치료법, 정지훈 지음, 은행나무 펴냄

세상엔 건강을 위한 지침서가 꽤 많이 널려 있다. 그만큼 관심도 높고 방법도 다양하다. 게다가 인류 문명의 발전에 따라 각종 질병의 가지 수는 오히려 늘어 가고, 같은 질병이라도 예전보다 되려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로봇수술과 같은 첨단의 치료법이 개발되고, 새로운 약이 표적 치료를 하는 현대에도 만성질환자는 늘어 가고, 후진국에나 있을 수 있는 새로운 돌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조상의 지혜는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고전으로서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태껏 감동을 주고 지식과 지혜를 주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이다.

『동의보감』의 번역서들이 즐비하지만,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동의보감』의 해설서다. 우선 이 책을 구분짓는 목차가 흥미롭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과 ‘겉으로 드러나는 병’ 그리고 ‘여러 가지 병’의 세 부분으로 나뉘고 있는데, 『동의보감』을 읽는 관점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간결하게 맥을 잘 짚어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의서를 읽을 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상세히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나 그것은 그 책을 통하여 얼마나 자신이 잘 습득하였는지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다. 게다가 그것을 다만 그것으로 종지부를 찍을 뿐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은 그것을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이것이 저자가 『동의보감』으로부터 얻은 지혜다. 3부분으로 나눈 분류가 그래서 높은 가치가 있다.

이처럼 『동의보감』은 읽는 사람마다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에, 조선의 의학은 후기로 오면서 크게 발전할 수 있었으니, 『제중신편(濟衆新編)』을 위시한 『의감중마(醫鑑重磨)』, 『방약합편(方藥合編)』,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등이 그러하다. 모두 『동의보감』을 깊이 공부하여 새로운 의학을 제창하였지만,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여, 저마다의 독특한 의학을 개발하지 않았던가. 비록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제대로 펼쳐보지 옷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묻힐 뻔했지만, 한국동란 이후에 겨우 발굴되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에 오히려 크게 각광 받고 있지 않은가. 한의학이 중의학의 아류로 평가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와 같은 조선 후기의 의서들은 조선의 독특한 의학을 빛낸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 내용에 있어 더욱 감동을 준다. 『동의보감』이 전하는 의학적 지식들을 현대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한의대생에게나 한의사에게도 한 번쯤 읽어보아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필자에게는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한 단락씩 읽을 수 있게 간략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좋다. 물론 필자는 처음부터 자세히 읽어나갔지만, 필요에 따라 아무 곳에서나 읽을 수 있고, 지루하지 않게 짧은 책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항상 두꺼운 책들과 씨름하며 읽어야 했던 필자로서는 더욱 그렇다. 언제나 특유의 시니컬(Synical)한 말투가 오히려 시크(Shic)했던 저자가 이 책을 마치면서 어떠한 웃음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김홍균 金 洪 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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