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열기에 의한 3도 저온화상의 한의학적 치료 증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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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열기에 의한 3도 저온화상의 한의학적 치료 증례
  • 승인 2022.11.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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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진

허선진

mjmedi@mjmedi.com


날이 점점 추워지네요. 따뜻한 난방기구가 필요한 계절이 왔습니다. 뜨끈하게 예열된 전기요에 누워 이불을 폭 덮고 찜질팩까지 올린 채 한숨 자고 일어나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온열 기구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살이 깊이 익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번 칼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저온 화상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온 화상’이란, (화상 학회에 공인되거나 의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용어는 아닙니다만) 비교적 낮은 온도인 40-60℃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화상을 의미합니다. 추운 겨울철에 난방 기구를 가열해둔 후 취침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합니다. 각종 시술 후 감각이 둔화된 부위에 오랜 시간 온찜질을 하거나, 감각 마비 환자가 적절하지 못한 온도에서 온열 치료를 받거나, 혹은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이용하다가 취침 후 발생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저온 화상은 심재성 2도 내지 3도 깊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본원에 내원하는 탕수에 의한 화상보다 보통 더 깊습니다. 고온에 순간적으로 접촉할 경우 ‘앗 뜨거!’하고 회피 반사가 빨리 일어나 접촉 시간이 비교적 짧지만, 저온 화상은 열이 천천히 피부 깊은 층까지 전달되어 단백질을 변성시키기 때문에 손상이 더 깊습니다. “그렇게 뜨거운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화상이 깊나요?” 하며 놀라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아래에서 발등 및 발가락 부위에 3도 깊이의 저온 화상을 입어 본원에 내원한 한 환자분의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든 치료 과정에서 수술 없이 침, 한약으로 조제한 연고로 치료하였습니다.

 

• 환자 : 만 36세 남성.

• 사고 일자 : 2020년 2월 중순경.

• 사고 경위 : 장시간의 온열기 접촉.

• 치료 병원 : 수상 후 피부과에서 발등 및 발가락 부위 3도 화상으로 진단 받고 3주간 치료 받았으며, 이후 자가 치료하다가 본원 내원함.

• 내원 당시 상태 : 수상 후 약 50일이 경과된 상태에서 본원에 내원함. 내원 당시 발등 및 발가락 부위 괴사가 관찰됨. 발가락 괴사 부위는 탈락될 가능성이 있었음.

• 치료 방법 : 하루 1회의 환부 및 경혈 침 치료, 하루 3회의 한약 연고 드레싱.

• 치료 기간 : 약 3개월 가량.

첫 내원 시(2020/04/07)

발등 부위에 노랗고 일부 검은색이 도는 두꺼운 가피가 관찰됩니다. 이렇게 가피가 두껍고 색이 검을수록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족부 특성상 감각이 예민할진대, 환부에 자침하여도 환자는 감각이 아예 없다는 표현을 합니다. 새끼발가락은 일부 괴사가 일어난 상태입니다. (아래에서는 발등 부위 위주로 기술하겠습니다.)

치료 3일차 (2020/04/09)

두꺼운 가피를 일부 절제하고, 연고로 녹여내기도 합니다. 중심부에 부육조직과 함께 노란 지방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피하조직까지 손상된 3도 화상입니다.

 

치료 8일차 (2020/04/14)

부육조직이 용해되면서 힘줄 일부가 드러납니다. 녹아나는 가피는 잘 닦아내고 침치료와 연고 드레싱을 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치료 18일차 (2020/04/24)

부육조직이 대부분 용해되고 환부 경계면 주위에 육아조직이 잘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환부 경계면은 상피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육아조직이 완연히 드러난 부위에 자침하면 환자는 통증 감각을 느낍니다.

 

치료 44일차 (2020/05/20)

육아조직이 경계면부터 중심부 방향으로 차오릅니다. 육아조직이 자라남과 동시에 계속해서 가피, 부육조직이 녹으며 연부조직이 드러납니다.

 

치료 81일차 (2020/06/26)

깊게 파여서 외부로 노출되었던 연부조직을 육아조직이 자라나서 타고 덮었고, 중심부 일부를 제외하면 환부가 대부분 덮였습니다..

치료 116일차 (2020/07/31)

환부가 모두 유합되었고 표면에 일부 딱지가 앉은 상태입니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잘 관리하면 딱지는 사라집니다. 피부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마찰에도 상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습 관리에 유의해야합니다. 분홍빛을 띠는 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탈색됩니다.

 

3도 화상은 손상이 매우 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피제거술 후 피부이식수술이 필요하다는소견을 듣습니다. 본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한약으로 조제한 연고와 침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3도 화상의 경우 수술법에 비해서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통증이 적고, 피부이식술 시행 시 발생하는 공여부의 추가 손상이 없습니다.

비후성 반흔(떡살), 구축 등의 흉터는 초기 손상 깊이에 따라 좌우되지만, 치료 과정에서의 적절한 대응에 따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인내와 수고로 잘 나아주신 본 사례의 환자분께 감사드리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허선진 / 자연재생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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