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파닥파닥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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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파닥파닥은 이뤄질 수 있을까?
  • 승인 2022.1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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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 파닥파닥
감독: 이대희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바다에 살던 고등어는 어느 날 인간들에게 붙잡혀 작은 횟집 수조에 갇히게 된다. 숨조차 쉴 수 없는 그 갑갑한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고등어를 방해하고, 설상가상으로 함께 지내게 된 수조 룸메이트들은 쓸데없는 희망에 부푼 고등어 '파닥파닥'을 적대시한다. 파닥파닥은 다른 물고기들의 조롱과 두발 달린 짐승들의 방해를 무릅쓰고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얼핏 설명을 들어보면 '니모를 찾아서'가 떠오르는 이 작품은 실은 그렇게 꿈과 환상이 넘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티체제라고 할 수 있다. 고등어 파닥파닥과 니모는 계속해서 "파닥파닥" 거리며 어떻게든 살아남고, 어떻게든 바다로 돌아가려고 한다. '니모를 찾아서'와 '파닥파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금만 더!! 니모 넌 할 수 있어!!"라는 응원과 "아...그거 아냐...."하는 안타까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런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정서로 가득하다. 파닥파닥은 계속해서 바다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지만 그 애처로운 파닥파닥은 대체로 인간인 우리가 볼 때는 이미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결말이 단순히 탈출 실패로 끝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중간의 과정들은 그렇다. 그래서 올드넙치를 비롯한 수조의 물고기들이 "여기 들어온 순간 넌 이미 죽어있는 거야.", "두 발 달린 짐승들을 우습게보네"라고 하는 말들은 뼈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파닥파닥의 발버둥은 무의미한가? 억압과 절망에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자에 동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일은 쉽다. 자유를 포기하고 죽은 척 하며 하루하루를 생존하는 것이 정말로 살아가는 일인가. 감독은 그 모습을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3D애니메이션과 2D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그림체, 한국 어딘가의 횟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실적인 묘사와 감각적인 표현 그 모든 것이 감탄스럽다.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2012년에 극장에서 개봉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마니아들이나 아는 작품이다. 그러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퀄리티는 뛰어나다. 그 동안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작화나 기술력은 되는데 스토리와 연출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필자의 생각을 철저하게 깨부셔주는 작품이었다.

스토리라인은 단순하지만 평면적이지 않고, 주제가 뚜렷한데다, 볼거리도 의외로 화려하다. 게다가 전문성우들을 기용했기 때문에 목소리에서 오는 위화감도 훨씬 덜하다.

상당히 재미있긴 하지만 편안한 작품은 아니었다. 필자 뿐 아니라 어지간한 사람들도 눈을 찡그리면서 공포에 질릴 확률이 높다. 12금이라는 등급에 낚여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보지 말자. 어린 나이에 너무 자극적인 컨텐츠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런 자극적인 컨텐츠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면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수 있다. 뭔가 모르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양이 어색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수가 아니라 성우라는 점만 제외하면 다른 점은 모자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쯤 추천할 법 하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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