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암 병동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 영향 받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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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암 병동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 영향 받아 썼다”
  • 승인 2022.10.1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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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21) 한의 암 병동 에세이 쓴 김은혜 연구교수

인생의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NEO 인턴핸드북-신-해리포터 시리즈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올해 6월 많은 독자들을 눈물짓게 했던 어느 한의사의 에세이가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구)한방암센터에서 수련을 받고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김은혜 교수의 경험담을 담은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주세요’이다. 이번 ‘책, 사람을 잇다’에서는 책을 좋아하다 직접 책까지 집필한 작가의 책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김은혜 교수는 ‘암 한방내과 전문의’로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병원의 경우 한방내과에서도 암 환자만 독자적으로 보는 ‘암 한방내과’라는 분과가 있어 해당 과에서 수련 및 전임의 생활을 했다”며 “최근 한의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한방치료에 대한 방향성이 근거 기반과 재현성 구축인 것에 더불어, 특히 한의암치료의 경우 ‘암’이라는 질환 자체의 특성과 암의 표준치료에 있어 현대의학(한의계에서는 ‘양의학’이라고 일컫지만 본문에서는 현대의학으로 표기)이 반드시 기반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근거’와 ‘재현성’의 중요도가 더욱 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의암치료의 현장에서 가장 비중 있게 생각해야 할 사항이 ‘정확한 지식이 기반되어 재현 가능한 의료 현장의 구축’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생각을 하며 암 환자를 6년간 진료하다 보니 자연스레 암 관련 의학서적 뿐만 아니라 인문학, 심리학 등과 관련된 일반서적도 자주 접하게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쌓여서 독서 관련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영광도 얻게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은혜 교수는 학창시절 자신이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찾아읽었던 분야가 바로 판타지와 심리학이었다고 했다.

그는 “과학고를 재학하며 사고가 이과 그 자체였던 나에게 판타지 소설은 마치 평행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서 언젠가 내가 똑같이 경험할 것 같다는 재밌는 착각을 줄 정도로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었다”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생소함이 나에게는 마치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경험’을 인생의 동기 중 하나로 가지게 됐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로 따라오는 ‘다양한 사람’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고,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자연스레 심리학에도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교를 입학하고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도 심리학 관련 강의였다. ‘역사를 알면 미래를 안다’는 말이 있듯 이러한 시간들을 보내오면서 책이 한 사람의, 한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어떤 사건들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의 집약체임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독서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해왔다”고 전했다.

김 교수 본인은 책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왔고, 책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억지로 책을 읽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강요가 역설적으로 심해지고 있는 요즘 사회에서 너무 부담을 가지고 책을 펼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때가 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가벼운 소재를 다룬 만화책을 읽어도 되고, 어차피 때가 되면 두꺼운 종이를 뒤적여야만 하는 상황이 모두에게 올 터이니 독서에 대한 압박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게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주세요’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한의사가 쓴 의료에세이가 거의 없었고, 대중들에게 한의학 암치료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료인의 진료현장을 다룬 책이 시중에 굉장히 많지만 한의사가 저술한 것은 거의 없었다”며 “앞서 말한 ‘정확한 지식이 기반되어 재현 가능한 의료 현장’임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한의사 또한 당연히 진료 현장에 대한 에세이를 쓸 수 있으며, 그 대상이 암 환자라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암 치료 체계가 현대의학의 수술, 항암, 방사선 등 표준암치료의 주도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의료 인력, 치료의 부작용, 난치성 질환, 짧은 생존기간 등의 면에서 한의암치료의 영역과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라며 “나 또한 모두가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의사로서 암을 진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모두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방식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깊은 의학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했던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함으로서 한의암치료가 이러한 육체적·사회적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끼치거나 도움을 받은 책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김 교수는 많은 책들이 자신의 글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언급했다. 이 책은 신경외과 레지던트 수련 중이던 의사가 36세의 나이에 폐암 4기를 진단받은 이후 2년 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내용 자체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이 의사의 일기와도 같은 기록이 내가 대신 전하고 싶은 환자들의 인생 이야기와 같은 분위기를 가졌던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보통 암 환자를 떠올리면 암과 그 이후의 투병생활만 따라오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가 암을 진단받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이전의 삶이 암 투병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에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을 본인이 스스로 버텨내며 담담하게 서술한 이 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책, 사람을 잇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꼭 하는 질문이 바로 다독가들에게 ‘책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인데, 김 교수의 기준은 명확했다. 책의 제목과 차례의 내용이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종이를 대신할 수 있는 미디어가 수없이 나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수박 겉 핥기 식의 지식을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방대하게 얻을 수 있다”며 “그래서 나는 책이 가지는 강점이 전문가가 구체적으로 검색해서 찾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지식을 담았거나 방대한 지식을 취합하여 하나의 맥으로 뚫어주는 내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의 특색을 가장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저자의 입장에서 본인의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제목과, 그 세부적인 내용의 축약본인 차례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을 읽을 때는 그림을 그리듯 상상하며 내용을 파악한다. 나는 책이 간접적인 경험의 통로이며 비록 글로 배운 경험이더라도 그것이 현실에서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책 속 서사를 이세계(異世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생각하며 읽어나가면 한껏 더 풍부해진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 김 교수에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며 존중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 책이 바로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였다. 그는 이 책이 인생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고 했다.

김은혜 교수는 “이 책의 핵심은 개개인의 타고난 성정(性情)과 지내 온 환경 등의 영향으로 각기 ‘사랑을 받는다’ 및 ‘사랑을 준다’라고 생각하는 상대방 및 본인의 언행이 모두 다르며 그것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는 것”이라며 “현재 엄청난 유행을 일으킨 MBTI 성격유형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서로의 다른 성격과 다른 방식의 배려가 존중되고 이해되고 있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90년대와 내가 처음 접한 2000년대 후반에는 언행이 긍정적이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배려인 행동이 혹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명확히 서술하며 해결책까지 제시한 이 책이 엄청난 충격과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고 고백했다.

김 교수에게 ‘인생의 책’을 묻자 그는 의학서적 중에서는 김범석의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NEO핸드북 편집위원회가 발간한 ‘NEO 인턴핸드북’, 배정민의 ‘닥터 배의 술술 보건의학통계’을 꼽았다. 일반서적 중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전 시리즈, 개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이야기했다.

그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 대해 “한의사도 책속의 일들을 똑같이 경험하는 이들이 있기에 책으로 출판할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던 책이다. 암환자의 진료 여부와 관계없이 한번쯤 읽어본다면 다양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책이라 추천한다”고 말했으며, 한방병원 종사자를 위해 만들어진 ‘NEO인턴핸드북’은 “한의사의 방어진료를 위한 모든 현대의학적 지식을 방대하고 심도있게 집약한 책"이라며 "내가 거듭 강조하는 한의진료현장에서 정확도와 신뢰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닥터 배의 술술 보건의학통계’는 “의학통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반서적으로 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은 “종교, 인간본성, 문학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 등 문학이 다룰 수 있는 광범위한 주제를 단 6권의 책으로, 그것도 소설의 형식으로 저술한 작가의 능력이 여실히 보인다”며 “내가 장면을 상상하며 글을 읽고 적는 습관을 가진 것에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읽은 뒤 해리포터를 그 엄청난 규모의 세계관을 창조해낸 작가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한다”며 “미지의 세계나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력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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