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8> - 『새家庭寶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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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8> - 『새家庭寶鑑』①
  • 승인 2022.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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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村老들의 손에 들려진 通俗醫書

 근래 들어 코로나 유행 추이가 확연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한글박물관에서 ‘코로나시대를 이겨내는 힘, 한글과 의학’을 주제로 학술발표대회를 개최하였다. 년전에 보물로 지정된 바 있는 을해자본 『간이벽온방』을 대상으로 각계 분야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종합적인 검토와 가치를 부여하는 자리였다.

 ◇ 『새가정보감』

  필자 역시 주최 측으로부터 의학적 가치에 대한 고찰을 부촉 받아 주제발표를 맡게 되었다. 위의 책에 대해서는 보물 지정 당시 이 자리를 통해 몇 차례 소개했기에 다시 부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941회 500년 전 평안도를 휩쓸었던 역병, 2020.12.3.일자, 942회 보물로 지정된 한글본 방역의서, 동년 12.10.일자, 943회 열병 전염을 막아주는 歲時風俗, 동년 12.17.일자 참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조선시대 한글의학서에 나타난 전염병 관련 병명이나 국어학적 고찰, 민간의료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함께 다뤄졌다. 그중 하나 ‘조선시대 한글의서를 통해 본 민간의 의료양상’에 대한 발표 내용 가운데 가정의학 상식을 수록한 가정보감류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기에 이참에 다시 한 번 살펴보려 한다.

  발표에 따르면 가정보감류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은 1912년에 펴낸 『가정일용보감』이라고 한다. 또 1918년에 나온 『가정백과요람』이나 1926년 발행한 『최신언문무쌍가뎡보감』이 뒤를 잇는다고 하였다. 가정보감류의 통속본 의약서의 시원과 그 계통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연구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지만 이렇게 공론화된 것만 해도 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여하튼 가정보감류 서적은 일제강점 이후 전통한의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의료시혜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저층 조선인들에게 가정생활에서 필수적인 기초상식과 긴요한 구급의약지식을 전해주었던 도구로써 유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실용지식에 대한 수요는 광복이후에도 전쟁과 전후복구로 인해 크게 달라지지 않아 1960~70년대까지도 그대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코너에서 소개했던 상당수 통속의서가 바로 이런 가정보감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四柱自解家庭寶鑑』(537회 2012.5.17.일자)나 『明文家庭寶鑑』(655회 2014.11.6.일자), 『家庭要鑑』(668~670회 2015.2.12.~3.5.일자), 『健生必知』(777~778회 2017.5.18.~5.25.일자), 『生活百科』(822~823회 2018.5.17.~5.24.일자) 그리고 『百方吉凶紀要』(837회 2018.9.13.일자)까지도 역시 가정보감류에 해당하는 책이라 본다.

  이러한 경향성의 연속선상에서 1960년대 지방에서 발행한 가정보감류 통속의서 가운데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자. 가정보감이란 본서명 앞에 새롭게 펴냈다는 의미에서 순한글 관형어 ‘새’를 붙여 ‘새家庭寶鑑’이라고 붙어 있다. 또 이보다 더 앞에 ‘最新實用’이란 부가어도 덧붙여져 있어 이런 부류의 서적이 시대 상황을 뛰어 넘어 지속적으로 연속 재생산되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발행한 출판사는 대구에 소재한 鄕民社란 곳인데 한국동란 이후 이른바 딱지본이라 불리는 통속소설류나 농촌에서 필요한 생활상식류 일용서적, 서간문작성법, 훈몽서, 서당교재 등속과 같이 주로 대중적인 서적들을 발행한 대표적인 출판사 가운데 하나이다. 두툼한 표지는 한국화풍 채색화로 장식해 화려해 보이지만 본문은 품질이 낮은 재생용지를 사용하여 저렴하게 출시했기에 촌로라 할지라도 장마당 책을 파는 좌판에서 손쉽게 구해 볼 수 있었다. 딱지본 통속서로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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