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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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
  • 승인 2022.09.2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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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의료단체 공동 반대성명 발표…의료계와의 의사소통 부족 등 지적

의료접근성 향상 주장에 “플랫폼 광고 많은 기관 한정”…“지나친 의료광고 규제 완화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정부가 의료 관련 온라인 플랫폼에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임상가 한의사들은 “의료기관의 가격경쟁이 환자의 의료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와의 논의가 부족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우려와 아쉬움을 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제2차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은 지난 15일 공동성명에서 이러한 유권해석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임상 현장에 있는 한의사들은 자칫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정보가 제공되면서 가격경쟁이 심화되어, 의료의 질이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A 한의사는 “온라인플랫폼으로 비급여진료비가 공개될 경우 의료의 질이 확연히 떨어질 수 있음이 우려된다”며 “환자들에게 비급여진료비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보가 제공될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최저가'에만 맞춰질 수 있다. 자연히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최저가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결국은 낮은 수준의 의료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B 한의사는 “의료전문가에 의하여 상세한 진찰과 진단이 이루어진 뒤 비급여치료처방이 정해져야 하는데,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단순한 금액비교만 남발되는 상황이 되어 국민건강권이 저해될 수 있다”며 “금액만 가지고 질 낮은 진료를 선택하게 되거나 비전문가의 임의적 생각에 의한 불필요한 추가비용지출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동감했다.

비급여진료비를 공개해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순히 의료기관에의 문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 한의사는 “정부는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 접근성이 최저가를 맞추기 위한 질 낮은 의료로의 접근성 향상이라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며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 뿐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 한의사는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 될 경우 의료접근성이 향상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를 많이 하는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몰릴 것”이라며 “또한 보험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양방의료기관으로 집중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비급여정보 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누락되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C 한의사는 “작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비급여진료비 내역을 입력하라고 할 때 부터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 아쉽다”고 밝혔다.

B 한의사는 “의료인은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가치 하에 치료법 혹은 치료케이스 공개, 광고홍보 등에 많은 제약이 있다. 사실 그런 제약 때문에 의료서비스소비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며 “이를 그대로 둔 채 금액만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인의 의견은 거의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 한의사는 “환자는 비급여 진료비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불신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명한 비용공개가 필요하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반대를 하는 입장이지만 찬성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과정이다. 이 정책을 고안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까지 이해당사자인 의료계는 논의과정에 전혀 포함되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와 의료계 관계자, 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충분히 논의하고 또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았어야 했다. 현재로서는 일방적인 통보라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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