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7> - 『和平製劑之證據』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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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7> - 『和平製劑之證據』③
  • 승인 2022.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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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체험수기로 가득한 製劑品目集

  1916년(大正5) 경성의 화평당약방 本舖에서 비매품으로 발행한 이 작은 책자에는 흑백사진 화보와 동판 선화로 그린 그림 컷이 다량 수록되어 있다. 특별히 자사제품을 복용한 후 뛰어난 효과를 얻었다는 사연이 가득 들어있는 감사 편지마다, 당시로선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흑백 사진이나 선묘로 그린 초상화가 실려 있다.

  또 뒤표지에는 당시 경성부 종로통에 위치한 화평당약방 본사 앞에 구식 승용차와 인력거, 자전거를 배경으로 임직원들이 도열해 있는 전경 사진이 대형 화보를 실어 놓았다. 이를 통해 제약사에서 대중들에게 선진적인 면모를 홍보하려했음을 알 수 있다.

  본론의 감사장편에는 화평당의 2대 영약이라는 자양환과 태양조경환을 복용하고 나서 건강을 회복하고 신기한 효험을 얻은 여러 환우들의 감사인사 편지가 국한혼용체로 실려 있다. 사연이야 모두 복약 후 득효한 것이지만 모두 실명과 그 효험을 입증하는 증명사진이나 내역을 첨부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조선팔도 각지에서 답지한 감사장에는 영산학교 교사인 김한규씨를 비롯해 자작 리병무씨 부인 송춘자여사, 충남부여 양재혁씨, 신덕현씨 부부 등 28례에 달하는 사연이 실려 있다. 거주지를 살펴보니 함북 회령, 홍산, 경성, 부여, 평북 영변, 함흥, 창평, 대구, 왜관, 강계, 황해 송화, 삭령, 종성, 북간도 등 전국에 걸쳐 있다.

  그런데 전제 사연 중 회령군 창두면에서 보내온 사례가 태반에 달한다. 또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 함경도와 북간도에 집중되어 있어 이 제품들이 대개 당시 간도개척에 동원되었던 이들에게 통신판매 방식으로 보급되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면 북간도 사례의 경우, ‘북간도 갓튼 먼 디방에셔도 이러 깃분 소식이 련속부졀’이란 제목으로 소개했는데, “그 약의 효력이 매우 신효함으로 각처에서 주문이 허다한 중 이번에 또 멀고 먼 북간도 같은 외딴 곳에서도 …….”라고 적혀 있다.

  또 같은 사연에서 “본인은 본시 함경도에서 살다가 수삼 년 전에 북간도로 반리하여 거주하는데 室人이 항상 임증과 대하증이 있어 경도가 고르지 못하고 신체가 쇠약해 자녀를 생산치 못함으로 부부가 항상 한탄으로 지내 …… 하루는 우연히 신문을 보아 귀당에서 발매하는 태양조경환이 ……”라고 하여 신문광고를 통해 효과를 선전하고 구매자에게 우편으로 판매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태아를 잉태하여 해산하기까지 과정, 즉 임신출산에 대한 기초상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면사진을 실어 놓고 “배속에 든 아기의 자라는 순서이니 사진아래 오른편은 한 달된 것, 그 다음 두 달된 것, 차차 커져서 여섯 달까지 자라는 것이되 여덟 달에 형체가 분명히 생겨 ……”운운하며 차례로 태아 발육과정을 촬영해 놓았다. 당시로선 좀 충격적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그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광고지면이 할애되어 있는데, ‘本堂實驗製劑, 官許賣藥56種 品名錄’이고 되어 있다. 그 다음 행에 ‘承寧府典醫 洪哲普 실험처방, 육군군의 張基茂 유효증명’이란 문구가 실려 있다. 또 健胃消滯에 쓰는 八寶丹을 광고하고 있는데, ‘四時勿論하고 旅行居家에 常備之靈藥’이란 광고문구가 들어있다.

  매약품목집에는 앞서 2가지 주력품목 이외에 진해산, 회생수, 전치정, 구병청열수로부터 안검염상고, 인창약, 만응단, 특제팔미환에 이르기까지 55종의 제제품목이 실려있어 본격적인 제약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乾材약초도 취급했는데, 蔘茸唐草材직수입, 서양건재각종, 英美法德上品金鷄臘(필자주: 키니네), 珊篤寧(필자주: 산토닌), 제약방신발명약 등을 취급한다고 적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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