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상황에 한의사 나설 수 있다는 것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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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에 한의사 나설 수 있다는 것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 승인 2022.09.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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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당직 때 늘 하던 일이라 몸이 저절로 반응…기내 응급 키트 다양하게 구비”
▶인터뷰: 비행기내에서 응급 처치한 박혜웅 한의사.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 9월 7일 김포를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 이 자리에 있던 박혜웅 한의사가 응급조치를 해 공항내 119 구급대원들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고 같은 상황을 겪을지도 모르는 한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간략한 본인 소개를 해 달라.
우석대 한의대 08학번이고 현재 경남 김해시 소재 요양병원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다.

▶비행기 내에서 응급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했다. 당시 환자 상황은 어땠나. 
비행기가 김포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고, 안전벨트 지시등이 꺼져 승객들이 짐을 꺼내며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줄을 서고 있을 때였다. 한 중년 여성분이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라고 다급하게 외쳤고, 뒤를 돌아 봤더니 젊은 여학생으로 보이는 분이 축 늘어져 중년 여성분에게로 안겨있는 모습이었다. 승무원들이 환자를 수차례 소리내어 불러보았지만 환자는 대답이 없이 눈을 감고 늘어져 있었고, 곧 기내에 의료인이 있으면 도와달라는 방송이 울렸다.

 

▶어떤 치료를 했나. 
우선,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호흡과 맥박은 잘 유지되고 있었지만, 눈을 뜨지 못하고 불러도 반응하지 못하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의식소실이므로 우선 뇌로 향하는 혈액을 늘리기 위해 환자를 눕히고, 여성 승무원으로 하여금 꽉 끼이는 속옷과 바지를 풀게 하였으며, 다리를 객실 의자에 올려놓고 안정을 취하게 하는 한편, 인영맥을 촉지하며 혹여나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지 않을지 감시했다. 
이윽고 환자가 서서히 눈을 떴다 감았다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부르는 말에 작게나마 대답하는 상황이 됐다. 환자는 이곳이 비행기 기내임을 인지하며, 자신이 이름과 나이를 말할 수 있었고, 춥고 몸이 떨린다 호소하며 식은땀을 흘리기에 혹 저혈당을 의심하여 승무원들께 부탁해 사탕을 구해서 환자 설하에 물렸다. 그러고 있는 사이 신속하게 공항내 119대원들께서 도착하였고, 들것에 실어 구급차에 이송하였는데, 구급차에 누워 있을 때는 환자가 눈을 완전히 개안하고 대화가 가능하신 모습을 보여서 그때 안도하게 됐다.
이후에는 구급대원들과는 전원할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승무원들과는 환자 보호자에게 어떻게 연락드려야 할지를 일러 드리고 내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닥터콜이 나왔을 때 순간 망설여지기도 했을 텐데.
솔직히 환자가 좀 멀리 있었으면 고민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워낙 지근거리에 있었고, 당직 때 늘 하던 일이라 그런지 아마 내 몸이 ‘그냥 일하는 중이었나보다’ 하고 반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한의사들도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말해달라. 
항공기 승무원들께서도 기본적인 응급환자 대처교육을 이수했지만 구급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실제적인 경험의 부재로 인해, 생각보다 기초적인 부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또 응급환자라고 해서 항상 어려운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접했던 상황처럼 간단한 처치만 필요한 경우도 많고, 또 현장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다수의 의료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또, 기내에는 제세동기를 포함해 기본적인 응급의약품이나 키트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어느 정도 발생할법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게끔 세팅되어 있다는 것도, 사후에 승무원 규정집을 읽어보면서 알게 됐다. 
근래 들어 한의학 폄훼와 한의사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행기 기내 응급상황에 한의사는 나설 수 없다는 식의 조롱 섞인 밈(meme)이 도는 것을 보고 분개하고 마음 아파 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럴수록 우리는 행동으로 보여줘야한다. 닥터콜을 접하시게 된다면 고민하시지 말고 한번 나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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