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6> - 『和平製劑之證據』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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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6> - 『和平製劑之證據』②
  • 승인 2022.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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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어느 누가 목숨을 사랑치 아니 하리요

  이제 본문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이 작은 책자는 제약사의 제품소개와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한 것임을 의식해야 하는데, 첫 면부터 주력상품 2종에 대한 주치효능과 함께 대형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에는 ‘부인영약 태양조경환약갑표본’이란 제목이 달려 있으며, 그 아래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여져 있다.

 ◇ 『화평제제지증거』
 ◇ 『화평제제지증거』

  “약 먹는 법과 금기되는 식물(食物)은 약갑 속에 자세히 기록하였으니 주의하시오.”(이하 필자 현대표기법 전환, 띄어쓰기 적용.) 또 사진 하단에는 제반 부인병에 폭 넓게 적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의 주치효능이 기재되어 있는데, “자궁병혈도(子宮病血道), 경도부조, 냉증, 혈적(血積), 월경시요통, 하복통, 적백대하, 요통, 기타 부인의 여러 가지 병에 전치(專治)하는 영약이 올시다.”라는 해설이 들어 있다.

  또한 효능조문 곁에 정가표가 제시되어 있다. 최소단위 5일분으로부터 시작해 10일, 20일, 30일분을 기준으로 1원, 1원80전, 3원40전, 5원으로 가격을 책정해, 장기 복용할 때 할인가를 적용함으로써 박리다매를 전제로 한 판매촉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뒷면에도 역시 이 회사에서 2대 주력품종으로 내세우는 자양환이 동일한 방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약은 보음보양에 통치방으로 쓰이는데, 주치 효능란에 신기부족, 房事不容, 신허요통, 病後氣短, 수족궐냉, 陽痿不起, 음허화동, 房事後腦困, 形容蒼白, 遺精多夢 등 음허양허증에 의한 다양한 증상이 적응증으로 등장한다.

  효능은 한자표기와 한글을 병치해서 구분했는데, 여기에는 좀 특이한 점이 보인다. 한글조문에는 없던 조항이 한자내역에 보이기도 하는데, ‘吸煙斷煙客의 體質虛弱消瘦’라는 조항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약갑 표면의 그림에 금강역사가 호랑이를 주먹으로 때려잡는 모습을 그려 넣어 허약한 남성의 기력을 보충해 주고 스테미너를 북돋아 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어 ‘남녀필용 두 가지 령약 자양환/태양조경환의 공효’라는 문장이 실려 있으며, ‘京城 鐘路 和平堂藥房主人 李應善 敬白’이란 문구가 적혀있어 서문격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한문으로 쓴 문장과 한글로 풀어쓴 대역문이 잇달아 실려 있는데, 아마도 다양한 계층을 이용대상으로 상정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용 가운데 “사람이 무병건강한 것은 혈기가 있는 연고니 비유컨대, 물에 근원이 있는 것과 나무의 뿌리 있는 것과 같으니……사람의 생활상 요긴한 것은 오로지 혈기의 많고 적은 것으로 무병하고 건강치 못한 것을 표준삼는지라 서양의사(泰西醫家)들이 사람의 혈분을 검사하여 그 원리를 밝힌 후로 보혈증기하는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케 하는 것을 더욱 힘씀은……”라고 하였다.

  한편 부인의 調經求嗣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태양조경환의 효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사랑하는 동포여!……또 부인네의 아이 낳지 못하는 병증은 사람마다 즐겨 구하나 원하는 대로 성사하는 일이 드문 것은 우리도 항상 한탄하는 바라……”라고 해 감성을 자극하는 호소력 있는 문구를 동원해 구매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고어가 있어 부득이하게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편집자주-

 

  첫 글에서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서 어느 누가 목숨을 사랑치 않으리오. 그러므로 병든 사람은 병을 고치기 위해 항상 급급하게 근심하고 몸이 약한 사람은 충실하기 위해 나날이 애를 쓰는 지라……”하여 건강회복을 바래는 간절한 심정에 호소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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