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검은 전화기 속 사라진 아이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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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검은 전화기 속 사라진 아이의 목소리
  • 승인 2022.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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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블랙폰
감독 : 스콧 데릭슨출연 : 에단 호크, 메이슨 테임즈, 매들린 맥그로
감독 : 스콧 데릭슨
출연 : 에단 호크, 메이슨 테임즈, 매들린 맥그로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범죄도시2>가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계의 화려한 컴백이 시작될지 알았으나 성수기 중에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에 거대한 제작비와 톱스타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흥행면에서 큰 재미를 못 보면서 한국영화계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또 하나의 성수기인 추석 연휴 극장가의 라인업이 예년과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그로인해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공조2>의 독주가 예상되는 와중에 믿고 보는 공포영화 전문제작사인 블룸하우스의 <블랙폰>이라는 작품에 눈길이 끌린다.

덴버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납치되어 사라진다. 특별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피니(메이슨 데임즈)의 여동생인 그웬(매들린 맥그로)은 검은 풍선을 든 남자에게 아이들이 납치되는 모습을 꿈꾸게 된다. 이후 피니도 검은 풍선을 든 그래버(에단 호크)에게 납치되고, 지하실에 감금된다. 잠시 후 피니는 지하실에 있는 고장 난 전화기의 벨소리를 듣게 되고 전화기를 통해 먼저 납치되었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블랙폰>은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아들인 조 힐의 중단편집 <20세기 고스트>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이 함께 하면서 색다른 공포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극악무도한 아동 연쇄 납치 살인범에게 납치된 아이의 탈출기라고 할 수 있는 <블랙폰>은 매우 직관적으로 스토리텔링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한 남매에게 일어나는 예지몽과 영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며 관객들에게 서서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인해 공포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이자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다룬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점차 문제해결능력을 높여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관객들도 어느새 감정이입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살인마인 그래버가 왜 아이들을 납치하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타의 영화에서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 해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약간의 단서를 알려주는 것에 반해 <블랙폰>에서 아무 설명 없이 끝이 난다. 물론 흥행이 되면 속편을 제작하겠다는 제작자의 언급이 있었는데 이미 8월말 기준으로 제작비 대비 8.7배를 뛰어넘는 흥행을 했다고 하니 그 궁금증은 속편에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에단 호크가 납치 살인마로 출연하면서 연기 변신을 하고 있으며, <블랙폰>을 통해 첫 영화 데뷔를 한 16살의 메이슨 테임즈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책임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차세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강점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블랙폰>을 통해 정신적으로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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