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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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
  • 승인 2022.09.0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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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여름날 우리
감독: 한톈
출연: 허광한, 장약남 등

첫사랑은 영영 잊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어둔다는 이야기가 있다. 첫사랑만의 풋풋했고 모든 새로웠던 우리의 청춘, 서툴렀기에 더 미안했던 마음과 열정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날 우리’는 그런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한 남자의 고백이다.

영화는 수영부이지만 수영보다는 싸움에 더 의욕이 넘치는 남고생 저우샤오치가 전학생 요우용츠를 보고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요우용츠는 저우샤오치를 쳐다도 보지 않는 쿨하고 공부도 잘하는 학교 최고의 미녀로 자리잡지만, 저우샤오치의 첫사랑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영부 주장과 결투를 하고, 요우용츠와 서로 ‘작은숲’에서 꼬치를 나눠먹으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점점 스며들게 된다. 중국 고등학생들의 푸릇푸릇한 일상과 통통 튀는 매력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고등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교, 수영선수, 그리고 한참을 지나 17살 시절에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던 ‘15년 뒤’인 32살이 되어 결혼식을 올리는 날까지 긴 흐름을 이어간다. 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줄거리가 왠지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원제도 ‘너의 결혼식’을 뜻하는 ‘니적혼례’인데, 이를 한국에 수입하는 과정에서 ‘여름날 우리’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학교의 평범남이 예쁜 여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우여곡절을 다룬 영화는 사실 많다. 이런류의 전혀 새롭지 못한 청춘물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아름다울 것, 그리고 사랑스러울 것. ‘여름날 우리’는 이 부분은 충실히 지키고 있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로 떠오르는 스타가 된 허광한과 ‘내 사랑 사야님’의 장약남은 이 영화를 찍기에 가장 적절한 배우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눌 때가 아니라 모종의 이유로 불화를 겪을 때다.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게 되는 상황이 몇 번 나오는데, 그 때 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라던가 상처를 받으면서도 절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상황이 애틋함을 더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요우용츠를 위해 대규모 불꽃놀이를 펼치는 장면이다. 모두가 불꽃놀이를 보며 노래를 하고 사랑을 고백할 때, “생일 축하해”를 외치는 저우샤오치의 모습이 아련함을 더한다.

문제는 이 영화가 철저히 저우샤오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저우샤오치의 첫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우용츠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요우용츠를 ‘사랑’하고 있는 저우샤오치인데, 요우용츠는 저우샤오치를 단지 ‘친구’로만 여기면서 곁에 두며 여지를 담뿍 주고 있다. 그렇다고 내내 ‘어장관리’를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요우용츠가 택하는 남자는 요우용츠에게 안전하고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그 만의 분명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다만 이 부분이 저우샤오치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우용츠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마치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처럼. 물론 건축학개론처럼 남자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청승맞게 눈물을 흘리며 여주인공을 원망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건축학개론에서 조금 진화한 Ver.2의 느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여름날 우리’는 명작은 아니다. 연출도, 구성도, 그다지 훌륭하진 못하다. 연결도 엉성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저우샤오치가 요우용츠를 만나 사랑했던 그 시절 청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볼 만 하다. 특히 결말부의 현실적인 요소만큼은 호평하고 싶다. 데이식스의 노래 ‘예뻤어’를 들으며 아련해질 수 있는 작품이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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