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찰과 사랑 속에 성장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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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찰과 사랑 속에 성장하는 마음
  • 승인 2022.09.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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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미

석정미

mjmedi@mjmedi.com


M&L 프로스킬 베이직코스 참가 후기
석정미
광동한방병원

조카가 하루종일 울어제끼던 시절부터 명랑하게 뛰어다니는 지금까지, 언니의 눈치에 종종 감탄하곤 했다. 지금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때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심통이 난 상태인건지. 조카의 뽀얀 팔뚝을 모기가 물었는지, 어디에 멍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조카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대개 언니였다. 내게는 수수께끼처럼 들리는 울음소리에서도 언니는 아이의 상태를 알아차리곤 했다. 언니가 조카의 모든 변화와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단순히 함께 생활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관찰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몸 구석구석, 얼굴표정, 목소리, 반응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항상 주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찰은 사랑에서 나온다. 사랑이 없다면 꾸준히 지켜 볼 인내심을 가지기 힘들고, 구석구석 관찰할 섬세한 시선을 가지기 어렵다. 관찰은 사랑의 토대 위에서 더욱 세밀해진다.

아이가 그러한 관찰과 사랑을 필요로 하듯, 마음도 그렇다. 우리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우리의 존재함 자체를 사랑하는 것. ‘Mindfulness’와 ‘Loving beingess’. 지난 5개월 간의 ‘M&L 프로스킬 베이직코스’에서 얻은 값진 선물이다.

Mindfulness를 두 단어로 표현한다면 ‘Now & here’. 즉 지금, 이 자리에서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는 것이다. 어떠한 판단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5개월 간의 코스를 통해 resource mindfulness 명상, 신체감각 마음챙김명상 등 Mindfulness를 품은 다양한 기법을 실습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방 그리기’를 통해 그 효과를 깊이 체험했다. 내 안에 지금 얼마나 많은 마음의 방들이 있는지, 각각의 방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 이 방이 둥근지 각진지, 이 방의 이름이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마음을 다양한 각도와 깊이로 찬찬히 살펴보았고, 방들을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나타내면서 마음이 점차 선명해짐을 느꼈다.

선명하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층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제껏 어떤 감정이 몰려오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질 때면 종종 회피라는 방법을 택하곤 했다. 회피했기에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고, 알지 못하기에 낯설고 두려웠다. 하지만 관찰자의 시선으로 마음을 바라보니, 방 하나하나가 낯선 생명체가 아닌 소중한 나의 일부임을 볼 수 있었다. 또 방들을 관찰하면서 오랜 시간 감독관의 시선으로 머물러 있던 스스로가 보였다. 많은 순간, 방들을 옳지 않다는 판단 하에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감정이 드는 것은 나무에서 가지가 돋아나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유독 비죽 솟아나온 나뭇가지나 누렁진 잎을 향해 “옳지 않아”라며 나무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종 감정에 있어 인색한 잣대를 들이 밀었던 것이다.

Mindfulness가 이러한 관찰과 알아차림의 과정이라면, Loving beingness는 관찰된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성장시켜야 할지 방향을 비춰주는 듯 했다. Loving beingness는 ‘존재론적 사랑’으로, 존재 자체의 존귀함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한 존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빛나는 부분에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loving beingness의 태도는 관찰된 다양한 방들 중에서도 리소스의 방에 시선을 머무르도록 도와주었다. 나아가 일상에서도 나의 시선을 리소스로 돌릴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중요한 것은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나의 리소스, 빛나는 부분을 성장시킨다면 어두운 부분은 자연스레 작아진다는 것을 loving beingness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아울러 Loving beingness는 Mindfulness의 과정에 진솔함과 지속성을 덧입혀준다. 장흥 통합의료병원에서 진행된 이틀간의 워크샵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워크샵은 베이직코스의 마지막 회차로,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을 통한 실습도 충분히 따뜻했지만, 실제로 눈을 맞추고 서로의 목소리와 호흡을 들으며 진행하는 실습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1박2일간 삼단전 호흡명상, 스토리텔링&리프레이밍 등 다양한 실습이 진행되었다. 삼단전 호흡명상을 통해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단전과 각 단전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고, 치료자로서 어떤 단전에 머물러 있는지에 따라 내담자의 이야기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서로의 스토리텔링을 주고 받으며, 치료적 의도가 충분히 담겨있다면 부연설명을 달지 않아도 스토리는 이미 상대의 마음에 닿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전해진 스토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번역할지는 내담자의 몫이자 내담자 마음의 귀한 권리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2일간의 워크샵에서 다양한 알아차림이 있었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loving beingness로 채워진 따뜻한 시선 틈에서 문득 ‘이곳에선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훗날 내담자에게 내가 전해주어야 하는 느낌임을 깨달았다. 안전하다고 느끼니 솔직한 마음과 생각들은 자연스레 스며나왔고, 보다 진솔한 관찰과 알아차림이 가능해졌다.

심리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다운 모습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때에 우리는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내가 받아들여진다는 확신이 들 때에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이런 모습을, 이런 부분을 사랑해”라는 메세지 안에서는 사랑의 조건에 부응하려는 노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oving beingness는 “너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던지, 그저 너의 존재함을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사랑 안에서만 우리는 완전한 안전을 느끼고 자연스러워지며,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고, 그러한 활동을 지속해나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6개월간의 M&L 베이직코스를 돌아보면서, 처음 코스를 신청했던 때를 생각하게 된다. 학부시절부터 막연하게 심리치료에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배워나가야할지 막막함을 느끼곤 했다. 또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일을 지나면서 마음을 다루는 데 많이 서툶을 느꼈고, 어떻게 하면 마음을 잘 다루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이러한 흥미와 필요성에 이끌려 자연스레 코스에 신청했다. 사실 치료자로서의 탐구심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M&L 베이직코스를 모두 끝마친 지금, 나와 내 주변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음을 느낀다. 껄끄러운 감정이 느껴질 때에 잠시 멈추고 마음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내 주변의 빛나는 부분으로 시선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아직은 미숙하지만, 치료자로서 환자들을 바라보고 반응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진행될 6개월 간의 어드밴스드코스에서도, 다양한 알아차림과 성장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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