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관객의 취향이 드러나는 이야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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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관객의 취향이 드러나는 이야기의 중요성
  • 승인 2022.08.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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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비상선언
감독 : 한재림출연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감독 : 한재림
출연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는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그 말을 자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서 사용하곤 했는데 며칠 전 발생한 폭우에 잠긴 서울의 모습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만 진짜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영상들이 계속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난리 난 상황들이 비단 날씨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적일 정도로 지금 현재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는 한마디로 비상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영화 <비상선언>의 제목이기도 한 ‘비상선언’은 항공기에서 화재나 기계 고장, 구조 파손과 같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비상사태임을 선언하며 아무 공항이나 착륙을 요구할 수 있는 항공 용어이다.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비상선언>은 코로나 이전에 제작되었지만 개봉 일정이 연기되면서 마치 우리가 경험했던 코로나 시대를 연상케 하는 상황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감정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재난 영화이다. 비록 비행기라는 한정된 장소의 한계가 있어 과연 재난 영화로서의 스펙터클한 장면을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마치 관객들이 실제로 비행기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놀라운 촬영기술과 특수효과를 사용하며 26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재난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맘껏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초반부 역대급 빌런으로 등장한 임시완의 소름 돋는 연기를 제외하고는 관객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내용과 신파조의 결말이 과잉적으로 보여지면서 2시간 20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있으며, 송강호와 이병헌, 전도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의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그로인해 <비상선언>은 비행기라는 폐쇄 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재난 상황을 매우 다이내믹하게 구현하며 우리나라 영화 기술의 발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예술인 영화에서 변화되는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로인해 <비상선언>이 절대 한국영화계의 비상 선언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보며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도 비상상황을 끝내고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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