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토르에게 고하는 최선의 마무리
상태바
[영화읽기] 토르에게 고하는 최선의 마무리
  • 승인 2022.07.29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토르: 러브 앤 썬더

토르의 팬에게 토르 3편인 라그나로크는 의외로 호불호가 갈린다. 2편까지도 감을 잡지 못하고 흥행이 지지부진했던 토르시리즈가 살아났고, 어벤저스 원년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무비 4편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 라그나로크지만, 한편으로는 토르 시리즈 특유의 고풍스러운 신화적인 분위기가 사라져 아쉬움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출연: 크리스 햄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테사 톰슨, 크리스찬 베일 등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햄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테사 톰슨, 크리스찬 베일 등

그럼에도 토르 3편은 토르시리즈의 가장 찬란한 영광이자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북유럽신화를 떠오르게 하는 셰익스피어적인 분위기와 잘생긴 신은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라그나로크 이전까지 그는 어정쩡한 캐릭터였다. 3편이 되어서야 토르는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의 힘을 받아 숭고한 바이킹으로 탄생했다.

라그나로크가 토르를 ‘망치의 신’이 아닌 ‘천둥의 신’으로 완성시켜주었다면, 이번 ‘러브 앤 썬더’는 그를 옥죄어오던 것들에서 자유롭게 풀어주는 작품이다.

신화 속 주인공에게는 늘 시련과 비극이 다가온다. 토르 시리즈 내내 그는 이복동생과의 갈등, 출생의 비밀, 소중한 사람들과 나라를 잃는 역경을 겪어왔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토르의 숭고미가 더해졌다.

그리고 이제 지난 상처를 회복하고 나아갈 때가 왔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당시 절망에 빠져서 잃어버린 멋진 몸매도 되찾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우주를 누비며 나라도 국민도 걱정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어른의 사정’으로 뜬금없이 헤어진 것으로 대충 묘사된 여자친구 ‘제인 포스터’가 자신의 지나간 망치 ‘묠니르’를 들고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났다.

‘라그나로크’가 워낙 수작이고, 이번이 토르의 마지막 솔로무비라는 이야기에 관객들의 관심이 많이 쏠렸지만 이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지난 라그나로크 때 호평을 받았던 요소(우스꽝스러운 연극, 롹앤롤 음악, 유머러스하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모습, 토르의 잘생긴 외모)를 모두 쏟아 부으면서 당시에 갑작스레 삭제시켰다며 지적받은 ‘제인 포스터’를 ‘마이티 토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이제 마블 영화는 앞선 영화와 드라마를 전부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접수해 연극과 구전설화로 앞선 내용까지 다 요약 설명해주었다.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이 과정에서 약간의 어정쩡함이 생겼다. 이유는 납득이 되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다 넣다보니 다소 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단점은 확실한 강렬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액션이 주가 되는 히어로물은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서 절정에 모든 강렬함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기승전결의 ‘전’부터 기대를 고조하기에 애매했고, 마침내 메인 빌런인 ‘고르’와 맞붙게 된 ‘결’에서는 의도적으로 힘을 쫙 뺀다. 액션영화를 보러왔는데 이게 무슨 드라마냐며 비판을 받기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기승전결의 완결성으로 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토르가 겪어온 mcu의 지난 십여 년의 이야기를 떠올리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만큼 고생했으면 토르에게 이 정도는 주어도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마블 영화는 한 작품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이전부터 진행된 세계관 속에서의 애정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고의 작품도 좋지만 팬의 마음으로 만든 최선의 마무리가 필요하다. 분노의 질주 7편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르 4편은 마블에서 만들어낸 가장 최선의 마무리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박숙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