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0> - 『又用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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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0> - 『又用方』①  
  • 승인 2022.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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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또 하나의 대안치료법, 食治方

  바야흐로 삼복더위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점인데, 장마철 무더위에 더해 코로나 감염병이 다시 극성이다. 젊은 사람이라도 입맛을 잃고 기력이 떨어져 힘든 나날이거늘 나이 먹고 병든 노인들은 오죽 하겠는가. 여기 무기력해진 노인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조치할 방법과 식치방을 제시한 고의서가 눈에 띄기에 독자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우용방』
◇ 『우용방』

  표지서명은 ‘又用方’이라 되어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선뜻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오랜 세월 탐구해 온『의방유취』안에는 특정한 방제명이 없거나 앞에 제시된 약방과 유사한 단일 약재 위주 간단한 치법을 수록할 때 ‘又用〇〇’라 표기하였다. 이런 용례는 헤아릴 수 없이 흔하게 나타나기에 따로 예시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개 무명방이나 단방을 표기하는 경우인데 반해, 본서에서는 방제마다 분류가 엄연하고 방론과 용법이 자세해서 위와 같은 사례로 살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본문을 펼치고 좀 더 살펴보고 나서야 겨우 이 서명에 담겨진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권수제는 ‘養老奉親書’로 되어 있다.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서명일 것이다. 바로 宋代 陳直이 펴낸 양노서 즉, 노인양생서를 대표하는 저술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모든 이들의 질병예방법과 四時調養法 특히, 노인성 질환을 다스릴 수 있는 전통 식이요법 곧, 식치양생법을 전문적으로 논구한 책이라고 하겠다.

  첫머리에 원작자 陳直의 서문이 실려 있으나 이미 알려진 내용이므로 재삼 설명을 덧붙이진 않겠다. 곧이어 15편에 달하는 식치양노방이 실려 있는바, 이것이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되는 노인양생에 대한 치료법과 식치방이 담겨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간략하게 제목만을 차례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食治養老益氣方第一(이하 장차 생략)로부터 시작해서, 食治眼目方, 食治耳聾耳鳴諸方, 食治五勞七傷諸方, 食治老人臟腑虛損羸瘦方, 食治老人脾胃氣弱方, 食治老人瀉痢諸方, 食治老人煩渴熱諸方, 食治老人水氣諸方, 食治喘漱諸方, 食治脚氣諸方, 食治諸淋方, 食治噎塞諸方, 食治冷氣諸方, 食治諸痔方, 食治諸風方에 이르기까지 모두 16항목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후대 다른 판본에는 식치각기제방과 식치제림방 사이에 食治腰脚疼痛方이 더 들어 있으나 이 책에는 빠져있다. 여하튼 이 책의 주안점이 오로지 老人保養과 조섭을 위한 식이치법에 모아져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제 청장년의 일상질환에 약치나 침치를 위주로 한 상용치법에 비해 대안적 치료방법으로서 ‘식치’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논의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서명에 ‘又用’이란 특별한 단어를 부여한 작자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듯하다.

  현재 밝혀진 식치서의 계보를 살펴보면, 대개 『천금요방』에 수재된 식치방을 필두로 『食鑑本草』나 『食醫心鑑』, 『救荒本草』를 통해 명맥이 이어졌으며, 조선 세종연간 전순의가 펴낸 『食療纂要』또한 이런 계통선상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養老奉親書』의 食治養老序에 따르면, 이외에도 『食醫心鏡』, 『食療本草』, 『詮食要法』, 『諸家法饌』이나 『太平聖惠方』의 食治諸法을 분류해서, 여기 실린 양노식치방을 만들었다고 밝혀놓았다.

  아울러 이 글에서는 노인식치에 대해 매우 중요한 명제를 제시해 놓았는데, “노인의 병환에 먼저 식치로써 다스리고 식치로 낫지 않거든 그 뒤에야 약을 써야 한다. 이것이 노인을 보살피는 대원칙이다.”(凡老人有患, 宜先以食治, 食治未愈, 然後命藥, 此養老人之大法也.)라고 하였다. 따라서 “병을 잘 다스리는 것은 조심하는 것만 같지 않고 약으로 잘 치료하는 것이 음식으로 잘 다스리는 것만 같지 않다.(善治病者, 不如善愼疾, 善治藥者, 不如善治食)고 전제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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