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양이 떠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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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양이 떠나간 자리
  • 승인 2022.07.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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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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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영화읽기┃애프터 양
감독 : 코고나다출연 :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감독 : 코고나다
출연 :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20년을 함께 했던 반려견 형제 중 형이 지난 2월 먼저 떠난 동생을 만나기 위해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소풍을 떠났다. 그동안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우리 가족의 일상은 한 순간에 뒤바뀌게 되었고, 늘 함께 있었던 거실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대화는 아직도 늘 그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들의 이야기로 끝나고, 가끔 환청을 듣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할 정도로 그들이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다. 그래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확 와 닿고 있다.

중국인 입양아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에게 중국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 가정교사로 들인 안드로이드 인간인 양(저스틴 H. 민)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게 된다. 이에 제이크(콜린 파렐)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지만 리퍼 제품으로 구매한 까닭에 정식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지인에게 소개 받은 곳에서 수리하려다가 우연히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게 된다.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양과의 작별>이라는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기억을 탐험하면서 시작되는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삶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SF 영화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SF 영화와 달리 화려한 특수효과나 디스토피아적인 내용 등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단지 복제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이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전제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차이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며 지금까지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영화들과 또 다른 면모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마치 선문답을 하듯이 영화를 전개 시키고 있다.

영화는 매우 정적이다. 그로인해 누군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느릿느릿한 미장센 속에서 전하는 영화적 메시지는 필자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떠난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 작품은 얼마 전 방영 되었던 TV 시리즈 <파친코>의 공동 연출자인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으로서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 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고, 제38회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를 통해 많은 호평을 이끌어 냈으며 올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과 양의 역할을 한 저스틴 H. 민이 등장하고,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에서 제작하는 등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비록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며 교감을 나누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것이며,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함께 있는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 어디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한 휴가를 보내시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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