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아크바르의 재건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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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아크바르의 재건을 기원하며
  • 승인 2022.07.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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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다섯 번째 산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한 권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기네스북에 오른 작가이다. 2009년 그를 기네스북에 올린 작품 연금술사는 1988년 출간되어 8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170여 개국에서 무려 2억 3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토록 시대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바람인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는 진리를 순례자의 언어로 담담해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끝까지 꿈을 따라가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보물은 뜻밖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우리 모두는 스스로 보물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임을 일깨워주었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문학동네 출간

 흔히 소명이라고 하는 것,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이 지구상에 존재해있는 이유인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그 소임을 다 하는 순간 더욱 고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철학은 다섯 번째 산이라는 책에서는 종교적 인물인 엘리야를 등장하여 소명 앞에 놓인 시련과 고통을 극복해내는 과정으로 깊고도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다섯 번째 산은 코엘료가 1996년 펴낸 장편 소설로써, 1998년 영어 중역으로 일전에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다시 포르투갈어 원전 번역을 통해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출간되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로 시작해 종교적 색채를 띄어 엘리야가 낯선 독자들에겐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종교적인 메시지가 아닌 보편적 인류가 가진 삶의 비극에 대한 도전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라는 것을 알면 끝까지 읽어 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코엘료 본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30살에 음반 제작자로써 이미 경력의 정점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해고 통보를 받아 버린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이 닥쳐 모든 것이 바닥으로 내던져졌고, 납득할 수 없는 이 시련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일은 삶에 또 하나의 배움의 경험으로 남아 ‘자아의 신화’에 이르는 길로 돌아가게 해주었다고 한다. 아마 이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코엘료의 책을 한권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그가 원래 진정으로 바라던 꿈이었고, 이 사건은 그를 작가로써 세상에 내보내는 결정적 계기였던 것이다.  

 기원전 9세기 예언자인 엘리야는 이스라엘의 왕 아합의 왕비인 페니키아 공주 이세벨의 박해를 피해 이스라엘을 떠난다. 엘리야는 이스라엘이 바알을 섬긴다면 비를 내리지 않겠다는 하느님의 경고를 왕에게 전달하였기 때문이다.

 엘리야는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아크바르’라 부르는 도시에 간신히 도착하게 된다. 아크바르 초입의 골짜기에서는 한 여인을 만나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가 이세벨에게 쫓기는 이스라엘의 예언자임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죽을 위기에 처해진다. 엘리야가 여기까지 오게 된 그 모든 과정은 신이 내린 사명을 다하기 위함이었지만, 그에게는 계속해서 피할 수 없이 큰 고난들이 닥쳐오게 된다. 아크바르의 총독과 사제장에 의해 그들이 섬기는 신이 있다는 다섯 번째 산 정상으로 보내지지만 죽지 않고 신의 뜻을 듣고 무사히 내려온다. 분명한 신의 음성과 존재를 아는 엘리야도 때때로 인간적인 의구심과 깊은 고뇌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아시리아군의 침략으로 아크바르는 순식간에 처참한 폐허가 되고, 그가 사랑한 여인마저도 목숨을 잃게 되며 엘리야는 너무나 절망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엘리야는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다시 쌓아올리라는 양치기의 조언에 힘입어 남은 사람들과 연대하여 폐허가 된 아크바르를 복구하기 시작한다.

인간이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비극 앞에서 그럴 때 우리는 울부짖게 된다. 바로 이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오래된 벽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가능성을 열고 앞으로 나아갈 때에, 그때 비극은 형벌이 아니라 도전의 기회가 된다. 다섯 번째 산은 절망이자 비극인 동시에 해방을 주는 위대하고 무한한 사랑이 되었던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과거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잊어버려요. 당신 인생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그대로 믿어봐요. 원하던 것을 성취한 그 순간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럼 그 힘이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내도록 도와줄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개인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가진 시련의 의미와 그것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생각하게 해주었다면, 아크바르의 재건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과 젤렌스카 대통령 내외가 떠올랐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넘어 희망과 번영의 승리의 신화가 그들에게 다시 쓰여지기를...

전쟁의 영향을 온 인류가 받고 있는 만큼, 평화를 바라는 모두의 바람을 우주가 들어주기를...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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