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19) 장기하의 공중부양(空中浮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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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19) 장기하의 공중부양(空中浮揚)
  • 승인 2022.07.1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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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https://www.youtube.com/watch?v=Yc4ahWDsjHM

이번 칼럼을 읽기 전에 가수 장기하의 새 앨범을 들어보셨으면 한다.

♬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너한테 십 만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

 

가수 장기하가 최근 발표한 노래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또 특이한 노래를 발표했구나! <싸구려 커피>처럼 특이해서 이슈는 되겠다’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장기하 특유의 또렷한 발음 덕에 가사가 자꾸 들리기 시작했다. 가사를 듣다보니 ‘어라~앗?’ 내용이 보통이 아니다.

이 노래는 ‘상대적 가난’에 대해 꼬집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 덕분에 행복한 것도 아니고, 돈이 적다고 해서 많은 사람 때문에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내용이다. 자신 보다 부유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비교하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끼는 그 마음이 문제라는 거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원인은 절대적 가난이 아니라 ‘가난하다고 느끼는 마음’에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 https://www.genie.co.kr/magazine/subMain?ctid=1&mgz_seq=11676
◇사진출처. https://www.genie.co.kr/magazine/subMain?ctid=1&mgz_seq=11676

♬방금 전까지도 촛불처럼 환했던 얼굴을 후 불어서 어둡게 꺼뜨리고는 너는 예전에도 여러번 반복해왔던 그 얘기를 다시 꺼내. 얼마나 가겠어~ 그래 봤자 얼마나 가겠어~

커다란 바위가 내 마음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다가 퉁 하고 마침내 바닥을 치는 걸 느끼면서 나는 네가 하는 말을 한 번 더 가만히 들어. 얼마나 가겠어~ 그래 봤자 얼마나 가겠어~ ♬

이 앨범의 또 다른 노래 <얼마나 가겠어>다. 마음을 괴롭게 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영원하지 않음을 노래하고 있다. 만고불변의 진리 “제행무상 (諸行無常)”이다. 마음속 불쾌한 느낌이나 생각도 결국 사라지는 거니까 마치 영원할 것처럼 괴로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래 속 ‘너’는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또 다른 나Ego’일지도 모른다.

앨범의 마지막 곡 <다>에서는 ♫ 계절이 바뀌어도 바람이 불어가도 나뭇잎이 떨어져도 사람이 머무르다가 떠나가려 할 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냥 나만 하루 종일 나만 나의 마음만 바라보다 나는 나의 곁에 있던 마음들을 죄다 다 떠나 보냈다 생각하며 잠이 드네♪♩

라는 부분이 있다. 가사 하나하나가 철학적이다.

‘모르는 채로 나의 마음을 바라보다가 모든 것을 떠나보낸 후 잠에 들었다니’ 마치 붓다의 가르침을 그대로 가사로 만든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자신의 에고(Ego)를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깊은 명상에 들면 에고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그 상태에서 ‘나의 곁에 있던 마음들: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을 가득 채워왔던 생각과 감정’을 죄다 떠나보내고 잠에 들었다는 것은 고요한 깨달음의 상태, 즉 선정(禪定: 한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하여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이나 열반(涅槃:불교에서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하여 미혹과 집착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이 앨범의 첫 노래 <뭘 잘못한걸까요>에서 ♫만약 내가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달랐다면 뭐라도 바뀌었을까♪라는 가사는 이유 없이 찾아오는 괴로운 마음과 고통의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연기법(緣起法)’과 이어진다. 놀랍다.

장기하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다른 노래들을 찾아봤다.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中 ♫뭐하러 힘들게 높이 오를까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높이 오를까 술은 또 왜 그리들 마시는 걸까 뭐하러 몸 버려 가면서 노나 어차피 깨버릴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취하려 들까 내가 지금 마음이 차가운 건 따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 이 노래를 듣다보니 느끼게 된다. 그는 평정심(平靜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4번째 트랙에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에서 그저 가만히 있으란다. ‘내 생각’이라는 에고(ego)에 휘둘려 궁리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가만히 있다 보면 자연히 ‘내가 가야 할 길’이 떠오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가만있으라는 말만 22번을 하며 노래가 끝난다.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중략)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 것도 몰라

그냥 니 갈 길 가

–그건 니 생각이고 中에서-

 

이번 앨범제목이 <공중부양:空中浮揚>이다. 마음이 솜털보다 가벼워진 장기하! 그는 진정 깨달음에 이른 것인가?!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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