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임상가, 영수증 리뷰 ‘긍정보다 부정’…“짧은 글로 정확한 정보 전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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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임상가, 영수증 리뷰 ‘긍정보다 부정’…“짧은 글로 정확한 정보 전달 어려워”
  • 승인 2022.07.1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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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박숙현

김춘호.박숙현

mjmedi@mjmedi.com


불만족 환자, 리뷰 적극적으로 남기는 경우 多…감정 또는 특정 목적에 따라 이미지 제공 
어떤 형태로든 평가받는 시스템 존재할 것…좋은 방향으로의 이용 방안 모색 必 

<창간특집>
1. 의료기관 리뷰에 대한 임상 한의사들의 의견은.

2. 국민들, 초진 및 재진 의료기관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박숙현 기자] 한의사 정모 씨는 최근 사적인 모임 자리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버의 영수증 리뷰 카테고리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영수증 리뷰는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영수증을 인증하면 한두 줄의 짧은 글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민족의학신문 창간 33주년 특집으로 의료기관 리뷰에 대한 임상 한의사들의 의견과 국민들이 초진 및 재진 의료기관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기획했다. 

임상현장에 있는 한의사들 대부분이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인으로서 진료를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짧은 글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려우며 칭찬 글보다는 불만 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이런 리뷰에 더 적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평가받는 시스템이 사회적 흐름이라 향후 좋은 방향으로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상 한의사들에게 영수증 리뷰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A 한의사는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 모두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아무래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다른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감정적 리뷰, 혹은 비방성 리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리뷰는 환자 본인의 감정 상태에 따라 혹은 특정 목적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 같은 경우 의도치 않게 내 진료에 불만스러운 감정을 갖게 된 한 환자가 한의원에 대해 매우 안좋은 리뷰를 남겨 한 동안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치료에 만족을 한 환자들도 리뷰를 남기지만, 특히 이런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는 경우가 많기에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포털 사이트 시스템 상에서 광고성 리뷰를 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악의적인 리뷰도 어느 정도 걸러주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B 한의사는 “개원 이후 20여년 간 진료를 보면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행동하는 환자들에게는 나도 예의를 지킬 필요 없다고 생각해 행동했는데 그들이 악성 글을 남기기라도 하면 한의원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면 앞으로 진료 볼 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C 한의사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한 줄, 두 줄짜리 평가로 한의원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걱정된다”며 “정확한 진료환경과 상황을 묘사하기에는 짧아서 정보가 부족하다. 환자 개인의 주관적인 평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이거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그 사람이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치료는 유독 통증이 심할 수 있는데, 이것을 침을 아프게 놓는다고 평가하면, 그 평을 보는 다른 환자 입장에선 마치 치료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환자의 평을 받는 시스템은 존재할 것이고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D 한의사는 “처음 환자가 내원할 때 어떻게 내원하게 되었는지 묻는데, 그 내용을 보면 지인의 소개와 인터넷 후기를 보고 왔다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나 역시 의료기관은 아니더라도 음식점이나 여러 업체를 찾아갈 때 후기를 많이 찾아보고 가는 편”이라며 “그래서 개원 초기부터 네이버 영수증 리뷰 뿐 아니라 블로그, 지역 맘 카페 등의 후기를 살펴봤다. 한의원 조무사 선생님들도 주기적으로 네이버 리뷰를 확인하고 내게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대부분은 간단하게 '좋아요' 수준이고 가끔 치료 결과가 좋았던 환자가 후기를 남겨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 교통사고 이후 어깨랑 등에 통증을 느끼던 환자가 내원했는데 일차 치료 이후 통증이 많이 개선되서 좋았다는 평을 남겨준 것을 보았다. 물론 의료기관 리뷰 시스템으로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모 한의사는 환자가 치료를 잘 받아놓고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나 역시 큰 피해는 아니지만 가끔 '간호조무사가 불친절하다'는 식의 후기를 받기도 했다. 정확히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주관적인 이야기라 조무사 선생을 괜히 나무랄 수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받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평가하고, 의료기관 역시 크게 보면 전문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려 해야하지 않을까. 실제로 환자의 후기를 보면서 병명을 설명하는데 서투른 점이 무엇이었는지, 환자가 굳이 말하지 않는 원내 시설의 청결도 등의 사소한 것에 대해 피드백을 받아 수정할 수 있는 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 한의사는 “영수증 리뷰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본 적 없다. 일희일비하면서 흔들릴 것 같아서 안봤다”며 “소위 응대하기 힘든 환자들도 당연히 경험했지만 인터넷에 글을 나쁘게 글을 썼는지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한의원 특성상 고령이 많아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리뷰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사람들이 100% 진실만 이야기하지는 않을테니 거짓으로 나쁜 이야기를 하면 안좋은 소문이 퍼지기 쉬울 것 같다. 한의원은 입소문이 중요한데 이것도 일종의 입소문 아닌가. 나쁜 소문이 퍼지면 주워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F 한의사는 “영수증 리뷰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환자들이 처음 내원하기 전에 리뷰를 많이 검색해보고 오는 것 같은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짧은 글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다 전달되긴 어려워서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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