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부족한 듯 애틋한 감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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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부족한 듯 애틋한 감정의 미학
  • 승인 2022.07.0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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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헤어질 결심
감독 : 박찬욱출연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감독 : 박찬욱
출연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너무 일찍 온 열대야 탓인지, 아니면 자기 전 먹은 음료 속 카페인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밤새 뒤척이다 날 새는 것을 본 후 겨우 잠들어 딱 1시간만 잔 뒤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평소 영화관에서 잘 자는 탓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끝까지 아무 일 없이 영화를 봤다. 오히려 극중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이라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감정이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기막힌 우연도 있었지만 올해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 준 <헤어질 결심>을 좀 더 인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보통의 유가족과 달리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서래는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고, 해준은 그녀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로인해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위해 탐문을 하고 신문, 잠복수사를 하면서 서래에 대해 알아가다가 결국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개봉된 연출작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감이 적어서인지는 몰라도 <헤어질 결심>은 그간 박찬욱 감독의 작품과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결이 다른 영화로서 감독만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두 배우의 매력이 합쳐지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묘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눌한 한국어 대사마저도 매력 포인트가 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탕웨이는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이끄는 엄청난 마력을 가졌고,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했던 것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의 모습을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한 박해일의 연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2시간 1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은 우리나라 영화 중에 손꼽히는 결말로 기억될 수 있을 정도로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제목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예측 가능한 매우 진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이게 바로 칸 영화제 감독상의 작품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를 쫓는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이지만 <헤어질 결심>은 기존 장르의 법칙과는 거리가 멀기에 수사물을 열심히 보던 관객들에게는 어딘가 어설픈 내용에 아쉬움이 클 수도 있지만 장르를 떠나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완전히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매끄럽고 잘 빠진 완벽한 영화는 아니고 호흡이 끊어지고, 뭔가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작품이지만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감정선이 메마른 필자에게도 뭔지 알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탕웨이와 박해일의 미묘한 감정선에 이끌리며 엄청난 여운을 느끼게 하는 묘한 영화이다. 그리고 개그우먼 김신영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특별 출연으로 깨알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는 <헤어질 결심>은 깐느박 감독의 영상미학과 두 배우들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장마와 폭염 속 습한 기운에 지친 관객들에게 뽀송뽀송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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