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권위가 아닌 ‘장중경’ 생각에 따라 상한론 고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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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권위가 아닌 ‘장중경’ 생각에 따라 상한론 고증했다”
  • 승인 2022.06.16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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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상한론 표준 처방’ 출간한 김인락 동의한의대 교수

계지탕 등 일관성 없이 전해진 처방 통일…정확한 탕증 적용으로 상한론 우수성 알려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상한론은 임상가에서 많이 쓰는 고방 중 하나지만 오랜 세월 전해지면서 판본에 따라 처방내용이 달랐다. 이에 김인락 동의한의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상한론 표준 처방’에서 원저자인 장중경의 처방을 고증해 하나로 표준화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장중경의 상한론 처방’은 어떤 내용일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한론 표준 처방’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상한론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응용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한의사는 드물다. 어디가 잘못되었는가를 3단계로 검토할 때, 우선 이 질병이 상한론으로 치료 가능한 영역인가를 파악해야 하고, 치료 가능한 영역이면 어느 탕증인가를 정확히 진단했는가를 파악해야 하고, 진단이 정확하다면 실제로 사용한 처방이 과연 장중경이 사용한 것과 같을까 검토해야 한다. 나는 본초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 중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단계였다.

처방의 내용이 장중경이 사용한 것과 같으려면 약의 질과 양이 같아야 하고, 제법과 복용법이 옳아야 한다. 그러나 동의보감의 상한론 처방은 의학입문이나 화제국방, 단계심법 등에서 주로 인용했고, 상한론 자체에서 인용한 것은 매우 적은데 그나마도 내용은 상한론과 다르다. 방약합편이나 동의수세보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약전이나 한방건강보험의 제제, 한약사 등이 사용하는 100대 처방의 상한론 처방도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한론 처방에 사용된 모든 약재의 기원과 약용부위, 채취시기 등과 복용량, 제법, 복용법 등을 장중경의 것으로 고증하였다.

 

▶그렇다면 장중경의 처방으로 고증한 사례를 하나만 소개 해 달라.

가장 저평가된 처방으로는 계지탕을 들 수 있다. 계지탕은 계지 3양과 작약 3양, 자감초 3양, 생강 3양, 대추 12개(핵을 제거하고 과육으로서 3양, 19.5g)이다.

계지를 지금은 Cinnamomum cassia의 어린 가지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계지의 역사는 매우 복잡하여 약용부위와 기원종이 바뀌었다. 한나라와 당나라 때까지는 계지와 육계, 계심이 같은 것이고 내용은 지금의 육계에서 바깥쪽 약 2/3를 깎아낸 계심이었다. 송나라에 오면 거피를 잘 안하게 되므로 계지와 육계가 같은 것이고 이를 거피(去皮)하면 계심이라고 규정하고, 교정의서국에서 계지(거피)로 통일했고, 이후 태평혜민화제국방에서는 육계(거피)로 통일하였다. 따라서 송나라 때 까지 용어는 달라도 지금의 계심 뿐이었다.

지금의 계지인 어린 가지가 약으로 등장한 것은 송나라 1092년 진승인데 그나마도 유계(柳桂)란 이름으로 도입하고, 상한론에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진승은 상한론의 계지는 글자 그대로 가지라 오인하고 이를 거피하므로 가지껍질을 벗긴 뒤 바깥 껍질은 제거한 것이라 했다. 동의보감에도 계지와 유계는 진승의 설을 따른다.

청나라 때는 베트남과 사이가 벌어지고 베트남이 독립하고 베트남 자체도 남북이 나뉘어 전쟁을 벌였기에 베트남에도 청나라에도 계심은 없었고, 조선도 영조 때부터 왕들도 육계나 계심은 못 먹었다. 따라서 이때부터 약용부위뿐 아니라 기원조차 전혀 다른 관계(官桂)를 사용하였다. 관계(官桂)는 China의 광서성 관주(觀州)에서 나는 계(桂)인데 관(觀)자가 복잡해서 관(官)으로 바꾼 것이다. 이 종은 Cinnamomum cassia가 아니다. 그러니 일반 백성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동의수세보원에 계심이나 육계는 매우 적고 관계(官桂)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 계심이나 육계가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이다. 지금 계지탕의 계지는 어린 가지를 사용하므로 장중경의 계지탕이 아니다. 계지탕은 매우 매운 약이고 달일 때 옆에만 있어도 피부가 따가울 정도이다.

복용량은 약재마다 상한론에서는 하루에 3양(19.5g)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계지탕 1일분에는 계심이 19.5g이고, 1회분에는 계심이 6.5g이다. 1양은 6.5g, 1승은 65mL이다. 이는 소시호탕과 시호가망초탕에서 반하를 근거로 구하였다. 소시호탕에서는 반하 1/2승이다. 소시호탕을 1/3으로 줄이고 망초를 더한 시호가망초탕에서는 반하 5개이고 20수이다. 따라서 반하 1/2승은 15개이고 60수(2양반)이다. 약전 기준의 크기를 골라 실측하면 이에 근접한다. 이밖에도 행인 거피첨 69개는 1/2승이고 3양이며, 석고 1근은 석고 계란대와 같고, 맥문동과 마자인은 감초탕에서는 1/2승이고 복맥탕에서는 3양이고, 내경에서는 혀의 무게가 10양이고 위장의 부피가 20승이라고 했는데 현대인의 혀는 60-70g이고, 위장은 남녀 평균 1300mL인 것에서도 증명된다.

◇(왼쪽부터) 반하, 마자인, 맥문동의 1승(65mL) 양.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의 저울추와 용기에 근거하여 1양을 13g, 1승을 198mL라고 하지만 상한론에 대입하면 맞지 않는다. 이는 상한론을 한나라 때 장중경이 처음 창작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있던 것을 수정하고 편집했고, 당, 송, 명, 청, 현재까지 1양과 1승이 크기가 달라졌어도 상한론 원문이 그대로 유지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하루 복용량은 무게와 개수, 부피, 사물에 비유한 것 네 가지로 표기하였다. 무게로는 하루 복용량이 8가지인데 1양과 2양, 3양, 4양, 5양, 6양, 8양, 16양이다. 16양은 생것이거나 액체, 광물성에만 적용된다. 약이 큰 알갱이면 개수로 측정하는 것이 편하고, 작은 알갱이나 가루, 액체는 부피로 측정하는 것이 편하다. 다만 오차가 생기므로 그래도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이 8가지에 맞아야한다. 생강과 대추도 무게로는 3양인데 대추 12개는 과육의 무게로만 3양이다.

김인락 지음, 교정의서국 출간
김인락 지음, 교정의서국 출간

 

처방에서 약재 나열순서는 무게, 개수, 부피 순이다. 무게를 저울로 달고, 개수를 센 뒤, 마지막으로 용기로 부피를 측정해야 다음에 물도 부피를 측정하면 된다. 무게는 말린 것을 먼저 서술하고 생것은 나중에 서술한다. 따라서 계심과 작약, 자감초, 생강, 대추 순으로 서술하였다.

상한론에서는 탕제의 1일 약량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물량과 탕액량, 복용회수, 1회량이 정해진다. 계지탕의 약재량은 14양이므로 물량은 이것의 절반인 7승이고, 탕액량은 물량의 1/2이하인 3승이고, 탕액 3승이면 3번에 나누어 먹으므로 1회분은 1승이다. 1승은 65mL이므로 야쿠르트 하나와 같고, 에스프레소 한잔에 근접한다. 이는 단숨에 삼킬 수 있으므로 쓰고 짠 한약을 먹는데 어려움이 줄어든다. 상한론 탕제는 1회분이 1/2-1승이므로 32.5-65mL인데 우황청심원 액체 한 병이 50mL인 것과 일치한다. 1일분씩 달이지만 1회분을 먹고서 효과가 나는지를 살피고 차도가 나면 달여 놓은 약도 포기하고, 없으면 2회째 복용한다. 따라서 한약은 약효가 느리다는 말은 틀렸다. 장중경이 상한론을 지은 이유는 자신의 친족 2/3가 죽었고, 죽은 자의 2/3가 상한으로 죽었기 때문에, 상한론 처방은 한 번 먹고 나면 효과가 나는 것을 목표로 만든 것이다.

 

▶책을 집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무엇인가.

어느 누구의 권위에도 얽매지 않고 오로지 장중경의 생각을 따라 모든 처방의 기원과 복용량, 전탕법, 복용법 등을 재현하고, 일일이 모든 처방에서 앞뒤가 일맥상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 기본정신은 살리고 현대에 맞게 수정할 수 있으면 수정하고, 더 나아가 개선하였다.

 

▶책과 관련해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책에서는 싣지 못한 수많은 사진과 도표, 구체적인 사례 등을 들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였다. 14시간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이지만 그동안 대학과 한의사 보수교육 등에서 강의한 경험과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 여러 나라에서 한약의 기원종과 유통품을 확인하고 찍은 사진, 2001년부터 수입한약재를 보세창고에서 관능검사한 경험과 식약처에서 약전을 개정한 것과 다양한 문헌과 연구논문 등등 모든 것을 동원하여 상한론 표준처방의 진수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였다.

 

▶앞으로 또 다른 책 출간 계획이 있나.

이번에 교정한 상한론 처방을 임상에 적용하여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금궤요략도 교정할 생각이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연구결과를 발표하면 ‘중국이나 일본의 누구는 그렇지 않다더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상한론은 권위자 말도 좋지만 일단 장중경의 생각을 따르고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 또 상한론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현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이를 적용하여 속 시원히 해결하고 양방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상한론 처방을 표준화했으니 탕증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운용하여 상한론의 우수성을 되찾아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장중경마저 뛰어넘어 현재와 미래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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