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 아기의 부모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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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우리 아기의 부모를 삽니다
  • 승인 2022.06.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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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브로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출연 :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드디어 기대했던 <범죄도시2>의 천만 관객 돌파가 현실이 되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2편이 본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계는 좋은 소식이 이어지면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으며 코로나로 입었던 상처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6월엔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작품들이 모두 개봉되면서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범죄도시2>의 인기를 이어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는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상현과 동수는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며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함께하자고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우선 <브로커>를 보기 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이 좋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원더풀 라이프>라는 영화를 통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던 감독이자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13년 칸 영화제에서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칸느 박’으로 불리는 박찬욱 감독처럼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감독이다.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전작인 <어느 가족>에서는 명의를 도용하고, 물건을 훔치는 등 비도덕적인 일을 하는 비혈연관계인 사람들이 한 지붕 밑에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매우 독특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등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브로커> 역시 영아 매매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어느 새 하나가 되어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감독의 전작을 관통하는 가족관이 여실히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거장들이 그렇듯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은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자극적인 갈등이나 장면들이 없는 대체로 밋밋한 구성으로 인해 흥행성은 담보할 수 없기에 <브로커> 역시 배우들만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가는 아쉬움이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영화적 요소에 대한 큰 기대감보다는 감독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는지 천천히 따라가면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들이 비도덕적인 안티 히어로로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힘들 수 있고, 형사로 출연한 배두나가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 연기를 하고 있지만 범죄 수사물이 아니기에 전반적으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가 함축하고 있는 감정을 중심에 놓고 <브로커>를 본다면 영화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송강호의 현실 연기와 영화 첫 데뷔작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이지은을 비롯하여 강동원과 배두나, 이주영 등의 연기가 제대로 어우러지며 낯설지만 어느 새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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