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명의 꿈꾸던 동생 임균수 열사…민주주의 이정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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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명의 꿈꾸던 동생 임균수 열사…민주주의 이정표 될 것”
  • 승인 2022.05.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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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5.18 광주민주화운동 임균수 열사 유가족 임양수 씨.

한약방 운영하던 조부가 장학사업 시초…‘한마음 한가족 공동체’ 정신으로 헌신
◇임양수 씨.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 1980년, 원광한의대 학생이던 임균수 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위에 나섰다가 계엄군 발포로 사망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임균수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87년부터 원광한의대 학생에게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임균수 열사 추모비를 세워 매년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이에 임균수 열사의 형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던 임양수 씨에게 임 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1987년부터 매년 원광대 한의과대학에 장학금 기탁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한의대에 장학금을 기탁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부친이신 경산 임병대 교수(현 조선대학교 명예교수회 회장)께서는 지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둘째 아들 임균수 열사를 잃은 후 큰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1987년도부터 임균수 열사의 못다 이룬 꿈을 계승하고 불생불멸의 진리를 전하고자 원광대학교에 장학금을 기탁 하게 되었다.

 

◇임균수 열사

 

▶생전의 임균수 열사는 어떤 청년이었나.

임균수 열사는 한약방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의 가업과 정신을 이어갈 성실한 청년이었다. 동생 임균수 열사는 장래가 촉망받는 청년이었고, 동방의 명의를 꿈꾸며 '슈바이처 박사'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아 한의대에 진학하였다. 원광대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대학 교훈을 본인의 인생관에 정립했으며, ‘지덕겸수, 도의실천’을 평소 실천하고자 하는, 당차고 눈웃음이 많은 대학생이었다.

그는 이 땅의 민주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한의대에서 공부하기도 바쁜 일정 속에서도 42년 전 5월 원광대학교 교내‧외 민주 시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 그의 5월의 고귀한 희생은 민주의 꽃이 되었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가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원광대 선⦁후배에게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임균수 열사의 민주 정신이 전쟁과 분단의 시대를 넘어 민주평화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친께서 장학사업을 추진해왔고, 이를 아들과 손자가 계속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들었다. 좋은 취지라고 할지라도 공익을 위해 3대가 뜻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를 이어서까지 장학사업을 이어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균수 열사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에게 자라면서 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아버지 몽해 임정래 선생님은 일제치하에서 전북 순창을 떠나 만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셨다. 이후 1945년 해방 후 순창으로 귀향해 ‘만주한약방’을 운영하시면서 수입의 일부분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과 후원활동을 하셨다. 그러면서 1971년 순창제일고에 장학금을 지급했던 것이 우리 집안에서 장학금을 지급한 시초인 것 같다.

임균수 열사가 사망한 이후, 부친인 임병대 교수는 할아버지의 뜻과 임균수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자 장학금을 수여하는 학교를 늘려왔다. 현재는 순창제일고, 순창북중, 순창고, 광주인성고, 고창고, 조선대학교, 원광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 사회봉사를 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평생을 ‘인류는 한마음 한가족 공동체’라는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할아버지, 이버지, 동생의 뜻을 받들어 내 능력이 되는 한 우리집안이 장학사업을 지속적으로 계승해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36년 간 원광대의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아왔다. 이 학생들이 어떤 한의학도가 되길 바라나.

장학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정신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한의학자와 원광대학교 선‧후배님들이 ‘민주열사 임균수’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이외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혹시 시간이 되면 임균수 열사가 평소 즐겨 읽었던 김구 백범일지를 정독하길 권한다. 그리고 백범 김구선생님이 애송했다는 이유로 임균수 열사 본인도 가장 좋아했던 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를 소개하고 싶다.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踏雪野中去)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今日我行跡)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遂作後人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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