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근무 도중 ‘연명의료결정법’ 이후 의료환경 변화에 변호사 도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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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근무 도중 ‘연명의료결정법’ 이후 의료환경 변화에 변호사 도전 결심했다”
  • 승인 2022.05.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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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의사 출신 변호사 김민지 씨

병원 근무하며 LEET 공부로 로스쿨 준비…바이오 회사 소액주주 소송 등 전담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 제1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김민지 씨. 그는 상지한의대를 졸업해 진료를 하던 한의사였다. 임상의의 길을 걷던 한의사가 로스쿨에 입학해 바이오분야 증권금융전문변호사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그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소감이 궁금하다.

긴 시간 준비했던 일이 성과를 내어 기뻤고, 안도감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함께 고생하며 공부했던 친구들이 모두 합격하지는 못하였기에,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한의대를 졸업한 이후 변호사의 길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6년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다른 길을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나는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오래 전부터 법학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법학과 진학을 희망하던 문과 학생이었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던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대다수의 대학교에서 법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취지상, 전문성을 가지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 문과 학생의 교차지원이 가능하던 상지대학교 한의예과에 지원하여 입학하게 되었다.

한의학과 입학 이후 한동안은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학교에 적응하면서 법학에 대한 관심을 잊고 지냈었다. 그렇게 한의사로 일하던 중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이 도입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이를 보며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아직 젊으니 도전해보자 싶었고,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기에 기회비용 상실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로스쿨 입학은 어떻게 준비했으며, 입학을 준비하고 로스쿨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법학적성시험(LEET), 학점, 영어성적, 기타 정성 요소가 필요하다. 나는 정성 요소의 경우 한의사로 일한 경험으로 충분했지만, 학부 때부터 로스쿨을 목표로 학점을 관리해 온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점이 부족했다. 그래서 법학적성시험을 잘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만 법학적성시험은 말 그대로 적성시험이라 공부를 하는 만큼 점수가 크게 오르는 시험은 아니다. 그래서 일을 쉬면서 전업으로 준비하기보다는 퇴근하고 틈틈이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혹시 시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니던 병원에 계속 근무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법학적성시험 성적이 잘 나와서 고려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다.

로스쿨 공부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3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여 대학원에 다니더라도 자격증 취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이었다. 내가 치룬 제11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53.55%로, 응시인원의 반은 합격하지 못하며, 5년의 응시기간 제한도 있다. 또한 로스쿨에서의 학점이 졸업 이후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에 로스쿨 생활은 한의대보다 경쟁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 탓에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다수 있다. 변호사 시험까지의 긴 과정을 완주하려면, 함께 공부하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고,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바이오분야 증권금융전문변호사로 근무한다고 들었는데, 대략 어떤 소송을 전담하는 것인가.

과거에도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 제약 관련 회사의 공시 및 이에 따른 주가 등락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였고, 국민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내가 일하고 있는 로펌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있어, 증권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이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주식회사가 증권신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에 허위 기재를 하거나 중요사항 기재를 누락하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경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변호사로서 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 회사를 견제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적정한 공시가 이루어져 주가에 반영됨으로써 좋은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초임 변호사라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과 포부를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한의사로서 직접적으로 진료에 임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의료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변호사가 되겠다.

 

▶한의대를 졸업한 이후, 혹은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다른 직종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사 면허 취득 이후 다른 직종에 도전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만을 고려한다면 대체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요즘 나는 일하는 것이 재미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해나가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큰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하시고자 하는 원장님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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