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10> - 『尙論太陽經篇』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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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10> - 『尙論太陽經篇』②
  • 승인 2022.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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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편차와 문구를 고쳐 병의 가닥을 바로잡다

 앞글에서 제시한 것처럼 이 책의 원작자인 兪昌(1585~1664)은 호가 西昌, 자가 嘉言으로 청대 초기 상한학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명대 方有執이 쓴 『傷寒論條辨』을 토대로 흐트러진 상한론 원문의 錯簡을 바로잡고 조문을 재분류하여 정렬한 다음, 이에 따른 자신만의 독자적인 견해를 담아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 『상론태양경편』

 예컨대, 이 책의 도입부인 ‘論太陽經傷寒證治大意’에서도 王叔和가 중경상한론을 編次할 때, ‘辨痙濕暍脈證’으로 첫머리를 삼고 ‘辨太陽經病脈證’을 그 다음에 둠으로써 혼란이 야기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이로써 왕숙화가 미처 깊이 궁리하지 못한 폐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실마리를 열었는데, 마땅히 첫 편을 別論으로 돌리고 태양경편으로 正論의 첫머리를 삼아야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또 북송대 교정의서국의 林億이나 成無己 같은 무리도 역시 편차가 올바르지 못해 폐해가 많고 字義를 그릇되게 이해하여 가소로울 뿐이라며 비난하였다. 이렇듯 당시 고대 의서의 문구를 일자일구 고증하고 주석을 덧붙여 분석하는 학풍이 유행했는데, 청대 고증학의 기풍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治病必先識病, 識病然後議藥”이라 하여 변증론치를 강조하였고 임상의에 대해서 평소 醫案을 작성해 남겨야한다는 지견을 견지하였다. 70노경에 이른 뒤에야 이 책을 비롯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寓意草』,『醫門法律』과 같은 걸작을 남겼다. 그중 전자는 바로 兪昌이 과거 자신이 치료한 치료경험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의안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인데, 풍부한 설명과 경험을 함께 담아내 저자의 치병관과 경험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태양경상편은 ‘太陽經受病之初有定脈定證一法’이란 이름 아래 원문 “太陽之爲病, 脈浮, 頭項强痛, 而惡寒”을 첫 대목으로 삼아 시작한다. 이에 대해 주석에서 이르기를 “먼저 태양병의 總脈과 總證을 이끌어 중풍과 상한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니 태양방광경은 곧 육경의 첫머리로 피부를 주관하여 영위를 통괄하므로 이른바 병을 얻게 되는 시초라고 이른다.”라는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태양경상편은 위의 조문으로부터 시작하여 “太陽病醫發汗, 遂發熱惡寒, 因復下之. 心下痞, 表裏俱虛, 陰陽氣並竭, … 復加燒鍼, 因胸煩面色靑黑膚潤者難治, 令色微黃手足溫者易愈.”에 이르기까지 총52조에 대한 오류변정과 병리기제에 대한 해설을 남기고 있다.

  한편 태양경중편 첫머리는 “상편의 風傷衛증에 계지탕을 써서 解肌시킨 것을 살펴보니 발한시키는 것을 꺼려하여 영혈이 요동하게 되며, 영혈이 움직이지 않고 다만 위기만을 다스리면 오히려 못 미치는 폐해가 생긴다. 약세가 모자라면 病邪의 세력을 다 없애지 못하게 되어 반드시 속으로 전이하게 되므로 중편에서 표리를 함께 해소시키는 치법이 태반을 차지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중편의 소제는 ‘辨寒傷榮有定脈定證總稱傷寒一法’으로 되어 있으며, “太陽病 或已發熱, 必惡寒體重嘔逆, 脈陰陽俱緊者, 名曰傷寒.”이라고 한 조문으로부터 시작하여 “傷寒身黃發熱者, 梔子蘗皮湯主之.”까지 寒傷榮증에 대한 치법 58조를 상세히 해설하였다.

  이어 끝으로 태양경하편에서는 “太陽中風, 脈浮緊, 發熱惡寒, 身疼痛, 不汗出而煩燥者, 用大靑龍湯, 主之.”라는 상한론 조문을 분석하는 말로 시작하여 해기와 발한을 겸한다는 의미를 청룡탕에서 취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곧 용이 하늘로 올라가면 구름이 일어나며 구름이 일어나면 비가 내리게 되고 울체되었던 열기가 단번에 없어지고 번조증이 풀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야말로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갈증이 해소되는 모습을 형용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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