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그해 여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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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그해 여름이 다가온다
  • 승인 2022.04.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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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그해 우리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여름이었다’라는 말이 있다. 앞에 그 어떤 엉뚱한 말을 해도 ‘여름이었다’를 뒤에 붙이면 꽤 그럴싸하게 아련한 청춘로맨스가 만들어진다는 우스개소리다. 예를 들어 ‘라면을 먹었다’라고만 하면 아무런 의미 없는 먹보만 상상되지만, ‘라면을 먹었다. 여름이었다’라고 하면 여름에 첫사랑 그 애와 단둘이 라면을 먹으면서 까르르 웃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연출: 김윤진, 이단극본: 이나은출연: 최우식, 김다미, 김성철, 노정의 등
연출: 김윤진, 이단
극본: 이나은
출연: 최우식, 김다미, 김성철, 노정의 등

올 초에 방영됐던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감성에 제격인 드라마다. 비록 방영날짜는 추운 겨울이었지만 배경은 대체로 초여름을 많이 묘사하고 있기도 하고, 드라마 내용 자체가 고등학교때부터 대학교까지, 그 때 그 시절의 풋풋했던 청춘과 사랑했던 감정을 돌이켜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시점의 두 주인공 역시 20대라는 점에서 아직 청춘은 진행되고 있기도 하거니와, 제목부터가 ‘그해 우리는’이니 말 다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고등학교 전교 1등과 꼴등의 학교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국연수와 최웅이 감정이 스며들어 사귀게 되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헤어졌다가 그 때 그 시절 다큐멘터리의 후속편을 10년 만에 다시 찍기 위해 만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재에서 상당히 요즘 감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이전에 두 사람의 감정을 편지로 드러내고, 2010년 무렵에 문자를 했다면, 이제 2020년에는 아예 다큐멘터리로 방송을 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후속편을 찍게 된 이유가 소위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10년 전 영상이 최근에 와서 역주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컸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체적인 흐름은 전통적인 로맨스물의 왕도대로 흘러간다. 모종의 이유로 헤어졌던 두 연인이 불가피하게 재회하게 되고, 이들은 서로에 대한 미련을 가득 가지고 있음에도 애써 마음을 부정하지만 결국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식이다. 현대 로맨스물 작가들이 그렇듯이 제인 오스틴이 이미 19세기에 정립해둔 공식대로다.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충실히 담아냈다는 이야기다.

또한 드라마 특성상 고등학교시절에서 대학생 시절의 과거회상이 많은 편인데, 10살을 오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배우들의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연기력이 준수한 편이고, 동안이라는 점도 한 몫하는 모양이다. 김다미의 발음이 너무 부정확해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간의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단순히 국연수와 최웅의 연애만을 다루느라 주변인물의 감정이나 이야기에 소홀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연수의 절친인 이솔이는 국연수와 최웅의 로맨스를 엮으면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주인공 친구’역할에만 치중되기 쉬운 캐릭터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국연수의 ‘친구’로서 연수가 힘들 때 어떻게 의지가 되고 도움을 주었는지 그들의 우정을 놓치지 않는다. 김지웅의 선배이자 처음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박동일 역시 그가 선배로서 김지웅에게 어떤 마음을 전해주었는지도 나온다.

이렇게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이 드라마는 로맨스물이면서도 다큐멘터리같은 휴머니즘이 담뿍 담겨있다. 그 점이 누군가에게는 산만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반팔이 점점 어색해지지 않는 요즘 계절에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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