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호계지탕–감염질환, 복통에서 신경계 각종 증후까지 총망라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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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호계지탕–감염질환, 복통에서 신경계 각종 증후까지 총망라①
  • 승인 2022.04.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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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54)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25세 남성.

3년 째 항전간제를 복용하고 있으나, 약제조정을 시행하여도 조절이 되지 않는 뇌전증으로 한의치료를 원해 내원했다. 평상 시 긴장을 잘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긴장할 때면 상열감과 함께 가슴갑갑함이 심해진다고 한다.

기존에 복용 중이던 항전간제는 그대로 유치한 채 A 엑스제를 하루 2회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첫 복용에서 2주 후, 평소 같으면 긴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은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으며 A 엑스제 복용에 따른 추가적인 불편감은 없다고 했다. 이후 A를 2개월간 지속 복용했다. 2개월간 추가적인 경련발작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6개월간 복용을 지속하였고, 그 기간 동안 경련발작은 없었다. A를 복용한 뒤로는 기존에 있던 야뇨증의 발생횟수도 함께 경감되었다고 한다. 현 상황 유지를 원하여 A 복용을 일단 3개월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시호계지탕(柴胡桂枝湯)이다. 시호계지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감염성 질환의 지연화에 따라 발생한 소화관증상을 겸한 오한, 발열, 신체통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 감염질환 시 쇼크상태 및 각종 복부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다양한 적응증이 제안되었는데, 이후 그 적응증이 그대로 유지되어 여러 의서에 기록되었다. 이후 출전에서의 적응증이 보다 확대되어 최근에는 감염상태 외에도 각종 신경계, 정신계 증후와 질환에 다수 활용되고 있다.

 

시호계지탕 개요

구성약물: 계피, 황금, 인삼, 감초, 반하, 작약, 대조, 생강, 시호

효능효과: 체력중등도 또는 약간 허약하며 대부분은 복통을 동반하고, 때때로 미열, 오한, 두통, 구역 등이 동반되는 다음 모든 증상: 위장염, 감기 중기~후기의 증상 (일본 내 허가사항)

시호계지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호계지탕은 중국 한대의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첫 등장부터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는데, 감염질환의 상황을 다룬 『상한론(傷寒論)』에 2회, 감염질환 외 기타질환의 상황을 다룬 『금궤요략(金匱要略)』에 1회 등장하며, 각 조문별로 모두 다른 상황의 적응증을 제안하고 있다.

『상한론(傷寒論)』의 첫번째 조문은 “변태양병맥증병치하제칠(辨太陽病脈證幷治下第七)”에 등장한다. “傷寒六七日, 發熱, 微惡寒, 支節煩疼, 微嘔, 心下支結, 外證未去者, 柴胡桂枝湯主之”라고 하였는데, 이는 시호계지탕의 가장 대표적인 조문으로 감염질환 초기를 지나 중기 이후에 이르러 감염 초기에 나타난 발열 및 오한 증상과 함께 중기 이후의 각종 소화기증상(구역, 명치불편감 등)이 겸해져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다음 조문은 “발한후병맥증병치제십칠(發汗後病脈證幷治下第十七)”에 나온다. “發汗多, 亡陽, 譫語者, 不可下, 與柴胡桂枝湯, 和其榮衛, 以通津液, 後自癒.”라 하였는데, 여기서는 감염질환에 동반된 일종의 탈수성 쇼크상태, 그리고 이에 동반된 섬망 같은 의식장애 발현 상황에서의 시호계지탕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서 시호계지탕은 작약을 필두로 하여 부족한 수액을 보충하는 역할과 함께,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상태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금궤요략(金匱要略)』에서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적응증을 제시하게 되는데, 바로 “명치에서 배꼽에 걸친 부위에 나타나는 급성 발작성 복통”이다. 복부의 다양한 증후를 다룬 “복만한산숙식병맥증병치제십(腹滿寒疝宿食脈證幷治第十)”에서 “外臺柴胡桂枝湯. 治心腹卒中痛者”라 하였는데, 이는 소시호탕에 계지, 작약을 추가한 방의를 지니고 있는 이 처방이 작약의 가미에 따라 관강장기에서 유래한 각종 산통에 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후 각종 의학서적들은 『상한잡병론』의 각종 서술을 그대로 답습하며 그 병태의 발생기전과 시호계지탕의 작용기전을 설명하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1771년 일본의 우치시마 겐테이가 저술한 『고방절의(古方節義)』의 한 서술을 통해 시호계지탕의 적용범위가 “어혈(瘀血)” 병태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우치시마 겐테이는 이 책에서 여성의 각종 어혈, 혈체(血滯) 병태와 산전산후의 각종 증후에 시호계지탕에 대황을 추가한 “시호계지탕가대황”을 응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는데, 이는 『금궤요략』에서 언급되었던 관강장기 유래의 각종 산통에 대한 응용을 여성 생식기 질환의 문제에 한정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서술로 보인다. 이후 1856년 출간된 오다이 요도의 『유취방광의(類聚方廣義)』에서는 시호계지탕이 여성의 혈도증(血道症)에 대한 약이라는 언급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후 발간된 각종 일본의 의학서적들에서는 시호계지탕에 거어혈효과(祛瘀血效果)가 있는 것으로 기술되었고, 이를 토대로 어혈이 원인인 것으로 여겨지는 각종 통증 질환에까지 응용이 되기 시작한다.

위의 각 의학서적에 등장한 내용은 현대의 시호계지탕 임상활용에 각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상한론』 첫 조문은 급성기를 지나 만성화되어 가는 감기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감염질환에 대한 응용으로 발전하여, “시호계지탕 개요”에도 서술했듯 ‘감기 중기~후기의 증상’이라는 적응증이 부여되었다. 두 번째 조문은 감염질환 외 만성질환에 대한 시호계지탕의 임상활용의 단초가 되었다. 중추신경계 과흥분 상태에 대한 진정효과를 보여준 이 조문의 내용을 토대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신경증에 시호계지탕이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난치성 뇌전증,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활용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임상증례 보고도 축적되고 있다. 『금궤요략』 조문은 관강장기 유래의 복통을 동반하는 각종 복부장기의 질환(대표적인 예로 궤양성 대장염 등)에 대한 응용의 단서를 제공했으며, 『고방절의』에서 기인한 어혈병태에 대한 응용은 각종 난치성 신경병증성 통증, 여성생식기질환에 대한 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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