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06> - 『同和藥房用藥寶鑑』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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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06> - 『同和藥房用藥寶鑑』③       
  • 승인 2022.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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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한마음으로 國泰民安을 염원하다

  앞글에서 보았던 처방 일부와 간략한 제조방법은 바로 이 책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活命水방인데, 同和藥房(동화제약의 전신)의 창립자인 민병호가 궁내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태의원 전의로부터 입수한 궁중비방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 수록된 각종 약제품목에는 처방 내역이 전혀 실려 있지 않다.

 

*본문에 고어가 있어 부득이하게 일부를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편집자주-

  원문의 加答兒는 의학용어 ‘catarrhal’의 차음어로 점액질이 분비되는 질환증상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虎疫이라 기재한 것은 사람이나 가축이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는 虎患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虎列刺’라고 차음해 표기하는 법정전염병 콜레라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로보아 활명수는 주로 급만성 위장질환과 소화기계 병증에 두루 적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대역이 매우 광범위한 것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 『동화약방용약보감』
◇ 『동화약방용약보감』

  ‘동화약방용약보감’이란 이 책의 서명 앞자리에 붙어있는 이름이자 社名이기도 한 동화약방의 ‘同和’란 명칭은 원래 『주역』계사상전에 등장하는 ‘二人同心, 其利斷金’이란 글귀에서 同자를 취하고 ‘時和年豐, 國泰民安’이란 구절에서 和를 가져다 동화라고 명명했다고 밝히고 있다.(활명수 100년 성장의 비밀, 2009.) 아마도 창업주가 조선의 대동단결과 민족화합에 대한 염원을 담아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앞 구절 ‘二人同心, 其利斷金’이란 말은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라도 끊을 수 있다.”는 말로 여러 사람이 合心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뜻으로 널리 회자된다. 이 사자성어는 또한 ‘同心之言, 其臭如蘭’(즉, 마음이 합치되는 사람끼리의 말은 그 향기로움이 마치 난초와도 같다는 뜻.)이란 대귀와 함께 조선시대 아동학습서이자 수신교양서의 대표격인 『小學』이나 『명심보감』에도 등장할 정도로 교우간의 의리와 정의를 강조할 때 폭 넓게 사용되고는 했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두 문구를 합해 ‘金蘭之契’ 혹은 ‘金蘭之交’라 부르며, 다정한 친구 사이에 금석도 자를만한 변치 않을 굳건함과 난초와 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운 우정을 맺는다는 표현으로 예나 지금이나 각종 結社나 同友會 취지문에서 곧잘 쓰이는 문구이기도 하다.

  아울러 時和年豐은 ‘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라는 뜻으로, 태평성대를 비유하는 사자성어로 쓰인다. 이 구절은『毛詩正義』小雅편에 나오는 “만물이 번성하고 모든 백성들이 충성하고 효성스러우니 평화로운 때를 맞아 해마다 풍년을 맞이한다.(萬物盛多, 人民忠孝, 則時和年豊)”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어 조정에 잘못이 없고 나라가 평안하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평화시대를 말할 때 사용되었다.

  또한 국태민안이란 “나라가 부강해지고 온 백성이 편안해진다.”는 뜻으로 위정자들이 즐겨 휘호로 삼아 쓰는 것이라 익숙한 것일 터이다. 글귀에 담긴 의미는 매우 훌륭하지만 동화약방이 창립되던, 대한제국 말기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의 정황은 이러한 문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으니 그저 장차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의 건강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아 이름 붙인 명칭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용약보감에서 보감은 당연히 『동의보감』에서 차용한 것이 분명할 터이지만, 다른 사람이나 후세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일이나 사물을 적은 책을 말한다. 거울에 낱낱이 비추어 귀감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국조보감』,『명심보감』등 귀중문헌의 서명으로 사용되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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