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화려했던 만큼 외로웠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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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화려했던 만큼 외로웠던 삶
  • 승인 2022.04.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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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스펜서
감독: 파블로 라라인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왕조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궁에 관한 호기심을 넘어 내적 친밀감까지 가지고 있는 듯하다. '궁궐에 가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나 전생에는 궁궐 생활을 했을지도 몰라'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 현대에 왕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도 가지고 있어 2007년에는 '궁'이라는 드라마도 방영되었다. 이처럼 우리에겐 흥미로운 역사 속 왕실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인 나라들이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상징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 왕실에 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데 특히 왕족의 결혼은 언제나 주목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과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도 떠들썩했는데, 역사상 누구보다 관심을 받았던 사람은 다이애나일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파파라치에 쫓기다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큰 관심이 없었음에도 세상이 떠들썩했던 기억은 남아있다. 다이애나가 영국 국민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국 왕실에 대한 이해는 크지 않아 그녀가 왜 이혼을 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해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개봉한 '스펜서'를 보고 다이애나의 왕실 생활이 생각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펜서’는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부터 크리스마스 다음 날까지 영국 왕실의 모습을 담으며 왕세자빈으로서 다이애나의 삶을 조명한다. 왕실별장까지 스스로 운전해 가려던 다이애나가 길을 잃고 가장 늦게 도착하는 첫 장면은 뜻대로 되지 않는 왕실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겨우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지만 정해진 규칙과 감시의 눈들은 점점 다이애나를 조여온다. 거식과 폭식을 오가고, '앤 불린'의 환영에 시달리다 결국 사랑하는 아들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이애나는 결혼 15년 차인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하며 더없이 행복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행복은 1년 만에 끝이 난다. 어쩌면 너무나도 어렸던 20살에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가장 폐쇄적인 공간인 왕실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힘든 그녀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세간의 관심과 사랑은 그녀가 견디기엔 과도했다. 그나마 다이애나를 버티게 한 것은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는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윌리엄과 해리는 왕가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평범한 모습들을 가지며 자랄 수 있었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두 왕자 모두 귀족 출신이 아닌 평민 출신 아내를 맞이하였다.

영화는 짧은 기간을 담고 있지만, 왕실에서 다이애나의 힘들었던 삶 대부분을 잘 녹여내고 있다. 속도감 있는 장면전환과 클로즈업 기법으로 몰입감을 주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눈빛, 말투, 몸동작 하나하나가 다이애나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18살의 어린 나이에 ‘트와일라잇’으로 세계적 스타가 되어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심적 부담이 컸다는 점에서 다이애나의 심경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듯하다. 또 연기와는 별개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의상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에 준비되는 옷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하고 이 점이 다이애나의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이애나 혹은 영국 왕실의 삶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배효원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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