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햇살처럼 따뜻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면 일어나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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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햇살처럼 따뜻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면 일어나는 기적
  • 승인 2022.04.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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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김주연

mjmedi@mjmedi.com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코스 수료 후기
김주연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의,
M&L 6기 수료

1년 전의 봄,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수련을 받기 시작한 지 막 1년이 지난 시기였다. 그 동안 병동에서 꽤 많은 정신과 환자들과 밤낮으로 부대끼는 시간을 보냈었지만 나는 환자와 단 둘이 마주하고 있는 상담 시간에도 가끔은 내가 혼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환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그저 어떤 말이 환자에게 더 위로가 될까 생각해내느라 분주해지고 때로는 마음속으로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상담실로 가는 발걸음은 늘 무거웠고, ‘내가 어떻게 더 잘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당시의 나는 환자를 더 잘 분석하고, 환자의 말과 행동 저 멀리에 숨겨진 뜻을 캐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좋은 치료법을 제공해서 내가 원하는 정답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는 방법을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코스를 신청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단순히 내가 할 수 있는 치료가 한 가지 늘어났다는 것 이상으로 이제는 나에게 오는 사람들과 나에게 오는 삶들이 모두 이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정신과 환자들의 마음을 낫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리 치료의 효과의 40퍼센트는 내담자의 자원인 리소스에서 오고, 치료 스킬이 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1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M&L은 Mindfulness & Loving beingness의 약자로, M&L 심리치료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든 비판이나 평가 없이 바라보는 ‘마음 챙김’과 ‘존재론적 사랑’을 기반으로 내담자가 스스로를 치유해나갈 수 있도록 안전의 장을 만들고 지지해주는 치료다. 내담자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든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든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치료자는 그저 함께하면서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정말 같이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코스가 끝날 때까지도 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애쓰는 마음을 더 많이 내려놓고 환자의 순간순간의 말, 표정, 행동에 연결되는 것에 더 집중할수록 환자와 더 빠르게 안전한 치료 관계를 만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치료도 더 잘 됐다. 트라우마가 있는 공간이 환자가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게 되는 리소스 공간이 되기도 하고, M&L의 중요한 치료도구인 ‘마음의 방’을 이용해서 마음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기만 했는데도 외로움으로 죽고 싶다던 환자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수줍게 가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누군가가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로서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치료자인 나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존재 자체로서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야 더 잘 사랑할 수 있었다. “환자분은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지금도 잘 해내고 있어요.”라는 말도 충분한 안전의 장이 만들어졌을 때여야 더 큰 울림과 효과를 주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M&L 수업에서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Loving beingness하는 연습을 하며 치료자이기 이전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을 따뜻하게 충전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오늘은 얼마나 더 많은 리소스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담실로 향할 수 있게 되었고 환자와 대화할 때는 나의 최선을 다 해 환자의 빛나는 부분을 찾는다.

M&L을 만나면서 생긴 진료실에서의 변화는 나의 일상에까지 번졌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받아들이고 혼자서 다독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매일의 평범한 일에서도 나의 리소스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먼저 바라보던 습관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내가 해주는 Loving beingness처럼 친구에게 말해주었다며 깔깔 웃는 우울증 환자에게, 그리고 자해 흔적으로 가득했던 손목이 이제 깨끗하고 예뻐졌다며 보여주는 환자에게 감사와 감동을 느끼며 M&L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M&L에서 배운 대로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사람들이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아갔다. 사람들에게서 내가 목격한 기적은 내가 정신과 진료를 편안하게 느끼고 새로운 환자와의 만남을 더 많은 기대감으로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죽어가는 화초들 중에는 물을 많이 줘야 살아나는 것도 있고 물을 적게 줘야 사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화초라도 따뜻한 햇살은 꼭 많이 비춰줘야 살더라고요. 내 마음이 이렇게 메말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죽는 일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계속 이렇게 따스하게 대해주면 나도 나을 수 있는 희망이 있지도 않을까 잠깐씩은 생각을 하게 돼요.” 우울증을 앓던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었던 ‘스토리텔링’이다. 매일 병실 문과 진료실 커튼을 열며 누군가에게 내가 따스한 햇살처럼 느껴지기를, 그리고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더 많은 한의사들이 M&L을 경험하고 환자들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7기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베이직 코스는 2022년 4월 16일 시작될 예정이다.(문의: 한경훈 홍보이사 kf998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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