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한의사 과학자와 함께 포제법 현대화 및 표준화 연구 지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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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한의사 과학자와 함께 포제법 현대화 및 표준화 연구 지속할 것”
  • 승인 2022.03.1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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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최수지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보건연구관/한의사

농진청, 감초 종간교잡종 개발 및 활용 추진…한의사 역량 발휘할 공직 늘었으면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소수의 공직한의사,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농촌진흥청에서 일하고 있는 최수지 보건연구관. 그는 공직에서 일하기 전, 세명한의대를 졸업해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의 임상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농진청의 유일한 연구직 공무원 한의사로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농진청에서는 한의계와 관련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진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부서는 약용작물과 버섯 등 특용작물의 기능성 평가 및 식의약 소재 개발, 기능성 소재 발굴 확대를 위한 기반구축 및 가공이용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특용작물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부서에 3개의 연구실이 있는데 그중에서 기능성개발연구실의 실장을 맡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액은 3조 3,2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이 시장이 커짐에 따라 한의학을 접목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오남용과 부작용 문제도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한의사와 달리 임상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특히 공직 중에서도 농진청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공직자인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며 대학 진학 이전부터 공직 진출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면서 먼저 임상 한의사가 되는 것에 무게를 두고 공부를 했다. 임상 경험이 있어야 후일 공직을 선택하더라도 현실을 알고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과 공부를 하며 연습 삼아 행정고시에 응시해 보기도 하고, 학생회 때는 공직에 계신 선배들의 초청 강연을 기획하고 제일 앞줄에서 경청하기도 했다. 특히 본과 4학년 때에는 여러 교수님의 지도하에 사회 진출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점에 감사드린다.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직장은 세명대학교 제천한방병원 인턴이었는데,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짧지만 밀도 있게 환자와 직원을 대하는 방법과 진료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 이후 한방병원, 요양병원에서 봉직의로 경험을 쌓다가 강남구에 한의원을 개원해서 대표원장으로도 일했다. 개원 4년 차에 지금 일하는 자리로 이직하게 되어 올해로 3년째 공직에 몸담고 있다.

 

▶공직한의사의 대부분은 주무관이나 사무관인 반면, 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연구직 공무원은 어떤 특징을 가진 직위이며,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연구관에 대해 설명하기 이전에 연구직 공무원의 개념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연구직 공무원이란 연구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공무원 직군으로서 연구관과 연구사 직급으로 나눈다. 연구관은 1~5급 상당이며 연구사는 6급 상당이다. 연구직 공무원이라 해서 연구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고 행정업무도 병행하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행정업무의 비중이 높아진다. 일반적인 경우는 연구사로 임용되어 20년 내외로 일하면 근무성적 등을 평가받아 연구관으로 일반승진하는 경로를 밟거나 연구실적이 탁월한 경우 경력에 상관없이 특별승진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5급 민간경력자 채용에 응시 후 합격하여 보건연구관으로 입직하였다.

한의사 중 공직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일할 수 있는 공직은 아직 부족하다.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농진청의 한의사 TO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 자리 뿐이다. 한의계 관련 연구나 행정 분야에서 한의사가 해야 할 일이 많으므로 앞으로 한의사 동료들이 점차 늘었으면 좋겠다.

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리가 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때를 기다리면서 임상 또는 연구 경력을 쌓거나 혹은 관심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는 등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고야 의정서가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토종자원의 주권을 지켜야 할 필요가 증가했다.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수입 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농진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되고 2014년 발효됐으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다. 발효 이후, 국내 생명공학기업들은 해외 생물자원 이용에 따른 접근 및 이익 공유에 대비하기 위해 생물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필요로 하는 소재를 재배하는 농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기업 수요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개발 품종의 보급 확대를 위해 표준 재배기술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또한 농가와 기업의 맞춤 계약재배를 유도하며 국내 생명공학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 부서에서는 기업의 식의약 소재 개발을 위해 유전자원과 추출물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감초 교잡종에 관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지난 2019년에는 한중일 전문가 토론회도 개최됐다. 2019년과 비교해 현재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잡종(hybrid)이란 유전적 조성이 서로 다른 생물 간의 교잡에 의해 생긴 개체를 말한다. 좁은 뜻으로는 문제의 유전자에 관해 헤테로(이형) 상태인 것을 가리키고, 넓은 뜻으로는 다른 품종, 계통, 종(種) 간의 교잡에 의해 양친의 성질을 함께 갖는 자손을 말한다. 자연계, 특히 식물계에서 교잡은 자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종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진화의 한 요인이 된다.

감초는 만주감초(Glycyrrhiza uralensis), 유럽감초(G. glabla), 창과감초(G. inflata), 총 3종의 기원종을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감초가 자생하지 않아 조선시대부터 국산화를 위해서 오랜 재배연구를 시도했지만 기후 등 환경이 맞지 않아 국산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해외 탐사에서 유럽감초와 만주감초의 종간교잡종이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내몽고 등 중앙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대규모로 자생하거나 재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유통되는 수입감초에서도 종간교잡종이 상당수 혼입되어 있다. 이러한 의제로 한중일 토론회, 국제회의, 국제학회 등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결과, 관련 전문가들은 약전 개정을 통해 감초 교잡종을 기원종으로 추가하는 데 공감하고 있다.

감초는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약용작물 중 하나이므로 농촌진흥청에서는 유럽감초와 만주감초의 종간교잡을 통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감초 품종을 개발했으며, 13주 반복투여독성, 유전독성 등 식의약품 안전성 8개 항목에서 모두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감초와 효능 및 성분이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감초 종간교잡종의 활용은 조선시대부터 꿈꿔온 국산 감초 숙원사업을 해결할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에 대해 SCI급 논문 게재는 물론, 감초 생산자와 수요자의 의견 수렴 및 다부처 회의도 주도해 왔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는 종간 교잡종 감초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 입증을 진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는 정책건의를, 2021년에는 한의사협회 등 감초 수요자들을 우리 기관에 초청해 설명회도 진행했다. 아직 정책, 행정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숙제도 많다. 앞으로도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며 나아갈 것이다. 한의사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앞으로 계획 중이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주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한의학은 임상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지만 산업화 부분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화가 더디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전문 용어가 생소했던 것도 요인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한의서에 고혈압이라는 단어가 없지만 한의사는 간양상항, 허혈 등이 이와 유사한 개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업무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원에서 수학한 본초학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고 연구개발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 또한 여러 과학자와 함께 포제법의 현대화와 표준화를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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