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호가용골모려탕 – 불안, 우울의 first choice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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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호가용골모려탕 – 불안, 우울의 first choice①
  • 승인 2022.03.1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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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52)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74세 여성.

뇌경색으로 인한 좌반신소력으로 발병 이후 2개월째 한방병원에서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재활치료 초반에 비해 최근 회복의 속도가 느려져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급기야는 회복에 대한 걱정을 하다가 이틀 연속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복용 중이던 처방은 모두 유지한 채 A 엑스제를 하루 2회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3일 뒤 낮시간 동안 우울한 모습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4시간 정도를 푹 잤다고 했다. 복용 5일 후부터는 6시간 이상 수면이 가능했으며, 우울감도 편해졌다. 수면이 편해져 복용을 중단하려 했으나, A 엑스제 복용 후 기존에 있던 피로감도 감소했다고 하여 당분간은 처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시호가용골모려탕(柴胡加龍骨牡蠣湯)이다. 시호가용골모려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감염성 질환의 지연화에 따라 발생한 가슴갑갑함, 잘 놀람, 의식장애 등의 정신증상과 신체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는데, 이후 그 적응증이 그대로 유지되어 각종 의서에 기록되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감염성 질환과는 관계없는 각종 신경계, 정신계 증후와 질환에 다수 활용되고 있다.

 

시호가용골모려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반하, 계피, 복령, 황금, 대조, 인삼, 모려, 용골, 생강

효능효과: 체력중등도 이상이면서 정신불안이 있고, 두근거림, 불면, 변비 등을 동반한 다음 증상: 고혈압 동반증상(두근거림, 불안, 불면), 신경증, 갱년기신경증, 소아야간울음, 변비 (일본 내 허가사항)

 

시호가용골모려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호가용골모려탕은 중국 한대의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변태양병맥증병치중제육(辨太陽病脈證幷治中第六)”에서 “傷寒八九日, 下之, 胸滿煩驚, 小便不利, 譫語, 一身盡重, 不可轉側者, 柴胡加龍骨牡蠣湯主之”라고 하였는데, 그 당시 적응증은 감염성 질환인 상한(傷寒)의 지연화에 따라 가슴갑갑함(胸滿), 깜짝깜짝 잘 놀램(煩驚), 의식이상(譫語), 소변배출 이상(小便不利),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 어려워 하는 증상(一身盡重, 不可轉側)을 보이는 경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조문에서는 사하법(瀉下法)을 사용한 뒤 발생한 상기 증상에 시호가용골모려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사하법의 오치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의서 간의 갑론을박이 있어 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호가용골모려탕이 상한 그 자체 보다는 그 감염성 질환의 자체의 지연화 또는 오치에 따른 지연화에 따라 2차적으로 발생한 일부 신체증상과 정신증상, 특히 정신증상에 사용될 수 있다는데 대부분의 의서가 동일한 의견을 내왔다는 것이다.

단 한 조문에만 등장했지만, 조문 내 워낙 다양한 증상을 제시해서였을까? 『의종금감(醫宗金鑑)』을 비롯한 다양한 고전의서에서는 시호가용골모려탕의 새로운 적응증 제시 보다는 기존 조문에 제시된 증후의 발현기전을 설명하는데 치중했다. 따라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전의서의 기록은 대개 『상한잡병론』의 내용을 답습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감염성 질환과는 관계없이 불안, 흥분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정신증상 및 질환을 치료하는데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야마모토 이와오는 그의 저서 『동의잡록(東醫雜錄)』에서 시호가용골모려탕에 대해 “상한 같은 열병 뿐 아니라 일반적인 잡병의 진경, 진정약으로서 불면, 번경과 심계항진 등의 신경증상에 사용할 수 있다. 불안신경증, 대인공포증, 고소공포증, 강박신경증 등에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져 현재 일본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시호가용골모려탕 엑스제의 적응증에는 “중등도 이상이면서 정신불안이 있고, 두근거림, 불면, 변비 등을 동반한 다음 증상”이라는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적응증을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단순하지만, 시호가용골모려탕은 역대 그 어떤 처방보다도 그 구성에 대한 논란이 있던 처방이다. 그렇다 보니 비교적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호가용골모려탕에 대해서는 그 적응증 보다는 구성약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일본 키타사토 연구소 부속 동양의학 종합연구소 초대소장이었던 오츠카 케이세츠는 『한방과 한약(漢方と漢薬)』기고글에서 역대 시호가용골모려탕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첫째, 송판(宋版, 12가지 약재[시호, 용골, 황금, 생강, 연단, 인삼, 계지, 복령, 반하, 대황, 모려, 대조], 황금 함유)에 준한 구성.

둘째, 성본(成本, 11가지 약재, 황금 제외)에 준한 구성.

셋째, 송판의 구성에 감초를 추가하여 13가지 약재로 구성된 버전.

넷째, 소시호탕에 용골과 모려를 추가한 구성.

다섯째, 대시호탕에 용골과 모려를 추가한 구성.

현재 일본에서 보험적용 엑스제로 활용되고 있는 시호가용골모려탕은 첫째, 송판에 준한 구성에서 수은중독 등 안전상의 문제로 연단을 빼고, 사하작용이 있는 대황이 빠져 있는 구성에 해당하며 국내 출시된 대부분의 엑스제 역시 이 구성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나온 근거자료는 대개 이 구성에 기반하므로 이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으며, 각 의서 속 시호가용골모려탕을 살펴 볼 때도 위 다섯 가지 구성 중 어디에 속하는 처방을 활용한 것인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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