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 읽는 동의신정(1) 영화를 보면서 정신과 학습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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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함께 읽는 동의신정(1) 영화를 보면서 정신과 학습이 가능할까?
  • 승인 2022.03.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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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칼럼] 함께 읽는 동의신정
권찬영
동의한의대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최근 한의계 교육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교육도구의 변화는 진료수행평가(Clinical Performance Evaluation), 소위 CPX 일 것이다. CPX는 표준화된 환자와의 면담, 진찰로 구성되는 임상실습 평가방법으로, 2011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시행한 이후 여러 한의과대학에서 도입 및 시행하고 있다.

다른 과도 마찬가지겠지만, 한방신경정신과 입장에서 CPX는 학생들의 진료수행능력 학습을 특히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방신경정신과는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임상실습’ 학생들이 외래에서 담당의가 정신장애 환자를 평가하고 상담하는 장면을 밀접하게 참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한의임상정보포털(National Clearinghouse for Korean Medicine), 진료수행평가 소개
한국한의임상정보포털(National Clearinghouse for Korean Medicine), 진료수행평가 소개

 

대신 CPX는 ‘표준화된 환자’가 특정 정신장애 환자를 연기함으로써, 간접적으로라도 학생들로 하여금 정신장애 환자의 모습을 경험하고 평가하며 면담하는 훈련을 하도록 한다. 정신의학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관찰이며, 관찰에 기반하여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 등을 평가하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필자처럼 정신장애의 CPX를 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표준화된 환자가 어떤 생각, 감정, 행동 등을 가지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영화 I am Sam.

그런데 영화의 대본 시나리오의 구성과 영화화 역시 이와 유사한, 아니 더 정교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비록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정신장애가 다소 과장되거나 극적으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일수록, 정신장애 환자의 생각, 감정, 행동, 동기, 배경상황, 인간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전문 연기자가 이를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연기한다.

따라서 영화는 독자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극중 인물의 생각, 감정, 행동, 동기 등을 분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신장애에 대한 관찰 및 평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도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의학교육(cinemeducation)은 의학교육 현장에서 영화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학습자들(학생들)의 질환 학습효과를 증가시키거나,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변화시키는 목적을 갖는다.

김경수, 배진수, 정서윤, 정현우, 김경옥. 영화 속 정신증상 분석이 정신질환 이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보적 고찰 - 일개 한의과대학 대학생을 대상으로.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1;32(4):329-335.
김경수, 배진수, 정서윤, 정현우, 김경옥. 영화 속 정신증상 분석이 정신질환 이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보적 고찰 - 일개 한의과대학 대학생을 대상으로.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1;32(4):329-335.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2권 4호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국내 한의대 한방신경정신과학 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3주 동안 특정 정신장애를 포함하는 영화 중,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보도록 하고 이를 분석하여 보고서로 작성하게 하는 과제를 부여한 후, 분석 전후 정신장애 이해의 변화를 평가했다.

특히 영화의 분석방법이 아주 흥미로운데,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본 후 ‘줄거리’, ‘에피소드 분석’, ‘정신과적 개인력 조사’, ‘질환에 대한 고찰’, ‘한의학적 연관성’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과제를 받았다. 이때 정신과적 개인력 조사는 <영화와 심리학>에서 소개한 방법과, <한방신경정신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병력조사에 따라 작성토록 하였다.

연구 결과만 요약하면, 학생들은 평균 3회 정도 영화를 반복 시청하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 분석 보고서 작성 전에 비해 정신질환 및 정신과적 증상, 진단기준, 정신과적 개인력 조사의 이해도, 질환의 한의학적 연계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정신과적 개인력 조사와 한의학적 연관성 항목에서 낮은 이해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별도의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고찰한다.

한방신경정신과를 전공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임상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현 한의계로부터 부여받은 큰 과제이다. 위 논문에서 소개된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실의 사례처럼, 영화의학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한방신경정신과학 교육 측면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정신장애를 분석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여러 교육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의학교육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습목표가 먼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하며, 학습목표에 따른 필요한 영화를 신중히 고려하여 선택해야 할 것이고, 교수자들의 영화의학교육 수행능력 함양 역시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계 내부에서 이번 연구결과와 같은 좋은 교육사례와 도구들을 공유하고, 해당 도구를 활용한 교육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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