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락의 유주방향은 어떻게 형성될까?-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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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락의 유주방향은 어떻게 형성될까?-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03.0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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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27)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횡격막 위와 아래

필자가 여러 번 ‘인체전면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상행하고 인체후면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하행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이런 의문점이 드는 독자들이 있었을 것 같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횡격막 위가 인체의 윗부분이 되지만, 가령 네발짐승들에게 있어서도 역시 횡격막 위가 몸체의 윗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만약에 경락의 운행이 인간에게서만 적용이 되고 네발짐승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경락이론이 보편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구에서 따뜻한 공기가 상행하는 것이나 인체에서 따뜻해진 액체가 상행하는 것은 모두 밀도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기 중의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위로 올라가는 이유는 위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압력과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뜻해지고 가벼워진 공기가 위로 상행하는 것이다.

인체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횡격막 윗부분은 폐가 넓게 자리잡고 있어서 공기로 가득 차 있다. X-ray 사진만 봐도 횡격막 윗부분은 대부분 공기를 나타내는 까만색으로 채워져 있는 반면에, 횡격막 아래는 액체나 고체를 나타내는 흰색으로 가득 차 있다. 당연하게도 액체나 고체보다는 기체의 밀도가 낮다. 그러므로 횡격막 아래에 비해서 횡격막 위는 밀도가 낮다고 할 수 있다. 횡격막 아래에 있는 액체들이 따뜻해져서 가벼워진다면 밀도가 낮은 횡격막 위로 이동할 것이다. 밀도라는 기준으로 하늘과 땅을 나누고 횡격막 위와 아래를 나눈다면 네발짐승들에게도 경락이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머리에는 왜 음경락이 지나가지 않을까?

거듭 이야기 하지만 고대인들이 음경락을 그려 놓은 곳들은 대부분 큰 혈관이 지나가는 곳 주변이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양경락이 지나가는 곳들은 큰 혈관과 먼 곳들이라고 할 수 있다. 뇌로도 분명히 큰 혈관들이 올라가지만, 이들은 체간하고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체간에서는 인체전면으로 심장과 대동맥 그리고 간 등으로 많은 혈액이 지나가지만, 뇌로 향하는 혈관들은 내경동맥과 추골동맥을 따라 올라가서 willis circle을 형성하기 때문에 뇌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뇌는 두개골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머리에 있는 경락들은 큰 혈관들과 가깝다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머리에는 양경락만 지나가고 음경락이 지나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머리에는 음경락의 경혈점들이 없어서 그렇지 음경락이 전혀 지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족태음비경, 족소음신경, 족궐음간경의 분지는 모두 목을 경유해서 두부로 향하고 있다. 이 역시도 뇌내동맥들에서 만들어지는 熱, 風, 濕 세 가지 기운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경락의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양경락으로는 寒, 火, 燥 즉 차갑고 딱딱하고 건조한 기운이 흐르는데, 양경락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힘은 인체후면에서 생기는 하강기류라고 하였다. 두 번째는 한의학이야기 18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인체를 표면과 내부로 나눌 때 표면에 생기는 차갑고 건조하고 딱딱한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의학이야기 23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육부에서 생기는 차갑고 건조하고 딱딱한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양경락의 모습은 이 세 가지 기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양경락의 그림을 보면 수삼양경보다는 족삼양경이 보다 넓게 인체의 겉을 감싸듯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필자의 생각으로는 양경락을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기운은 차가운 기운이고, 이는 인체 하부/후면에 생기는 차가우면서도 압력이 높은 상태하고 서로 성격이 같기 때문에(그림 2) 족삼양경이 위주가 되어 인체를 감싸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1. 양경락의 관찰시점: 족삼양경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인체를 감싸고 있다.
그림 2. 지표와 인체에서 생기는 냉각과 하강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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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적 개념에 대한 자문을 해주신 황남주 선생님(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원광대 한의학과 학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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