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범인만 잡을 수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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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범인만 잡을 수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
  • 승인 2022.01.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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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경관의 피
감독 : 이규만출연 :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감독 : 이규만
출연 :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혹시 넘치는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은 혼자보다는 2명 이상이 등장해야 하며, 주인공들의 성격은 상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주인공이 착한 캐릭터라면 다른 주인공은 나쁜 캐릭터여야 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지금까지 봐 왔던 영화들을 이 공식에 대입시켜 본다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 명의 주인공 케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버디 영화의 경우 이 공식은 필수 사항이며, 2022년을 여는 한국영화인 <경관의 피> 역시 상반된 캐릭터의 경찰이 등장시키며 독특한 경찰 버디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 명품 수트,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온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의 팀에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최민재(최우식)가 투입된다. 박강윤은 최민재에게 특별한 수사 방식을 오픈하며 점차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함께 신종 마약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러다가 박강윤은 최민재가 자신의 뒤를 파는 언더커버 경찰임을 알게 되고, 최민재는 박강윤을 둘러싼 숨겨진 경찰 조직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각색한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원작과 달리 현재의 사건에 집중하면서 범죄자 검거를 위해 선과 악, 합법과 위법 사이의 위험한 경계에 선 두 경찰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화에서 많이 등장한 언더커버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 진부함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의외로 <경관의 피>는 그 부분에 방점을 두지 않은 채 오히려 역으로 잘 활용하면서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쉴 틈 없는 구성으로 극적인 재미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경찰 전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서 경찰로 출연했던 조진웅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주인공을 매우 리얼하게 소화해 내면서 역시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해 주고 있고, 할 말 다하는 젊은 경찰 역할의 최우식과 독특한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범죄 영화들의 경우 대다수 권선징악이라는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에 비해서 <경관의 피>는 보는 내내 과연 무엇이 정의이며,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아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를 정도로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에 놓인 두 주인공들의 선택을 보며 관객들 스스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술적 오류인지는 몰라도 배우들의 대사 일부분이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어 영화 관람 시 참고하길 바라며, 영화 속 결말 부분의 대사처럼 속편이 제작될 수 있을 지는 관객의 몫이기에 오랜만에 묵직한 버디영화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한 번 쯤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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