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진 비롯한 전통 한의학 진단 활용한 임상연구 재평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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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 비롯한 전통 한의학 진단 활용한 임상연구 재평가될 것”
  • 승인 2021.12.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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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한 김호준 교수

심음허군 불면증 환자의 천왕보심단 효능 연구…구강미생물 ‘orotype' 명명 의의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지난달 18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2021 학술대상 시상식을 개최한 가운데, 올해 금상은 김호준 동국한의대 교수가 차지했다. 상지대, 한의학연, 식품연 등과 심음허군 불면증 환자의 천왕보심단 효능을 입증한 김 교수의 연구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학술대상 금상을 수상한 소감이 궁금하다.

한약반응을 미생물과 연계시켜 정밀의료적인 개념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지난 수년간의 시도가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 1저자인 김민지 선생을 비롯한 저희 동국대병원팀 멤버들 뿐 아니라 한의학연구원팀, 상지대학교팀, 한국식품연구원팀 등 공동연구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불면증에서의 구강 미생물 종류와 설진에 따른 천왕보심단의 수면 질 개선, The Herbal Formula CWBSD Improves Sleep Quality Dependent on Oral Microbial Type and Tongue Diagnostic Features in Insomnia’를 연구주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에서는 혀를 심장의 싹이라고 비유하며 혀를 진찰함으로써 심장 기능을 추측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심장기능은 실제 심장 기능뿐 아니라 자율신경, 정서적인 면 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수면상태, 자율신경기능, 심기능은 서로 연관되고 이는 혀의 상태로 반영이 되는데 불면환자에서 이 항목들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천왕보심단을 투여하였을 때 개선정도를 관찰하고자 하였다. 한편, 설진과 심음허 여부를 투약 전에 알게되면 천왕보심단의 효과를 예측가능하며 이는 구강 미생물을 매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가설이었다.

 

▶이번 연구는 동국대 뿐 아니라 상지대, 한의학연, 한국식품연구원과도 협업한 결과인데, 어떻게 역할분배가 되었나.

동국대 한방재활의학과에서는 임상연구 수행을, 상지대 진단학교실에서는 설진 영상 분석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연구지원 및 관리와 통계분석을,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구강미생물 분석을 맡아 협업하였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일산, 대전, 원주, 전주 등에 위치한 여러 기관에서 협업을 하다 보니 소통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상자의 혓바닥에서 태를 긁어내어 미생물 분석하느라 연구원 선생님들이 고생이 많았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약 전 변증이 정밀의학 즉 개별맞춤의학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정밀의학은 미래의료의 화두이며 변증이론이나 체질이론 등을 중시하는 한의학 입장에서는 ‘오래된 미래’로 볼 수 있다. 설진도 이러한 한의학적 개별맞춤치료를 위한 중요한 진단도구이지만 내세울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연구에서 설태가 적은(少苔) 심음허형 불면에 천왕보심단이 더 효과가 있고 불면이 개선되면서 설태량이 증가하였다는 점은 천왕보심단 투약에 있어 설진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전통 한의학적 진단행위를 가미한 임상연구가 증가되고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장내미생물 유형(enterotype)을 세가지로 나누고 그 유형에 따라 인체의 대사기능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몇 년 전 발표되고 추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본 연구팀은 이에 착안하여 구강 미생물 유형을 최초로 ‘orotype’ 이라고 명명하고 발표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설진을 위해 상지대에서 개발된 설진기, 수면 양상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 액티그래프, 구강 미생물 분석을 위해 차세대 시퀀싱 등 기법을 사용하여 객관성을 높인 점도 언급하고 싶다.

 

▶천왕보심단의 불면증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강미생물을 orotype으로 명명했다. 추후 구강미생물에 관한 연구계획이 있나.

장 혹은 구강미생물은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구강미생물은 인지기능, 심기능, 소화기능과 관련됨이 빠른 속도로 증명되고 있다. 이번 연구처럼 변증유형이나 약물 반응과 구강미생물의 관계를 다른 질환에서도 시도해볼 계획이며 이와 별도로 동국대 일산병원 호흡기내과와 협업하여 폐질환자의 구강미생물을 분석하여 정상인과 다름을 증명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만 치료 한약처방에 대해서도 변증과 장내미생물을 활용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만 한약의 개인별 효능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한의학적 요소와 유전체, 장내미생물 등 바이오마커를 찾아서 한의비만치료에서 정밀의학을 구현하고자 한다. 그와 동시에 비만 변증 유형별로 생의학적 진단마커를 찾아 변증별로 전형적 모델을 제시하고 향후 변증이 한약물 처방에 중요한 진단행위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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