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흔한 MZ세대의 고민, 그리고 핸드폰과 침 치료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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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흔한 MZ세대의 고민, 그리고 핸드폰과 침 치료의 관계
  • 승인 2021.12.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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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11)
이승민
한의사

Q. 저는 흔히 주변에서 말하는 MZ세대입니다. 우리 세대의 특징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빠른 변화에 익숙하다 보니 참을성이 없고 오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열정을 가지고 하는 편입니다. 침 치료도 훨씬 안전하고 몸에 좋은 것 같아서 받고 있는데 효과가 약에 비해서는 너무 느린 것 같아요. 치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못 기다리겠는데, 원래 이게 맞나요?

 

A. 한의사 선생님이 침 놓고 나가시면 베드 위에서 핸드폰 보고 누워 계신 것은 아닌가요? 오히려 환자분들 중에서는 예전에 비해 요즘 한의사 선생님들이 침 치료를 더 못해서 효과가 더 느린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요즘 MZ 세대 분들도 침 치료가 너무 느려서 못 맞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단순히 침과 한의사 선생님만 탓할 것은 아닙니다. 일반 약물 치료나 수술과는 다르게 침 치료는, 몸에 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침습적인 자극으로 신체 내의 자생력을 이끌어내서 제반효과를 나타내는 치료법입니다. 외부 물질을 주입하여 강제적으로 반응을 끌어내거나 수술처럼 물리적으로 제거해서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침자극에 대해 최적의 신체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환자 편에서도 한의사 선생님과 같이 노력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요? 대표적인 것이 호흡을 통한 몸의 이완입니다. 침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한의사들이 쓰는 여러가지 수기법 중에 보사법(補瀉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6가지를 언급하는데, 침을 넣고 시계방향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는 염전보사(捻轉補瀉), 힘주어 넣거나 빼는 제삽보사(提揷補瀉), 침을 천천히 혹은 빨리 넣고 빼는 서질보사(徐疾補瀉), 발침 후 구멍을 막거나 열어두는 개합보사(開闔補瀉), 경락이 흐르는 방향대로 혹은 반대로 자입하는 영수보사(迎隨補瀉),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호흡에 맞춰서 침을 놓는 호흡보사(呼吸補瀉)가 있습니다. 앞 5가지 보사법은 모두 한의사가 알아서 하면 되지만 이 중에서 마지막 호흡보사는 유일하게 환자와 한의사가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 보사법입니다.

호흡보사는 환자가 숨을 내쉴 때 침을 자입하고 내쉴 때 뽑는 것이 보법, 환자가 숨을 들이쉴 때 침을 자입하고 내쉴 때 빼는 것이 사법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우리의 자율신경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숨을 내쉴 때 부교감신경이 작용을 하고 숨을 들이쉴 때 교감신경이 작용을 하는데, 숨을 천천히 내쉴 때 침을 찌른다는 것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자입한다는 개념으로 최대한 몸을 더 긴장시키지 않기 위한 의도가 있습니다. 다른 보사법을 보더라도 대체적으로 보법은 조금 더 부교감신경이 작용할 때나 최대한 몸을 긴장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사법은 조금 더 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혹은 조금 더 자극이 강한 수기법이라고 해석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사의 개념을 떠나서 우선 이렇게 환자의 호흡에 맞춰서 의식적으로 침을 놓을 때, 환자분들은 억지로라도 규칙적인 심호흡을 통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게 되고, 이게 침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을 합니다.

 

흔히 MZ세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라고 해서 디지털 세대라고도 부르는데요. 현대인들, 그 중에서도 MZ 세대는 특히 하루 종일 컴퓨터와 스마트폰 앞에서 지내며 호흡패턴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정보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는 중에 호흡이 안정적인 사람은 거의 없는데요. 더 나아가서, 거북목을 유발하는 자세로 구부정하게 몇 시간씩 앉아있는 것 또한 횡격막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호흡은 더욱 얕아지고, 전반적으로 교감신경 톤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많은 질환들은 이렇게 지속된 긴장으로 나타나는 불면증, 상열감, 불안증, 만성 통증과 피로와 같은 증상들이 많습니다. 침은 무너진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해 주는 효과가 매우 좋다고 알려진 만큼, 환자분들도 치료를 받는 동안이라도 의식을 집중하여 심호흡을 하고 몸을 안정시키는데 능동적으로 협력해주시면 침치료 한 번으로도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약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음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으면서 한약을 먹어도 되지만, 일부 음식 중에서는 한약의 소화를 방해하거나 효과를 떨어뜨리는 음식이 있을 수 있고, 그러면 치료 효과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 전 카페인 복용이나 특정 약물이 침 치료 효과를 방해할 수 있지만, 핸드폰을 보는 것도 특히 침 치료에 있어서는 방해가 되는데요. 단순히 중간에 전화가 울릴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핸드폰 침 치료가 유도하는 최적의 신체 반응을 방해하고, 충분한 신체의 이완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Z세대도 침 치료 받을 때만이라도 Mobile Zero 시간을 가져서 더 빠른 치료 효과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1] 대한침구학회 교재편찬위원회. 침구학(中). 파주 : 집문당. 2008 : 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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