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20년 전에 만들어진 메타버스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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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20년 전에 만들어진 메타버스의 원류
  • 승인 2021.12.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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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매트릭스 1
감독 :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출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수업 때문에 가끔 세계 최초의 SF영화인 <달세계 여행>을 볼 때가 있다. 1902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사람들이 달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으며 당시로서는 대단한 상상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후 진짜 사람들이 달에 착륙하면서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SF영화를 봐왔고, 그 영화 속에서 예측했던 미래를 살아오면서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 중 1999년 개봉 당시 수많은 해석과 함께 세련된 영상미로 전 세계 영화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영화 <매트릭스>가 18년 만에 새로운 속편으로 찾아온다는 소식을 접하며 22년 전 SF영화 속에서 그려진 미래가 문득 궁금해졌다. 전화기를 통해 공간이동을 하며 당시 필자에게 영화적 상상력에 불을 지폈던 <매트릭스>를 아직 못 봤거나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객들이 있다면 새로운 속편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세상이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인 매트릭스 속에서 인간들은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재배되고 있다. 그 매트릭스를 빠져 나오면서 AI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된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는 자신과 함께 인류를 구할 마지막 영웅 ‘그’를 찾아 헤맨다. 마침내 모피어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청년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그’로 지목하게 된다.

사실 <매트릭스>는 필자의 영화 강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최애 작품이지만 주로 유명한 장면만 선택해서 보여주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1999년에 개봉되었지만 영화적 내용뿐만 아니라 세련된 영상미 등 모든 면에서 지금 제작된 영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꽤나 앞서나간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평론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객들이 동참하여 스스로 작품을 분석하며 갑론을박을 펼쳤던 내용들이 요즘 같은 메타버스의 시대에서 다시 바라보니 그 당시로는 꽤나 이해할 수 없었던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쉽게 읽혀지면서 영화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영상미, 특히 당시 유행하던 홍콩 영화의 슬로우모션 기법을 워쇼스키 형제가 재창조한 영상은 가히 영화사적 기념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장면을 탄생시켰고, 동서양의 철학이 집대성한 듯한 대사들은 명대사로 남아 영화 팬들 사이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매트릭스>는 20세기의 세기말적 감성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2부와 3부가 연이어 상영되면서 2003년에 <매트릭스>가 종결된 듯 싶었지만 18년 만에 4부인 <매트릭스 : 리저렉션>이 개봉하면서 감독의 성별과 주연배우들의 외모 등 비록 세월의 흐름 속에 변화된 것이 많이 있지만 그 세계관만큼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딱 적합한 것이기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을 가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는 않지만 마치 오래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매트릭스> 시리즈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단, 4부를 보기 전에 미리 1~3부를 보고 간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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