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식물과 사람이 맺어온 관계의 역사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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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식물과 사람이 맺어온 관계의 역사를 담다
  • 승인 2021.12.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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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일상에서 우리가 식물 이름을 알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흔한 것들만이 아니라, 산이나 들에 나가 접하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실제 이름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것이 약초로 쓰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어려운 점이 많아, 전문 서적들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식물분류 명칭에서부터 어렵기만 하다. 설령 우리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방마다 달리 부르는 경우도 있고, 같은 식물이 다른 이름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식물인데 서로 다른 이름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정리한 책이 일찍이 1932년에 출간되었으니, 바로 조선박물연구회에서 간행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이다.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 웅 편저
심플라이프 출간

이 연구회의 식물부에 소속된 정태현(鄭台鉉), 도봉섭(都逢涉), 이덕봉(李德鳳), 이휘재(李徽載) 등 4인이 일제강점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적 성장에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물로써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143과, 684속, 1,944종의 식물 이름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일제가 문화통치라는 허울을 벗고 조선에서 그들에 반하는 사상과 조선어 사용을 사실상 제약했던 시점에서 이 책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시대적 아픔이 있었다. 특히 이미 1923년부터 일제에 의해 한반도 분포 동식물을 연구하는 조선박물학회가 존재하고, 내선일체를 주장하는 조선총독부의 뜻에 따라 상당한 견제를 받으면서 조선인으로만 구성된 연구회의 활동이기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말로 된 식물의 이름을 알뜰히 모을 수 있었다.

더구나 근대 식물분류학에 따른 과학적 조사 작업과 더불어, 식물명에 대한 각종 방언과 문헌 조사 작업을 병행하고, 체계적인 정리로 민족적 자존심을 돋보인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하여 조선인이 실제 사용하는 이름을 최우선으로 하고, 옛 문헌의 내용을 참고로 하여 조선의 주체성과 전통을 가장 우선시하는 방법으로 조선명을 시정 정리했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만 새로운 이름을 선정했음을 이 책의 사정요지에서 천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 웅 등이 이 책을 보완하고 수많은 문헌을 참고하여 새로 엮으니, 모두 무려 1,928쪽에 달하는 방대한 서적이 되었다. 국가적 사업으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모여 이리 어려운 작업을 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한의사로서 이 책을 살펴보니, 비록 한문의 해석이 조금 어긋난 곳이 몇 군데 눈에 띄는 점도 있고, 식물의 유래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도 보이기는 하나, 우리 본초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충분히 귀감이 될 것이다. 게다가 임상에 바빠 충분히 식물을 살피지 못하는 우리 한의사들에게는 필히 구비하여 볼 만한 서적이므로 필자로서는 아낌없이 권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우리 본초 약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하여, 보다 흥미진진한 우리 본초서를 새롭게 꾸밀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더욱 가열차지기만 하는 오늘날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현실을 보아서도, 우리의 향약(鄕藥)을 새롭게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현 시국을 타파해야 할 것이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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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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