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호흡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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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호흡의 생명력
  • 승인 2021.12.1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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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ajhj@unitel.co.kr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도서비평┃호흡의 기술

단계적 일상회복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나타났습니다. 지난번에 발목을 잡았던 델타변이보다 전염력이 2배 정도 더 강하다던데, 설마 중증도와 치명률까지 더 높지는 않겠지요? 돌파감염이 속출하는 걸 보니 집단면역까지는 아직도 요원한 느낌인데, 평소 호흡기가 좋지 않다면 제발 마스크 벗고 편히 숨 좀 쉬어보는 게 소원이라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호흡은 곧 생명입니다. 모든 생물은 숨 쉬지 않고서는 절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호흡은 우리 몸의 주체인 마음의 안정·조절에도 중차대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까닭에 예로부터 지도지사(知道之師)들은 호흡에 큰 의미를 부여했지요. 불교의 위빠사나(Vipassanā) 명상도 근본바탕은 부처님께서 행하셨다는 호흡법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인간의 가장 기본적 생명활동인 호흡 자체에 대한 탐색은 충분하지 않았을 뿐더러, 혹 단전호흡의 효용·가치를 언급할라치면 잘해야 신비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잘못된 사고를 손바닥 뒤집듯 단번에 바꿔

◇제임스 네스터 지음, 승영조 옮김, 북트리거 출간
◇제임스 네스터 지음,
승영조 옮김,
북트리거 출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호흡의 기술(Breath; The New Science of a Lost Art)』입니다. 
지은이는 〈뉴욕 타임즈〉·〈애틀랜틱〉 등의 매체에 글을 싣는 저널리스트,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입니다. 평소 호흡기 문제로 악전고투했다는 그는 수많은 문헌들을 뒤적이는 것은 물론, 때론 자학적인 인체실험(열흘간 코 틀어막고 입으로만 숨쉬기)까지 마다 않으며 건강한 호흡법 찾기에 골몰하였고, 마침내 그 결과물로 이 책을 펴냈습니다. 호흡수가 어떻든지 간에, 숨구멍이 입이든 코든 별다르지 않다는 서양의학의 주류 관점을 통쾌하게 뒤집는 역작을 내놓기 위해, 무려 10년에 걸쳐 전 세계를 누비며 자료를 조사하고 집필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노력과 정성이 유려한 필치로 버무려진 책답게 재미있고 유익한 지식·정보가 가득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쉬는 이산화탄소에는 무게가 있으며 날숨이 들숨보다 더 무겁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땀을 뻘뻘 흘리는. 곧 지방 따위의 연소를 통해서가 아니다. 날숨을 통해 체중이 줄어든다.”, “휴식 시 1분 동안 들이쉬어야 하는 최적의 공기량은 5.5리터이다. 최적의 호흡수는 분당 약 5.5회 – 5,5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5.5초 동안 숨을 내쉬는 이것이 완벽한 호흡이다.”는 내용과 카타리나 슈로트(Katharina Schroth)라는 10대 소녀가 개발한 호흡법으로 중증의 척추측만증 환자를 치료했다는 게 제일 쇼킹하더군요. 아무튼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새로 부임한 직장 상사는 프랑스인. 바디 랭귀지도 전혀 통하질 않아. 그래, 이건 찬스다 찬스야. (프랑스어) 공부 해야징!” 힘들 때마다 부러 흥얼거리는 일본노래 《내일이 있으니까(明日があるさ)》의 가사 일부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벌금 내지 않기 위해, 주변의 눈총·잔소리 듣기 싫어 답답해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건강과 장수에 유익한 호흡법(『동의보감·기문(氣門)』의 「태식법(胎息法)」에서 제시하는 대로 코와 입 위에 붙여놓은 기러기 털[鴻毛])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긴 호흡)을 익힐 절호의 찬스라며 발상을 전환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세영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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